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익어가는 바 이야기

아이스 바(ice bar) '옥수수 익어가는 바'를 먹어봅니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그대라면 좋아할 맛입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쫀득한 옥수수 알갱이가 가득 들어있다니! 기특한 간식거리네요. 정체가 무얼까요?
 

1. (주)라벨리의 '옥수수 익어가는 바' 소개

 
우연히 먹어보았는데 의외였습니다. 모든 걸 얼려버리는 냉동실에서 꺼낸 차가운 아이스 바(ice bar)인데, 쫀득한 옥수수 알갱이가 씹히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그래서 올여름 하루 두어 개씩 먹었습니다. 옥수수맛을 좋아해서요. 옥수수가 든 것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이 아이스 바로 '독서목욕' 하면서, 이 멋진 녀석을 블친님들께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는 내내 삶은 옥수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입안을 채우는 구수한 맛 말입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렇게 삶은 옥수수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아이스 바의 제조비법이라고 하네요. 원래 삶은 옥수수 알갱이를 냉동하면 돌처럼 딱딱해질 거라 생각되는데, 그 생각을 뛰어넘는 가공기술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스 바 한 개에 16.9%의 옥수수가 함유되어 있다고 포장지에 적혀있네요. 많지요? 한 입 베어물 때마다 옥수수 알갱이가 3~4개씩 씹히는 아이스크림입니다.
 
포장지에 'Lavelee'라고 적혀 있는데, 이 아이스 바를 만든 제조사였네요. 궁금해졌습니다. 죄송하지만 빗방울이네는 처음 들어본 회사였거든요. 이 괜찮은 녀석을 만드는 회사, 궁금하네요.
 

2. 1954년 설립된 (주)라벨리라는 오래된 아이스크림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갔습니다. 맞네요. (주)라벨리.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있는 아이스크림 제조회사인데요, 전통이 오래된 회사군요. 1954년 광주광역시에서 신선유업사로 출발했네요. (주)빙그레, (주)크라운제과 같은 잘 알려진 회사의 협력업체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네요. 비비빅, 메로나, 컵스컵스 같은 제품 생산을 이 회사에서 협력한 거였군요.
 
회사의 모토가 눈에 띕니다. '정직한 제품을 정성스럽게 생산하는 라벨리입니다.' 뭔가 진심이 느껴지네요.
 
거기에 유튜브 동영상이 하나 있었어요. '옥수수 익어가는 바'를 만드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인데요, 옥수수 알갱이가 정말 넉넉하게 들어가네요. 삶은 옥수수 알갱이가 가득 든 커다란 투명 비닐봉지를 뜯어 아이스크림에 노란 알갱이들을 주르륵 투하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다음 과정부터는 전자동입니다.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은 기계는 방금 투하된 옥수수 알갱이가 아이스크림에 골고루 잘 섞이도록 쉼 없이 돌아가네요. 바의 틀에 아이스크림을 주입하는 과정, 막대를 결합하는 과정, 포장하는 과정까지 기계가 하고 있었어요. 맨 나중 과정, 아이스 바를 종이박스에 포장하는 일은 사람손으로 하고요.
 

(주)라벨리의 '옥수수 익어가는 바'.

 

 

3. '당신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요'라는 말

빗방울이네가 좋아하니까 짝지 풀잎이 오늘도 편의점(CU)에서 이 아이스 바를 한 봉지 가득 사 왔어요. 그리고 풀잎도 하나 먹어보고는 이렇게 말하네요.
 
당신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이 말을 듣고 뭉클해졌답니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긴 내용을 들었네요. 같은 것을 먹어보고 '어떤 맛'을 느끼면서 '아, 이 맛 때문에 이 사람이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는 거네요. 이는 '그 형체가 없고 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맛'을 빗방울이네가 좋아한다는 것을 풀잎이 알고 있다는 것인데, '그 형체가 없고 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맛'을 그 맛의 세계에서 서로 공유하는 일은 얼마나 정다운 일인지요? 
 
만약 그대가 이 아이스바를 먹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만 같습니다.
 
빗방울이네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독서목욕'에서 김현승 시인님의 시 '가을의 기도'를 만나 보세요.

김현승 시 가을의 기도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