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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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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시인님의 시 '우엉 이야기'를 만납니다. 쓰고 달고 떫은맛을 가진 우엉, 우엉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는 무얼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읽기

 
우엉 이야기
 
- 박진규
 
용호시장 길 한 편에 우엉들이 누워있다
길이가 할배 지팡이만 하다
난전에 나온 찬거리 중에서 땅 속 깊이 가보기로는 일등이겠다
우엉은 왜 저리 깊이 내려갔을까?
날마다 어둡고 딱딱한 곳을 내려갔을 우엉을 생각하다
나도 우엉을 따라 내려간다
별 비빌 언덕이 없었다
그냥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그리우면 이파리들을 흔들고
무서우면 엉터리 휘파람이라도 불며
그저 몸을 움직여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쓰고 달고 떫은 시간들
쉬지 않고 조금씩 파고 내려갔으니
어느 순간 반대쪽에서
우엉, 우엉꽃은 피어났으리라


- 박진규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신생, 2016년) 중에서

 
박진규 시인님은 1963년 부산 기장 출신으로 1989년 부산 mbc 신인문예상에 시 '태백기행'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했고,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가 당선했습니다. 2016년 첫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로 2018년 제18회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 '우엉은 왜 저리 깊이 내려갔을까?'

 
우엉차 좋아하는지요? 우리 모두 사랑하는 김밥에도 들어가는 식재료가 우엉입니다. 이 우엉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어느 오후, KBS 라디오의 클래식 방송을 듣고 있는데 이 시가 흘러나왔어요. 그 당시 '노래의 날개 위에'를 진행하던 정세진 아나운서님의 낭랑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를 타고요.
 
용호시장 길 한 편에 우엉들이 누워있다
길이가 할배 지팡이만 하다
난전에 나온 찬거리 중에서 땅 속 깊이 가보기로는 일등이겠다

-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중에서

 
시 속의 나는 시장 난전에 나온 우엉들을 만났네요. 우엉 뿌리의 길이는 30㎝ 안팎, 길게는 60㎝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기다란 우엉을 보고 할배 지팡이만 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시장에 나온 다양한 반찬거리 가운데 가장 길겠네요. 그러니 땅속 가장 깊은 곳까지 가본 찬거리겠네요. 땅속에 지팡이처럼 서 있는 우엉을 생각합니다.
 
우엉은 왜 저리 깊이 내려갔을까?
날마다 어둡고 딱딱한 곳을 내려갔을 우엉을 생각하다
나도 우엉을 따라 내려간다

-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중에서


기다란 우엉을 보게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 녀석 진짜 기다랗네, 하고 말겠지만 시 속의 나는 '우엉은 왜 저리 깊이 내려갔을까?'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 끝에 땅속 깊이 파고 내려가는 우엉의 생태에서 우리 삶의 단면을 발견하네요. 우엉의 삶과 우리의 삶은 어떻게 겹쳐 있을까요? 우리는 시 속의 나와 함께 우엉을 따라 내려가봅니다. 
 

박진규시우엉이야기중에서
'그냥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중에서.

 

 

3. '그냥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별 비빌 언덕이 없었다 / 그냥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그리우면 이파리들을 흔들고 / 무서우면 엉터리 휘파람이라도 불며
그저 몸을 움직여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중에서

 
이 구절이 시의 중심이네요. '그냥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국어사전에 '파다'의 뜻은 구멍을 파는 행위 말고도 '어떤 것을 알아내기 위해 몹시 노력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신기하게 영어도 그런데요, 'dig'는 '땅을 파다'는 뜻도 있지만, 'dig deep into something' 하면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깊이 파고들다'는 뜻입니다.
 
'그냥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자신 앞에 놓인 딱딱한 상황을 조금씩 파고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디 도움 받을 데 없는 자신이 믿을 것은 그렇게 파고 내려가는 일뿐이라고요. 자신만의 힘으로요.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디면서요. 
 
쓰고 달고 떫은 시간들 / 쉬지 않고 조금씩 파고 내려갔으니
어느 순간 반대쪽에서 / 우엉, 우엉꽃은 피어났으리라
- 박진규 시 '우엉 이야기' 중에서
 
그런데 우엉은 '쉬지 않고 조금씩' 파고 내려갔다고 합니다. 문득, 영화 '쇼생크 탈출'이 떠오르네요. 주인공 팀 로빈스가 아주 작은 조각망치로 벽을 뚫습니다. 조금씩 반복적으로요. 쉬지 않고요. 무언가를 파는 일은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면 김이 샙니다. 팀 로빈스처럼 그 구멍을 커다란 화보로 가려두고 말입니다. 나만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게 결심을 봉인하듯이요.
 
빗방울이네도 벽돌처럼 딱딱하기 그지 없는 책을 읽을 때 이렇게 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매일 쉬지 않고요. 하루 한 줄이라도 읽기. 정말 느리고 느린 일이었지만, 어느 날 문득 맨 마지막 페이지를 만났습니다.
 
우엉은 쓰고 달고 떫은 맛을 냅니다. 이 시는 우엉처럼 무엇이든 깊이 파고 내려가면서 쓰고 달고 떫은맛이 드는 것이 삶이라고 하네요.
 
그러는 가운데 우엉꽃이 활짝 피듯 우리도 자신만의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 그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시는 말하는 것만 같네요. 요즘 그대도 무언가 파고 있겠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박진규 시인님의 시 '꽃처럼'을 만나보세요.

 

박진규 시 꽃처럼 읽기

박진규 시인님의 시 '꽃처럼'을 만납니다. 이 시에는 어떤 삶의 장면이 들어있을까요? 어떤 삶의 팁을 전해줄까요? 함께 시를 읽으며 독서목욕을 하며 마음을 씻어봅시다. 1. 박진규 시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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