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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김지하 시 타는 목마름으로 안치환 노래 단소 악보

by 빗방울이네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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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만납니다. 

 

이 시가 노랫말이 된 안치환 가수님의 노래를 단소 악보로 만납니다.

 

함께 읽으며 부르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김지하 시 '타는 목마름으로' 읽기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1941 ~ 2022, 전남 목포)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 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창작과비평사, 2007년 13쇄) 중에서.

 

김지하 시인님(본명 김영일, 1941~2022년)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제3공화국의 현실을 풍자한 장시 '오적(五賊)'을 비롯,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담은 시를 썼습니다. 유신독재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여 여러 차례 투옥되고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집으로 1970년 「황토(黃土)」를 낸 것을 비롯, 「타는 목마름으로」, 「애린」, 「중심의 외로움」, 「새벽강」, 「비단길」, 「시삼백」, 「시김새」, 「흰 그늘」 등을, 산문집 「밥」, 「우주생명학」 등을 냈습니다.

세계시인대회 '위대한 시인상', 정지용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화상, 만해대상, 경암학술상 예술부문,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등을 수상했습니다.

 

2. 1970년대 민주화 열망을 담은 기념비적인 시

 

시 '타는 목마름으로'는 김지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1982년 발간)에 실린 시입니다.

 

이 시집에 실리기 앞서 1975년 발표된 시입니다. 시인님 34세 즈음이네요.

 

이 즈음 시인님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2022년)라는 책에서 시인님의 약력을 봅니다.

 

- 반공법 위반으로 강제 연금(1972년),

 

- 민주회복을 위한 시국 선언문 발표 참여(1973년),

 

-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검거(1974년),

 

-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1974년),

 

-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로 재구속(1975년).

 

이 삶의 자취가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이 제정(1972년)된 10월 유신 이후에 펼쳐진 것입니다.

 

시인님 삶의 후반기에 펼쳐진 여러 논란에 앞서, 이 시기 30대 초반을 지나고 있던 '시인 김지하'를 생각합니다.

 

군사 독재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을 생각하며 시를 읽습니다.

 

'신새벽 뒷골목에 /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이렇게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남몰래' 써야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신새벽 뒷골목', 민주주의라는 아침의 빛이 아직 당도하지 않은 어둡고 암울한 시간입니다.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생각할 틈마저 주지 않았던 유신정권의 질식할 듯한 억압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머리'도 '내 발길도' 민주주의를 '잊은 지 오래'였다고 하네요.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목이 마르면 본능적으로 물을 찾게 되듯, 현실의 억압에 고통받을수록 본능적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하게 된다는 비유가 선명하게 다가오는 구절입니다.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내가 쓰고 싶어 쓰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억이 쓴다는 말이기도 하겠네요. 본능적으로 말입니다. 살기 위해 말입니다.

 

누가 볼까 무서워 '신새벽'에, 누가 들을까 두려워 '뒷골목'에 쓴다고 하네요.

 

그 당시 현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우리 눈앞에 환하게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그 '신새벽'의 어둠 속으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절규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 되살아 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영화의 장면들 같습니다.

 

급하게 뛰어가는 발자욱 소리, 어둠을 가르는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탄식 소리 ···.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이 잇따른 소리들이 무슨 소리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던 가혹한 소리, 소리들 말입니다.

 

이 잇따른 '소리'들 속에, 시대의 공포와 불안과 고통 속에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시인님은 대학시절부터 워낙 '지하'서클 활동을 많이 하고, 은밀한 '지하'다방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기 이름(본명 김영일)을 '지하(地下)'라고 자처했다고 합니다. 이 '지하(地下)'가 나중에 출판사에 의해 '지하(芝河)'라고 바뀌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잇따른 '소리'들 속에 시인님의 끔찍한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요.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그런 공포와 불안과 고통의 외로움을 견디고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의 이름, 바로 민주주의일 것입니다.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 쓴다. / 숨죽여 흐느끼며 /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억압의 시대, 분노와 비통함 속에 사람들은 얼마나 인간적인 삶을, 사람 사는 세상을 갈망했을까요?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목이 마를 때 물이 없으면 생명은 위험해지고 끊어지고 말 것입니다.

 

민주주의도 물처럼 생존을 위한 가치입니다.

 

그렇게 간절한 민주주의라는 '네 이름을 남몰래' 써야 했던 암울한 시간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2025년은 시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1975년)된 지 꼭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 시 속의 '신새벽'의 어두운 시간이 다 지나가고 햇살 환한 아침이 왔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신새벽' 겨울의 광장에 있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더욱 간절히 외쳐야 하는 시간 속에 있습니다.

 

'민주주의여 만세'

 

"타는_목마름으로_타는_목마름으로_민주주의여_만세"-김지하_시_'타는_목마름으로'_중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김지하 시 '타는 목마름으로' 중에서.

 

 

 

3. 안치환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 단소 악보 

 

김지하 시인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는 안치환 가수님 노래의 노랫말이 되었습니다.

 

단소로 불어보니 청아하고도 간절한 단소음에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안치환 노래, 김지하 시, 이성현 작곡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만세 만세 민주주의여 만세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나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㴌 㴌 㴌 淋 㳞 汰 汰 潢 潢 汰 潢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떨리는 노-여움이 서툰 백묵글씨로 쓴-다

㴌 湳 湳 湳 㳞 㴌 無 南 汰 無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湳 湳 湳 㴌 潢 

 

만세 만세 민주주의여 만세

湳 潕 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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