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헛헛할 때 어떤 음식이 떠오릅니까? 오늘 우리는 참으로 소박한 음식을 먹으러갑니다. 부산 남구에 있는 김치국밥집입니다. 이곳에는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좋은 힘이 있습니다. 함께 먹으며 몸과 마음목욕을 해보시지요.
1. 25년 동안 내는 김치국밥
부산 남구 대연동(유엔평화로 41번 길 108)에 있는 식당입니다. 가게 이름은 '맛있는 즉석김밥'입니다. 가게 이름처럼 즉석김밥도 맛있지만, 김치국밥이 별미인 집입니다.
무려 25년 동안 김치국밥을 끓여 내었다니! 그만큼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람들을 허기를 채워주며 사랑을 받아온 따뜻한 김치국밥입니다.
이 집은 간판에 '소문난 김치국밥, 김치수제비, 김치칼국수'를 별미 삼총사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김치국밥 6,000원 김치칼국수 55,00, 김치수제비 55,00원.
친할머니처럼 언제나 다정한 할머니와 딸이 주방을 맡고 있고, 친할아버지 같은 할아버지가 음식 수발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우리는 서로 깊이 간섭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특별한 가족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분위긴데 어떤 메뉴이든 맛있지 않겠는지요?
2. 가족의 따뜻한 기억을 먹는 집
이 집은 처음에는 대연시장 한쪽의 허름한 공간에서 김치국밥을 팔았습니다. 20년 전쯤 그 근처를 지나다가 이 집 출입문에 적힌 '김치국밥'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서 이끌리듯 들어갔습니다. 세상에 김치국밥을 식당에서 팔다니! 어릴 적 어머니가 겨울에 끓여주던 허름한 음식입니다. 햇빛 잘 드는 툇마루에서 남매들이 둘러앉아 먹던 우리 가족의 내밀한 음식이라 여겼었는데, 이렇게 도심의 시장 한편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의 자리로 가게가 이사온 뒤로도 가끔씩 들립니다. 무언가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이 날 때 이 음식이 저를 부르는 것만 같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과 누이와의 기억들이 김치국밥을 타고 줄줄이 나오는 마법의 집입니다.
며칠 전에도 이 집에 다녀왔습니다. 이 특별한 김치국밥을 사주는 큰누부야 같은 분이 있는데, 제가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졸라서 갔습니다. 이 집에 처음 가게 된 지인과 함께요.
김치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그 큰누부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마 전 먼 도시로 직장을 옮겨간 이 다정한 누부야의 지인이 한밤에 전화를 했더랍니다. '누부야, 그 집 김치국밥 먹고 싶어 미치겠어요.' 마흔이 다 된 어른이 술에 잔뜩 취해서 울먹이면서요.
밥 세 그릇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날 김치칼국수를 주문했습니다. 큰 누부야는 그냥 칼국수, 처음 온 지인은 김치국밥을 마주했습니다.
최근 저는 이 집에서 김치국밥보다 김치칼국수를 자주 먹게 됩니다. 직접 뽑아낸 면과 콩나물과 계란 등속이 발간 김칫국 속에 풀어져 걸쭉하고 칼칼하고 부드럽습니다.김치국밥은 면 대신 밥이 들어있는 점만 다르고 다 같습니다. 먹느라 서로 말이 없어지는 깊은 맛입니다. 평소 과묵한 편인, 처음 온 지인이 말했습니다. '이런 집이 골목에 숨어 있었네요.'
3. 음식의 맛은 팔할이 기억의 맛
김치국밥을 먹으면서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의 맛은 기억의 맛이 팔할은 되리라는 것을요. 아무리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도 그 음식에 깃들어있는 기억이 무거운 것이라면 그 맛도 무겁겠지요?
그 정다운 기억의 맛에는 정다운 사람도 함께 둘러앉아 있겠지요? 그 소중한 사람이 앞에서 옆에서 '아~' 하고 입을 벌리면서 맛있게 먹는다면, 그 음식 얼마나 맛있겠는지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면서 가끔 소박한 음식도 먹으러 가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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