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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명문장 5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일이야

by 빗방울이네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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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명문장 3개를 만나봅니다.

 

84일 동안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가 망망대해에서 드디어 고기를 잡았습니다.

 

자신의 고기잡이 배보다 더 큰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혼자서 항구로 오는 길입니다.

 

너무 큰 물고기여서 배에 올리지 못하고 배 옆에 매어서 물에 띄운 채로 항해 중입니다.

 

그런데요, 그 맛있는 먹이를 굶주린 상어들이 가만히 두었을까요?

 

이 소설의 후반부는 물고기를 지키려는 늙은 어부와 물고기를 뺏으려는 상어들과의 사투가 전개됩니다.

 

그런 치열한 정황 속에 등장하는 3개의 문장을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It is silly not to hope'

 

첫 번째 상어의 공격으로 '거대한 물고기'의 살점이 1/3이나 뜯겨져 나갔습니다.

 

늙은 어부는 공격하던 상어를 죽이기 위해 거의 유일한 무기인 작살을 써버렸습니다. 

 

또 다른 상어의 공격 같은, 앞으로 닥칠 위기 상황에서 늙은 어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배 젓는 두 개의 노 중에서 한 개의 끄트머리에 칼을 붙들어 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일이야, 그는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건 죄라고 생각해.

▷어네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정홍택 옮김, 소담출판사, 2001년 22쇄) 중에서.

It is silly not to hope, he thought. Besides I believe it is a sin. 

▷「The old man and the sea」(Ernest Hemingway, Scriber classics, 1952). 

 

헤밍웨이는 늙은 어부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고통 속일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하네요.

 

'I believe it is a sin.'

 

희망을 버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일 뿐만 아니라 죄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생각한다'라는 부분이 원문에서는 'think'가 아니라 'believe'입니다.

 

단순히 고민하는 과정의 생각(think)이 아니라 확신하는 생각(believe)이라는 말이네요.

 

희망을 버린다고? 그건 죄야 죄! 이렇게 헤밍웨이가 우리에게 외치는 기분이 드는 단어네요.

 

희망할 수 있다면 빛이 보일 것이고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 지어다.

▷「신곡 - 지옥편」(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7년) 중에서.

 

어떤 것도 희망할 수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지옥이겠지요?

 

지금 희망하고 있는지요? 무엇이라도 말입니다.

 

2. 'from his pain he knew he was not dead'

 

항구로 돌아가는 길, '거대한 물고기'를 두 번째로 공격한 것은 두 마리의 상어였습니다.  

 

늙은 어부는 사력을 다해 칼로 물리쳤지만 물고기의 많은 부분을 상어에게 뜯겼습니다.

 

세 번째 상어의 공격을 막느라 유일한 칼마저 부러지고, 네 번째 상어의 공격에서는 부러진 노(몽둥이)로 상어를 물리쳐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물고기'의 절반이 파괴되었습니다.

 

아직 항구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 넓고 어두운 바다 위입니다.

 

상어들과 싸우느라 기진맥진한 늙은 어부입니다.

 

그는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 and from his pain he knew he was not dead.

▷위의 같은 책들 중에서.

 

고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 장면을 통해 헤밍웨이는 우리 어깨를 토닥거려 주네요.

 

-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건 자네가 살아있다는 뜻이지.

 

- 외로움이나 괴로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일세.

 

- 고통 속에는 살고자 하는 강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지.

 

고통 없는 삶이 더할 수 없이 좋은 삶이겠지만 삶이 어디 그렇던가요?

 

삶에서 만나게 되는 고통, 더 큰 삶으로 가는 징검돌이 되기를!

"It's_silly_not_to_hope!"_헤밍웨이_'노인과_바다'_중에서.
"It's silly not to hope!"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에서.

 

 

3. 'I'll bring the lucky with me'

항구로 오는 바다 위, 자정이 지나 다섯 번째 상어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떼를 지어 몰려왔습니다.

 

상어 떼의 공격으로 '거대한 물고기'에서 먹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 빼앗겨버렸습니다.

 

항구에 배를 댔을 때 '거대한 물고기'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코에서 꼬리까지 18피트(약 5.5미터)의 앙상한 물고기만 데리고 항구로 돌아온 것입니다.

 

늙은 어부를 도와 바다로 고기잡이를 함께 나가곤 했던 소년이 이튿날 늙은 어부의 오두막으로 왔습니다.

 

소년은 늙은 어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우린 다시 같이 나가는 거예요"

"난 운이 없어. 이제 운이 다 간 거야"

"운 같은 건 상관할 것 없어요." 소년이 말했다. "내가 운을 가져오겠어요."

"Now we fish together again."

"I am not lucky. I am not lucky anymore."

"The hell with lucky," the boy said. "I'll bring the lucky with me." 

▷위의 같은 책들 중에서.

 

이것이 소설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고, 겨우 잡은 '거대한 물고기'마저 상어에게 살점을 다 뺏겨 뼈만 데리고 온 늙은 어부입니다.

 

이제 자신에게는 운이 없다고 하는 늙은 어부를 향해 소년은 이렇게 말하네요.

 

'The hell with lucky'

 

행운이라고요? 빌어먹을 행운 같으니라고요! 이런 뉘앙스가 느껴지네요.

 

지옥에도 행운은 있다고요! 소년이 이렇게 외치는 것도 같고요.

 

그깟 운이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치는 소년이 참 믿음직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얼마나 멋진 말인지요?

 

만약에 할아버지 운이 다 됐다면 내 운을 가져오면 되잖아요!

 

이 소년의 마지막 대사에 우리네 삶의 힌트가 숨어 있네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대는 어떻게 말하는 쪽인가요?

 

"I am not lucky."인가요?

 

"I'll bring the lucky with me."인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행복한 삶의 팁이 되는 헤밍웨이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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