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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백석 레시피 - 가자미

by 빗방울이네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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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백석 시인은 가자미를 사랑한 시인입니다. 그는 1936년과 1937년 수필과 시에서 잇따라 가자미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그의 글을 따라 가자미를 읽으며 먹으며 마음목욕을 해볼까 합니다.

1. 가자미를 사랑한 시인 백석


백석 시인은 1936년 신문에 '가자미·나귀'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수필을 발표합니다. 이 수필의 일부를 함께 읽어보시죠.

'동해 가까운 거리로 와서 나는 가재미와 가장 친하다. 광어, 문어, 고등어, 평메, 횃대 ... 생선이 많지만 모두 한두 끼에 나를 물리게 하고 만다. 그저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
- 「백석전집」(김재용 엮음, 실천문학사) 중에서

그는 이어 1937년에는 '선우사(膳友辭)'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이렇게 가자미를 노래했습니다. 그 일부를 읽어볼까요?

'흰밥과 가재미과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 「정본백석시집」(고형진 엮음, 문학동네) 중에서

이 수필과 시를 발표했을 때 백석 시인 나이는 각각 24세, 25세였습니다. 고릿한 가자미 맛에 흠뻑 빠진 청년 백석이었군요.

2. 동해산 가자미를 백석처럼 먹다


이 글들을 읽고 나서 백석을 사랑하는 우리는 그가 즐겨 먹은 가자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위의 수필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오랜만에 내 가재미를 찾아 생선장으로 갔더니 섭섭하게도 이 물선은 보이지 않았다. 음력 8월 초승이 되어야 이 내 친한 것이 온다고 했다.'

백석이 가자미를 사러 생선시장에 갔는데 아직 가자미철이 아니어서 사지 못해 헛걸음을 했다는 말입니다. 1930년대의 백석에겐 미안하게도 지금의 우리는 언제나 가자미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쇼핑의 달인인 짝지에게 부탁해 택배로 가자미를 주문했습니다.

이틀 후 도착한 아이스박스 안에는 백석이 좋아한 참가자미를 손질해서 말린 동해산 반건조 가자미 9마리가 나란히 누워 있었답니다. 포항 죽도시장의 특산품인 '손질 반건조(피데기) 참가자미'였습니다.

포항 죽도시장 측은 "자연산 참가자미를 동해안 바닷가에서 춥고 맑은 날을 골라 겉만 살짝 말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면서, "독특한 맛과 영양 때문에 마니아층이 두껍다."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자, 백석은 참가자미를 어떻게 먹었을까요? 백석은 위의 수필에서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백석은 가자미를 구워 그 살점을 고추장에 찍어 흰밥 위에 올려먹었음이 자명합니다.

아마도 백석은 아궁이 잔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가자미를 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양면 팬에 가자미를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면 되겠네요.

자, 잘 익은 가자미 살을 한 점 발라 고추장 모자를 씌워 흰밥 위에 올려 입 속으로 넣어봅니다. 어떤 맛일까요?

눈을 감고 백석의 마음이 되어 입속의 가자미와 흰밥과 고추장을 천천히 달래며 음미해 봅니다. 육질은 기름지며 맛은 간간하고 향은 고릿한데 그렇게 마구 춤추는 가자미의 맛을 우리의 빨간 고추장 선수가 알맞게 잡아 줍니다. 이런 맛이었군요. 두 번째 세 번째 숟가락이 연이어 계속됩니다. 백석은 이런 차지면서도 담백한 맛의 가자미를 사랑했군요.

가자미를구워고추장에찍어흰밥에올려보았다
백석 시인처럼 가자미를 구워 고추장에 찍어서 흰밥 위에 올려보았다.

 

 

 

3. 위로가 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백석은 시 '선우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그즈음 백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가 사랑했던 통영의 연인(박경련)이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것도 그의 친구(신현중)와 말입니다.

청년 백석에겐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시로 담아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구석으로 쫓겨난 듯 외로울 때 백석은 시 속에, 수필 속에 자신의 심경을 숨겨 두었군요.

실연의 고통 속에서 그는 내면으로 침잠해 고통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흙탕물이 가라앉듯 고통이 가라앉으면 무엇이 보일까요? 삶의 고갱이가 아닐까요? 자신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주변의 말할 수 없이 가볍고 사소한 것들, 너무 가까워 나를 닮아버린 슬픈 것들, 그래서 한없이 소중하고 소중한 것들 말입니다.

백석의 말처럼 '함께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은 것' 같은 음식, 그렇게 위로가 되는 음식, 당신에게는 그런 음식은 어떤 것인가요?

책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백석 시를 더 읽어보세요.

 

백석 시 선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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