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 남구 연합횟집

부산은 해산물 먹거리가 풍부합니다. 그중에서도 생선회는 빠질 수 없는 부산의 맛입니다. 오늘 부산 맛집으로 아주 특별한 횟집 한 곳을 소개해드립니다.

1. 40년 넘게 세로 썰기로 회를 내는 집

부산에는 내로라하는 횟집이 참으로 많습니다. 화려한 도심에서 이처럼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점이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부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도 고급 횟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산사람들이 부산으로 출장온 서울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곳이 있습니다. 부산 남구 남천동 해변시장에 있는 연합횟집입니다. 남천동 빵집거리 '빵천동'에 있는 맛집입니다.

이곳에서 회를 맛본 그 서울사람은 생선회의 참맛을 여기서 처음 맛보았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집은 1979년부터 올해 44년째 생선회를 내고 있는 집입니다. 이 집은 간판에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3대째 세로 썰기 전문'.

맞습니다. '세로 썰기'로 썬 회를 커다란 접시 위에 냅니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들면 회가 아주 깁니다. 세로 썰기가 뭐냐고요? 물고기의 길이방향으로 썬 회입니다. 아래 접시 참고해 주십시오. 아주 독창적인 광경이지요?

오랫만에 오늘 지인들과 이곳에서 회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횟감으로 나오는 생선의 종류는 다릅니다. 오늘은 광어 도다리 방어가 접시 위에 올랐습니다.

2. 기름지고 쫄깃한 기다란 회

맛이 어떠냐고요? '세로 썰기'여서 회 한 점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입안에 회의 육질이 가득 차는 포만감을 안겨줍니다. 회가 길다 보니 지방질 부위가 그만큼 많아서 회를 씹는 동안 쫄깃하면서도 생선회 특유의 기름진 맛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회 아래에 얼음이 깔려 있어 먹는 내내 차가운 회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회 접시에는 이 집 주방장이 건네주는 보너스가 끼어있습니다. 생선의 뱃살입니다. 그런데 몇 점 안 됩니다. 그래서 겨우 서너 점뿐인 맛있는 뱃살부터 첫 젓가락으로 공략했다가는 눈 밝은 좌중의 누군가로부터 눈총을 받기 십상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의 직장은 이 횟집 근처여서 이 집에서 동료들과 회식을 많이 했습니다. 직장에서 인사이동이 있는 날이면 이 집은 거의 각 방마다 같은 직장 사람들로 꽉 차곤 합니다. 나중에는 서로 이 방 저 방으로 옮겨 다니느라 거의 한 덩어리가 되고는 하지요.

그런데요, 저는 이 집에서 회식을 하는 날이면 인사불성이 되곤 했습니다. 부침개 미역국 오징어초무침 회무침 등 맛깔스러운 사이드 메뉴를 안주로 소주잔들이 테이블 위를 분주하게 오가기 때문에 본 메뉴인 회접시가 나올 때쯤 이미 혀가 꼬부라진 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그 아까운 생선회 많이 먹어줬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곤 합니다.

부산 남구 남천동 연합횟집의 세로썰기 회 상차림.

 

 

3. 추억이 맛이다

이 집에서 광안리해변이 가깝습니다. 그래서 2차는 광안리해변의 노래연습장이나 생맥주집이 좋습니다. 박자를 무시하는 막노래를 하다가, 또는 생맥주를 마시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 어둠 속에서 반짝하고 빛나는 바다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늘 여기 있다고, 바다는 속삭여주는 것만 같을 겁니다. 마치 첫사랑처럼요.

그러면 정말로 당신의 첫사랑이나 지나간 사랑의 추억이 어렴풋이 피어오르곤 할 것입니다. 술에 취하고 사랑에 취한 당신은 참으로 희한한 곳이 다 있네,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다음 당신의 행보는 도대체 알 수 없겠네요. 이런 추억의 덩이를 세로로 썰어 내어주는 이 횟집에서 회 한 점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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