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칼칼한 음식입니다. 먹으면서 목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기도 하고,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게도 됩니다. 얼굴에서 땀방울이 식탁에 툭툭 떨어지기도 합니다. '고난의 행군'입니다. 그래도 다시 찾게 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1. 50년 동안 내는 선지국의 맛
1974년부터 부산 못골시장에서 소의 피로 만든 선짓국을 내고 있는 집입니다. 상호는 <며느리선지국>(부산 남구 못골번영로 13)입니다. 월요일 휴무. 7,000원.
무려 50년 동안 단 한가지 메뉴, 선짓국만 파는 집. 과연 어떤 맛일까요?
오늘의 주인공,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선짓국에는 콩나물과 선지 덩어리가 들어있네요. 뜨겁고 진하고 목을 자극하는 칼칼한 맛입니다. 먹을수록 점점 온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유발하는 선짓국입니다.
이 선지국과 함께 커다란 대접이 나옵니다. 거기에는 배추, 미역줄기, 무채, 양배추 같은 비빔거리 나물이 들어있습니다. 이 대접에 밥을 넣고, 선짓국의 건더기를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습니다.
이 집 고추장, 매우 맵습니다. 식당 벽에 '땡초 고추장 엄청 매워요. 안 넣거나 소량만'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을 정도.(중요한 주의사항입니다.)
반찬으로는 된장, 다시마와 갈치속젓, 부추김치, 배추김치, 멸치무침이 나옵니다. 이 진한 맛의 된장도 이 집 별미입니다. 대접에 비빌 때 같이 넣는데 깊은 맛을 냅니다. 저는 고추장이 너무 매워서 아주 아주 조금만 넣고, 주로 이 된장을 넣어 비빕니다.
2. 자꾸 끌리는 희한한 맛
20여 년 전에 이 집에 처음 갔습니다. 직장 동료들 하고요. 전날 회식이 있어 과음했었는데, 속풀이는 이 집에서 해야 한다며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음식을 먹어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희한한 맛이었습니다. 맵고 짜고 뜨거운 맛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 온정신을 흔드는 ···, 스스로를 괴롭히는 맛이랄까요?
그런데요, 이상하게 끌리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술을 많이 먹은 날에는 자처해서 동료들에게 이 집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권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못골시장 골목 구석에 아주 좁고 허름한 공간에서 이 음식을 팔았는데, 이 맛에 빠진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라도 서로 어깨를 부딪힌 채 둘러앉아 땀을 줄줄 흘리며 아유 맵다, 아유 힘들다, 아유 맛있다 하면서 먹고 나면, 굳었던 몸과 마음이 풀리면서 세상 근심도 풀리던 소박한 음식이었습니다.
3. 맵기 조절에 섬세한 주의 필요한 집
선지국은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빈혈증에 좋은 음식이라 합니다. 이 집 유리벽엔 선짓국의 효능을 알려주는 커다란 홍보물이 붙어있습니다. 이렇게요.
- 소의 피가 허약한 사람들에게 좋은데 특히 소화기 계통이 약하고 빈혈이 있을 때, 생피보다는 '선짓국을 끓여 먹는 것이 좋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단백질과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선지는 산성식품이므로 알칼리 식품인 콩나물, 무, 파, 미역을 넣어 끓이거나 곁들여 먹으면 맛이나 영양면에서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요일 오랜만에 짝지와 그 집에 갔습니다. 예전의 그 좁은 골목집을 벗어나 이젠 아주 깔끔한 공간으로 이사를 했더군요. 선짓국 한 상이 식탁에 차려졌습니다. 상차림이나 맛은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우리는 연신 눈물 콧물을 휴지로 닦으며 선짓국 먹기 '대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얼굴에서 흘러내린 땀이 두 방울이나 식탁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평소 매운 걸 잘 못먹는 짝지가 맵기 조절을 잘 못했는지, 그만 사레가 크게 들려 연신 기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건너편의 짝지에게로 가서 등을 두드려주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맵기 조절에 아주 섬세한 주의가 필요한 집입니다만, 그 깊고 진하고 매운맛에 빠져들어 다시 찾게 되는 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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