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으로 철마 「오가네」의 곰탕을 만나봅니다.
"이게 곰탕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맛집입니다.
함께 읽으며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부산 맛집 철마 곰탕 전문점 「오가네」 소개
「오가네」(부산 기장군 철마로 479)는 20년 된(2024년 현재) 곰탕 전문점입니다.
기장군 철마면 행정복지센터와 철마우체국 사이에 있습니다.
식당 입구에 '소머리곰탕, 수육백반, 족탕, 꼬리곰탕 전문점'이라는 홍보문구가 길게 붙어 있네요.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 집은 재료 소진 시 영업을 종료하는데, 그 준비된 재료가 그리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보통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낮 12시 즈음까지 영업을 합니다.
2시간 정도 반짝 영업하는 곰탕집이라니!
그것도 11시까지(!)는 도착해야 번호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장 판매를 하지 않는 점도 이 집의 특색입니다.
이런 소식들은 우리를 감질나게 하네요.
도대체 어떤 곰탕이기에?
메뉴판을 볼까요?
모든 메뉴 아래에 '국내산 한우'라고 붉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네요.
식사류로는 소머리곰탕 8,000원, 수육백반 12,000원, 족탕 20,000원, 꼬리곰탕 25,000원이 있습니다.
수육 메뉴로는 모듬수육 70,000원, 소머리수육 25,000~35,000원이 있고요.
2. 곰탕 마주하고 어머니 생각 나 울컥해진 집
일요일, 아침 겸 점심으로 이 집 곰탕을 맛보기로 하고 11시쯤 도착했습니다.
11시에 도착했지만 아슬하게 결승점에 슬라이딩하듯 거의 마지막 손님으로 도착한 거였어요.
뒤에 오는 손님들은 번호표를 못 받고 돌아갔거든요.
30분가량 대기하고, 주문한 '수육백반'이 식탁에 도착했습니다.
넌 대체 어떤 곰탕이니?
그런데요, 곰탕 뚝배기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는데 가슴이 울컥하지 뭡니까?
뚝배기에서 올라온 곰탕 향에 어머니 생각이 불쑥 났던 겁니다.
그 곰탕 향이 예전에 어머니가 끓여준 곰탕 향,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누린내가 올라오는 맛입니다.
이 희미한 누린내는 아주 건강한 기분을 주는 맛입니다.
곰탕 특유의 누린내를 다른 것으로 감추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서 주인의 자부심이 느껴졌달까요?
'수육백반' 메뉴는 뚝배기에 담긴 곰탕 진국과 접시에 깔린 소머리 수육이 따로 나옵니다.
뚝배기에 든 진국은 한우 잡뼈를 넣고 몇 날 며칠을 가마솥에서 우려낸 것이라 합니다.
첫맛을 보니 고소한 맛이 깊고 진합니다. 고스란히 농축된 생명의 힘을 겸허히 건네받는 기분입니다.
소금 간도 안 된, 가마솥에서 바로 식탁으로 온 진국이네요.
이 진국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소금과 후추와 대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빗방울이네의 시식 결과, 곰탕 진국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약간의 소금만 넣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수육도 단연 특별합니다. 촉촉하고 부들부들한 것이 크게 씹을 사이도 없이 넘어가 한 몸이 되는 기분입니다.
함께 나온 반찬도 맛깔스럽고 다양하네요.
그 중에 대구 창란이 든 깍두기가 밥을 만 곰탕과 잘 어울렸습니다.
방아잎으로 만든 장아찌도 향긋하니 좋았고요.
부추무침이 나왔는데, 짝지 풀잎의 추천대로 이 부추무침에 수육을 말아먹으니 소주 생각이 간절했다는 점도 덧붙여 둡니다.
한창 먹고 있는데, 그 사이 다 먹은 사람들이 계산을 하고 한 팀씩 문을 나섭니다.
그 사람들은 "사장님, 잘 먹었습니다." 하고 꼬박꼬박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갑니다.
그 말의 온도 속에 따뜻한 진심이 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먹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문장들을 듣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 이 집 곰탕을 먹은 이라면 저런 진심 톤으로 말할 수밖에 없겠어!
3. 오전에 반짝 영업하고 문 닫는 곰탕집이라니요!
"마쳐라!"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주방을 향해 외쳤습니다.
시계를 보니 12:05.
아니 이제 점심시간인데 벌써?
앞서 소개드린 대로 이 집은 재료가 다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하는 집입니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손님들이 간간히 들어옵니다.
"오늘은 영업을 다 마쳤습니다."
사장님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설명하느라 바쁘시네요.
"아무 거나 안 되나요? 울산에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고기가 다 떨어지고 없습니다."
이런 작은 실랑이는 평소에도 다반사인 듯, 사장님은 다소 건조하게 말씀하시네요.
재료 소진시까지 영업.
못 먹은 사람은 섭섭하겠지만, 이 말은 어쩐지 든든한 느낌을 주네요.
알맞게 준비해서 그날 팔고 또 내일 준비한다는 뜻일 텐데, 음식에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식당 안에 일하는 분들이 5~6명 정도 되었는데, 모두 한 가족인 듯했습니다.
그 가족들을 아침 일찍 음식을 준비했다가 오전 동안만 분주히 영업을 하고 낮 12시쯤 손을 씻는 가족입니다.
마당에 주차된 차 안에서 믹스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식당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텅 빈 식당의 문간에서 곰탕 가족들이 대화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밝고 따뜻했습니다.
재료를 더 준비해서 오후 내내 팔아도 손님이 줄을 설 텐데.
그러나 「오가네」는 그런 욕심이 없나 봅니다.
오후에는 각자 나름의 삶을 여유롭게 살아가겠지요?
곰탕 같은 '진국의 삶'을 추구하는 「오가네」라고 할까요?
결코 돈이 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순간이었습니다.
글 읽다가 가끔 맛있는 거 먹으며 몸과 마음을 북돋우는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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