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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부산 맛집 - 동래구 동래밀면

by 빗방울이네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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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는데요, 갑자기 짝지가 밀면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차고 매운 음식이 당기지 않아 주저했는데, 문득 이 집이 생각났습니다. 차가운 밀면과 따뜻한 칼국수가 다 맛있는 집, 그래, ‘동래밀면’ 가면 되겠네! 바로 자동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1. 밀면이 뭐예요?


밀면은 부산의 맛입니다. 타지에 사시는 분들 중엔 밀면이 뭐지?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냉면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루로 만든 냉, 그래서 밀면입니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내려온 이북 사람들이 냉면을 먹고 싶은데 냉면 재료 메밀을 구하기가 어려워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아픔이 배어있는 부산의 대표적 향토음식입니다.

이 때문에 부산에 오는 외지인들이 돼지국밥과 함께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바로 밀면입니다. 부산에는 밀면 맛집이 많은데 '동래밀면'도 선두그룹에 드는 맛집입니다.

‘동래밀면’은 동래소방서 옆에 있습니다. 1996년부터 밀면을 내고 있습니다. 맛 소문에 연예인들의 방문도 잦은 곳입니다. 가게 테이블 하나가 BTS 특별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RM이 매니저와 밀면을 먹고갔는데, 그 자리를 아미가 기념으로 꾸며놓은 것이라 합니다. 최근에는 걸그룹 '여자친구'와 '싸이'도 와서 먹었다고 사장님이 자랑하시네요.

유명인의 방문 이전부터 먹어본, 좀 섬세한 미각을 지닌 저로서는 이 집 밀면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그럴만하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쪽입니다. 대체 어떤 맛일까요?

2. 매콤 비빔밀면과 따뜻 칼국수 이야기


따뜻한 걸 원했던 저는 칼국수, 차갑고 매콤한 걸 원했던 짝지는 비빔밀면을 주문했습니다.

밀면이 나오기 전에 육수가 나옵니다. 냉면집에서처럼요. 이 집 사골 육수 진하고 깊었습니다. 뜨거운 육수가 가득 든 도자기 컵을 두 손에 움켜쥐고 보약 먹듯이 후후 불면서 몇 모금 마시면서 매콤한 밀면이 곧 들어갈 거라는 신호를 속으로 보냅니다.

잠시 후 소중한 밀면을 장착한 우리의 대접이 테이블 위로 모셔집니다. 비빔밀면! 선생님이 내준 어려운 숙제를 오랜 시간 공 들여 드디어 완성한 듯, 아주 창의적인 작품을 마주한 느낌이 듭니다. 맨 아래에는 조심스레 용틀임을 시킨 밀면을 깔고 그 위에 빨간 양념장을 흘린 다음 오이채를 얹고 돼지고기 수육 한 점(왜 이는 딱 한 점이어야만 할까요), 그 위에 삶은 계란을 쌓아 올렸습니다. 멋진 밀면 탑입니다.

양념장에 비빈 밀면 가락을 젓가락에 가득 휘감아 삼키면 부드러운 율동이 식도를 가득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눈이 절로 휘둥그레지는 맛이랄까요? 냉면보다 쫄깃함은 덜하지만 면이 연하고 고소해서 냉면과는 또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아무튼 새콤 달콤 매콤한 이 집 밀면을 먹고 있으면 작은 음식 하나가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짝지의 밀면을 두어 젓가락 먹는 대신 저의 칼국수를 한 접시 덜어주었습니다.

메뉴 이름은 ‘웰빙칼국수’인데, 면발이 초록색입니다. 이 집 칼국수의 특징이 이 초록 면입니다. 어떤 초록일까요? 느낌이 딱 부추였는데, 맞았습니다. 사장님은 생부추를 믹스기에 갈아서 반죽할 때 넣는다고 합니다. 왜 부추일까요? 국수에 부추가 고명으로 들어가듯 면과 맛이 잘 어울리고 건강에도 좋아서죠.

칼국수 고명으로도 부추가 올랐네요. 애호박과 김가루도 들었고요. 깊은 맛이 나는 육수에 가락국수튀김이 넉넉하게 들어가서 육수의 걸쭉함과 고소함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먹고나니 온몸에서 온기가 훅 올라오네요.

동래밀면집의비빔밀면과웰빙칼국수차림
동래밀면집의 비빔밀면과 웰빙칼국수 차림.

 


3. 정성 담긴 음식을 다정한 사람과 먹는 행복


이 집의 고가 메뉴(웰빙칼국수보다 1,000원 비싼 8,000원^^)인 '들깨칼국수'도 맛있답니다. 사장님은 부산에서 들깨를 넣은 칼국수를 처음 개발해 메뉴로 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웰빙칼국수'와 '들깨칼국수' 모두 저의 몸을 위해 주는 느낌이 드는 고마운 음식입니다.

좋은 음식은 몸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마음도 훈훈하게 목욕시켜줍니다. 그래서 좋은 음식은 좋은 책인 것만 같습니다.

몸을 생각해 주는 정성 가득한 음식을 다정한 사람과 함께 먹는 시간, 그 시간이 무엇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던 점심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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