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편으로 해운대에 있는 '신창국밥 해운대점'에 갑니다. 부산 대표 향토음식으로 꼽히는 돼지국밥 맛집입니다. 어떤 맛일까요? 함께 국밥을 먹으며 세상 사는 일도 읽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봅시다.
1. 부산 맛집 - 해운대 ‘신창국밥’ 돼지국밥 소개
올해(2023년)로 54살 된 돼지국밥집, '신창국밥 해운대점'(부산 해운대구 세실로 27번 길 21 원재프라자)에 왔습니다. 1969년에 문을 연 오래된 식당인데요, 부산에 모두 5곳이 있습니다. 본점은 토성동에, 지점은 이곳 해운대점을 비롯해서 부산역점, 법원점, 남천동점이 있어요.
이곳 해운대점은 창업주의 아들이 운영하는데(카운터를 지키는 분한테 물었더니 ‘제가 그 아들내미 됩니다’고 하시네요.) 1998년 문을 연 곳입니다. 시내 곳곳에 돼지국밥 식당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소문난 식당 중의 한 곳이 바로 이곳 ‘신창국밥’입니다.
맛집의 특징은 식당 사람들의 ‘착함’이랄까요? 빗방울이네는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 가면 그 식당 사람들이 착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침착히, 무얼 물어도 다정히. 이것이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데, 이 집도 그랬습니다. 주인도, 음식을 가져다주는 분들도 다정다감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이 집 돼지국밥, 거의 절반은 맛있어졌겠습니다.
돼지국밥의 기본은 그냥 ‘국밥’입니다. 따로국밥, 수육국밥 등이 있지만 차림표의 가장 앞에 있는 ‘국밥’이 그 집의 대표메뉴라 보면 됩니다.
이 집 ‘국밥’은 주문할 때 고기만, 순대만, 내장만, 고기+순대, 섞어, 고기+내장 등으로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고급 양식요리를 주문할 때처럼요.
이 집 국밥은 ‘약간 뜨겁다’ 정도의 온도로 식탁 위에 나옵니다. 그 까닭은 ‘토렴’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주방에서 국밥 대접에 밥과 고기를 담은 다음, 뜨거운 국물을 그 대접에 수차례 넣었다 쏟았다(국물만)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밥과 고기와 국물이 혼연일체가 되어 입맛을 돋우게 되니까요. 그래서 온도가 내려가게 됩니다. 이 집에서 아주 뜨거운 국밥을 원한다면 ‘끓여주세요!’라고 말하면 됩니다.
차림표를 볼까요?
국밥(9,000원), 따로국밥(10,000원), 수육/밥(12,000원), 수육(소 30,000원, 대 45,000원), 전골(소 30,000원, 대 45,000원)이 있네요.
이 집은 5인분 이상 전국 택배가 된다고 하네요.
빗방울이네는 오늘 벽 쪽에 있는 식탁에서 국밥을 먹었는데, 벽 낮은 곳에 창업자 내외분의 사진이 든 조그마한 액자가 걸려 있네요. 이 집에서 내놓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장면이네요.
2. ‘오늘 우리 돼지국밥 한 그릇 하자’
아침 8시 45분, 도서관에 가려고 셔틀버스를 탔을 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복잡한 셔틀버스에 겨우 자리를 하나 잡았는데요. 은사님의 전화였어요.
점심하자! 오늘 돼지국밥 한 그릇 하자!
셔틀버스는 막 출발했고요, 은사님은 돼지국밥이 드시고 싶고요, 빗방울이네는 도서관에 가서 시를 읽고 포스팅하려 하고요. 어떻게 할까요?
옙! 알겠습니다. 12:00까지 아파트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오늘 생활계획표 전격 수정합니다. 여든 중반의 은사님이 돼지국밥을 한 그릇 하자 하시는데요, 그보다 긴한 일이 뭐가 있겠는지요? 맛있는 돼지국밥에 모든 주파수를 맞추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읽으려고 했던, 시집도 잠시 덮어두었습니다. 이렇게 가게 된 집이 ‘신창국밥’입니다.
빗방울이네는 ‘국밥’을, 은사님은 ‘수육밥’을 주문했습니다. 은사님은 이 ‘신창국밥’이 입맛에 맞다고 하시네요. 입에 맞는 음식이 가까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요. 연방 물으십니다. 자네는 돼지고기 별로 안 좋아하지? 속내는 그렇지만 어쩝니까? 아닙니다, 좋아합니다. 이렇게 대답해야지요. 은사님이 모처럼 돼지국밥이 드시고 싶다 하시는데요. 돼지고기와는 친하지 않은 ‘수음인’이긴 하지만, 빗방울이네도 돼지국밥을 잘 먹습니다. 자주 먹는 건 아니지만요.
은사님은 회색의 도리구찌 모자를 쓰셨네요. 새 주둥이(도리구찌)처럼 생긴 헌팅캡 말입니다. 은사님이 국밥을 드실 때 보니 그 모자의 앞창에 얼굴이 가려 입만 보이네요. 그 속으로 수육이 한 점 한 점 맛있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기다란 배추김치를 접시 위에 펼치고요, 그 위에 수육 한 점을 올리고요, 그 수육에 된장을 조금 바르고요, 생마늘, 양파, 새우젓을 차례로 올리고요, 그 모든 것을 배추김치로 감싸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네요. 은사님은 얼마나 오래 이 기술을 연마해 오셨겠는지요.
나는 여기까지만 먹을 거니까, 나머지는 자네가 좀 먹어줘.
허공에서 젓가락으로 접시 위 수육의 영토를 분할하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당신에게는 수육의 양이 많다고 빗방울이네가 도와달라는 겁니다. 이럴 때, 덥석 도와드리는 건 경우가 아니겠지요?
저도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그 정도는 드셔야 불뚝 힘이 솟지요. 국민 정량이니 당해 국민이 해결하십시오!
이렇게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결국 접시 위의 수육들이 셋, 둘, 하나, 이렇게 다 사라지네요. 은사님의 도리구찌 모자 아래의 입속으로요.
앗따, 잘 먹었다! 진짜 오랜만에 돼지국밥 한 그릇 잘했네!
이 말씀은 얼마나 안심이 되는 말인지요. 듣는 이의 팔뚝에 얼마나 소름 속속 돋는 말인지요.
저도 덕분에 돼지국밥 한 그릇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사님!
3. 돼지국밥 한 그릇이 거뜬히 해결해 준 것들에 대하여
송정 쪽으로 드라이브 한 번 할까?
돼지국밥집을 나서며 한 은사님의 제안으로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갑니다. 송정해수욕장 있는 송정의 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가 되는 지점입니다. 익숙한 거처를 벗어나 오랜만에 동해바다를 만난 은사님은 큰 기지개를 켜시네요.
우리는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해동용궁사, 국립수산과학원, 아난티 코브 근처까지 달렸습니다. 바다는 하얀 물결을 일으키며 해변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우리도 그렇게 지난 시간을 하나씩 꺼내 어루만졌습니다. 그 대화 속으로 몇 사람들이 호명되어 나와 잠시 머물다 다시 돌아갔을 때, 우리는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고요.
내 컴퓨터 한번 봐주겠나?
빗방울이네 오늘 참 바쁘네요. 이 바쁨은 뭐랄까요, 널널한 바쁨이랄까요? 사모님과 두 분이 사는 은사님 댁 선풍기는 푹 쉬고 있네요.
초가을인데 자넨 더위를 많이 타는군!
지난여름에도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은사님은 선풍기 연결하는 콘센트가 벽 어디에 있는지 못 찾으시네요. 아파트 단지에서 절약왕으로 상을 탔다는 사모님의 영향일까요?
그런데 말이야, 이메일 비밀번호를 모르겠어. 예전에는 잘 되었는데. 요즘 워낙 빠르게 변하니까, 우린 못 따라갈 정도로.
예전 같지 않으시네요. 잘 잊고, 또 이것이 저것으로 혼동되시나 봅니다. 늘 쓰시던 학교 웹메일, 다음과 네이버 메일의 아이디와 비번을 다시 세팅했습니다.
자네는 이렇게 쉽게 하는 걸···. 자네가 가고 나면 또 모를 텐데, 거 참.
여보, 단디(단단히의 부산말) 들어 놓으이소. 메일 하는 법, 단디요!
시장 가셨던 사모님이 들어오시면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은사님이 근래에 메일 안 된다고 분이 났고, 그 분이 엉뚱하게 사모님에게로 가곤 했던 모양이네요.
사모님은 오미자 차와 과일을 내오시네요. 은사님은 사모님한테 미안했던지 사모님 쪽은 보지도 않고 빗방울이네에게 이러시네요.
먹으면서 해라. 배가 참 달더라.
새로 세팅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상 앞에 붙였습니다.
아, 그래, 잘 안 되면 이거 보면 되겠네. 고마우이.
만일 그래도 잘 안 되면 바로 전화 주십시오. 또 돼지국밥 먹으러 달려오겠습니다.
은사님의 방을 나서니 사모님이 마중을 나오십니다.
사모님, 아까 국밥 먹으면서 고깃국 한 그릇 사 왔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두었으니 맛있게 드십시오.
아이고, 머할라꼬! 참말로. 그라모 다음에 제가 맛있는 거 사께요.
팔순의 사모님은 언제나 제자에게 깍듯이 대하십니다. 두 분의 표정이 밝습니다. 오늘 돼지국밥이 은사님 댁의 이런저런 근심을 해결해 주네요. 허해진 몸과 마음, 희미해진 메일 아이디와 비번까지 다시 '세팅'해 주네요. 감사합니다, 신창국밥 사장님!
글 읽으며 가끔 맛있는 음식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독서 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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