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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부산 맛집 - 부산시청 거제시장 소문난 시장칼국수

by 빗방울이네 202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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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 편으로 부산시청 근처 칼국수집에 갑니다. 지금 부산시청 근처라면, 딱히 정해놓은 점심메뉴가 마땅찮다면 가실만한 집입니다. 칼국수를 먹으며 칼국수라는 '사물'을 읽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봅시다. 

 

1. 칼국수에 대해 생각해보는 몇 가지


빗방울이네 오늘 부산시청에서 일 본다고 점심시간을 놓쳤네요. 혼자 먹어야 하는 상황. 아, 시청 뒤쪽 거제시장, 그 곳은 칼국수집 집성촌이군. 거기 가보자. 이렇게 가게 된 곳이 ‘소문난 시장칼국수’(부산시 연제구 거제시장로 14번 길 28)입니다. 오후 1시가 넘었으니 무얼 먹어도 맛있을 여건이 조성되었네요.

처음 이 집 칼국수와 만나 젓가락으로 면을 쭈욱 들어 올렸을 때 빗방울이네, 웃음이 났습니다. 후후, 이 녀석이야. 안 먹어보아도 알겠네. 꽤 괜찮은 녀석인 걸! 면이 울퉁불퉁 들쭉날쭉이었으니까요. 면의 폭 말입니다. 아주머니가 칼국수를 썰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셨을까요? 분명 한석봉 님의 어머니는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요, 이런 불규칙이 얼마나 미각을 돋우는데요. 면의 굵기가 모두 똑같은 칼국수라면 그건 칼국수에 대한 예의가 좀 아니라고 봅니다 빗방울이네는요.

칼국수니까요. 이 음식은 ‘칼’이 붙은, 그것도 맨 앞에 붙은 ‘칼’국수예요. 세상 모든 요리에 칼의 맛이 스며 있겠지만 칼국수는 그중의 왕이네요. 칼국수 말고 이렇게 당당하게 이름에 칼이 들어있는 음식이 뭐가 있던가요?
 
영어로는 뭘까요? 'kalguksu', 'chopped noodle'이네요. 'chopped'는 '잘게 썬' '다진'이라는 뜻인데, 이게 우리가 아는 '칼국수'의 정체를 외국인에게 10%라도 전해줄 수 있을까요?
 
만약 칼국수를 직역해 'knife noodle'이라고 한다면, 처음 듣는 이방인들은 무어라고 생각할까요? 칼이 든 국수라니!라고 놀라 어깨를 으쓱 들어올릴 뿐 칼국수의 리얼리티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칼국수 민족은 칼국수 주세요,라고 주문했을 때부터 '칼'이라는 글자는 성대를 깊게 울리므로 입맛을 한 번쯤 다셔 주어야만 하네요. 자신의 정체성을 이름을 통해 직관적으로 던져주는 칼국수. 이 명칭이 주는 느낌들 - 날카로움, 번쩍임, 두려움, 그리고 불규칙함 같은 '칼맛'이 어우러져 우리의 입맛을 돋우네요.
 

2. 이 아날로그의 불규칙함이 맛있네요!

 
특히 아날로그의 불규칙함요. 이 집 칼국수 면 가운데 폭이 넓은 녀석은 1센티미터를 넘는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칼의 느낌’이 살아있는 칼국수예요. 탁탁탁, 칼소리가 들리는 칼국수, 칼과 도마가 자꾸 생각나는 칼국수예요.

 

면을 썰던 아주머니, 끓는 육수 넘치는지 보려다 또 면발 두꺼워진 칼국수예요. 아고, 면이 너무 두꺼워졌네, 정신 차려야지! 아니에요, 아주머니 괜찮아요. 이런 못생김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어쩌면 칼국수와 수제비를 함께 먹는 기분이랄까요?

빗방울이네는 이 못생김 하나로 이 집 칼국수 별 다섯 개를 주려고요. 너무 반지르르한 것들이 주름잡는 세상에 여전히 못생김으로 남아있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사장님, 이 못생김을 부디 유지해 주셔요!

나머지는 말해 무얼 하겠는지요?

그냥 소박한 칼국수인데요, 5,000원인데요. 우리가 이 소박함, 간소함 외에 무얼 더 기대해야 할까요? 칼국수에 소고기 덩이라도 들었으면 얼마나 낯설겠는지요. 멸치 육수 뜨끈하고, 면발 못 생기고, 잘 익거나 전혀 안 익은 깍두기 한 접시면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요, 이 상황에서 필요한 점이 딱 한 가지 있었네요. 다정한 사람요. 빗방울이네 짝지 풀잎요.

한참 젓가락 수직운동을 하다 보니 혼자라는 자각이 문득 들었겠지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겠지요. 모두 삼삼오오였네요. 그 속에서 칼국수를 칼같이 홀로 먹고 있는 빗방울이네! 외로이 칼국수 대접하고만 벗하고 있는 일, 썩 그렇게 맛있는 일은 아니었네요. 아, 나의 풀잎!
 

거제시장소문난시장칼국수차림
부산시청 뒤쪽 거제시장 '소문난 시장칼국수'의 칼국수. 면이 울퉁불퉁하고 쫄깃하다.

 

 

3. 그대는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나요?

 
우리가 맛있는 음식이라고 여기는 음식은 함께 먹는 음식이 아닐까요? 좋은 사람과 함께요.
 
정말 마음 잘 통하는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을 먹든 무슨 상관이겠는지요? 모래가 씹히는 밥이라도요. 이번엔 내가 더 큰 모래다! 까르르 웃으며 맛있겠지요?

그 ‘좋은 사람’은 음식 속에 들어있는 재료도 아닌데 그 '좋은 사람'과 함께면 왜 음식맛이 좋을까요? 그러니까 맛있는 음식이란 그 속에 '맛있음'으로만 꽉 차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네요. 맛있다는 것은 우리 몸의 경험, 마음의 기억에 좌우된다는 것이네요. 그런 것은 음식 외부에 있는 거네요.

만일 어떤 음식이 맛있다면, '맛있음'이라는 성질을 음식이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가 처음 먹었을 때와 같은 '맛있음'이 배가 불러도 계속 유지되어야 할 텐데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맛있기도 하고 보기 싫어지기도 하니까요, 절대적으로 독야청청 홀로 맛있는 음식이란 세상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중국사람들에게 아주 맛있는 음식은 누구나 먹어도 맛있을까요? 뭐든 잘 먹는 어떤 이가 중국 여행을 갔다가 쫄쫄 굶었다는 사연은 무엇을 말할까요? 그대는 고수를 잘 먹을 수 있나요? 추어탕에 방앗잎을 넣어 맛있게 먹나요? 인삼을 좋아하나요? 그런데 그대가 이 모두를 좋아하는데 이 모두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무얼 말할까요?

음식맛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좋은 사람의 사랑이라고 빗방울이네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우리 어서 함께 먹어줍시다. 그건 그 ‘뭐’가 먹고 싶다는 뜻보다 ‘그대’와 그것을 먹고 싶다는 뜻이니까요, 그대가 아니면 그 ‘뭐’는 뭐가 맛있겠는지요?

글 읽다가 가끔 맛있는 음식 먹으며 몸과 마음을 데우는 '독서 목욕'에서 맛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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