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전 「바가바드 기타」(거룩한 자의 노래)의 문장을 만나봅니다.
이 책은 인도 철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품의 하나로, 삶의 지혜가 가득한 책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바가바드 기타' 문장 읽기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면 영혼의 어두운 골짜기에 불이 환히 켜지는 것만 같습니다.
어떤 문장일까요?
행동의 장소, 행동자, 감각기관, 각종 노력, 최고의 주재자 이것이니라.
사람이 그 몸으로나 말로나 마음으로 그 어떤 행동을 했든 간에
옳고 그르고를 물을 것 없이,
그 동기는 다 이 다섯 가지에 있느니라.
사실이 이런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충분한 이성적 판단이 부족한 탓으로,
자기를 단 하나의 행동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참을) 보지 못한다.
▷「바가바드 기타」(함석헌 주석, 한길사, 2021년 16쇄) 중에서.
지금까지 '자기를 단 하나의 행동자'로 여겨왔다면 누구라도 이 구절에서 눈이 동그레 졌을 것입니다.
내가 취한 어떤 행동이 내가 한 행동이 아니라고? 하면서요.
그러면 그 행동(몸이나 말이나 마음으로 한 행동)은 도대체 누가 한 행동이라는 말인가요? 하고 되물으면서요.
「바가바드 기타」에 따르면 그 행동은 5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난다고 하네요.
그것이 바로 ①행동의 장소, ②행동자, ③감각기관, ④각종 노력, ⑤최고의 주재자입니다.
내가 취한 어떤 행동에는 '나(행동자)' 말고도 이렇게 4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눈이 번쩍 뜨이네요.
- 어쩐지 내가 한 일 같지 않더라니! 나라면 그런 결정을 했을 리 없어! 그때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더란 말인가!
이 문장,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아야만겠어요!
2.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가지 살펴보기
「바가바드 기타」 번역본 3가지를 놓고 봅니다.
거기에는 이 5가지가 각각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지 비교해 봅니다.
- 행동의 장소, 행동자, 감각기관, 각종 노력, 최고의 주재자 이것이니라.(함석헌 주석)
- 행위의 장소, 행위하는 자, 여러 가지 수단, 몇 가지 서로 다른 실천 그리고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인 보이지 않는 것이 그것이니라.(간디 주석, 이현주 옮김)
- 소의처(所依處, 몸)와 행위자, 그리고 각종 (행위의) 수단(감각기관)과 여러 종류 각각의 활동, 그리고 다섯 번째로 운명이다.(길희성 역주)
첫 번째 요소는 '행동의 장소'와 '몸'이라는 해석으로 갈립니다.
어떤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말할 텐데, 그것을 몸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행동의 동기나 원인이 이루어지는 곳은 몸이 있는 곳이니 포괄적으로 '행위의 장소'로 새겨봅니다.
행동의 장소는 행동자인 내가 있는 장소입니다.
그 장소가 직장인가, 집인가, 안방인가, 수영장인가, 시위현장인가에 따라 나의 행위는 달라지게 될 것은 분명하겠네요.
두 번째 요소는 세 번역이 모두 '나'를 의미하는 '행동자' '행위하는 자' '행위자'라고 했습니다.
'나의 행위'의 단독 행위자로 알았던 '나'는 겨우 1/5에 불과하네요.
물론 다섯 가지 요소가 일률적인 1/n은 아니겠지만요.
이 다섯가지 조합에는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겠는지요?
다음은 세 번째 요소입니다.
세 번역이 각각 '감각기관' '여러 가지 수단' '각종 (행위의) 수단(감각기관)'이라고 풀이했네요.
우리는 6근(根)인 '안이미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통해 6경(境)인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인식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감각이 일어나고 그 감각이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말일 것입니다.
나의 감각기관은 내가 처한 상황에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나에게 쾌감을 주기도 불쾌감을 주기도 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도요.
그리하여 분위기에 휩쓸려 어떤 결정을 하게 되는 '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에서는 나의 주먹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해도 나의 혀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3. '단 하나의 행동자'로 여긴 '나'에게 주는 자유
다음은 '나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네 번째 요소입니다.
세 번역이 각각 '각종 노력' '몇 가지 서로 다른 실천' '여러 종류의 각각의 활동'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일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그에 따른 노력을 했느냐가 바로 '나의 행동'에 원인이나 동기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네요.
다음은 다섯 번째 요소입니다.
다섯 번째 요소는 세 번역이 각각 '최고의 주재자' '보이지 않는 것' '운명'이라고 소개했네요.
아무리 애써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지 않던가요?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행동들이 있지 않던가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불현듯 오는 행복이나 불행이 있지 않던가요?
이 같은 다섯 가지가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가바드 기타」는 이렇게 말하네요. 같은 문장의 세 가지 번역본을 각각 만나 봅니다.
- 어리석은 사람은 충분한 이성적 판단이 부족한 탓으로, 자기를 단 하나의 행동자라고 생각한다.'(함석헌 주석)
- 깨우쳐지지 못한 지성으로 말미암아 조건 지어지지 않은 '아트만'을 행위자로 여기는 자는 어두운 자요 보지 못하는 자로다.(간디 주석, 이현주 번역)
- 거기서 자아만을 행위자로 보는 자는 깨달음이 부족하여 (참으로) 보지 못하는 무지한 자로다.(길희성 번역)
이 문장은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안해지게 하는 귀한 문장이네요.
지금까지 '자기를 단 하나의 행동자'로 여겨왔던, 욕망으로 얼룩진 시간은 얼마나 무거웠던 시간이었는지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기심과 독선의 시간들 말입니다.
남이 하는 것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의 시간들 말입니다.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 내가 할 수 없었다는 자책과 후회의 시간들 말입니다.
「바가바드 기타」는 말합니다. 모든 것은 5가지 요소에 따라 일어난다고요.
그것은 모든 것은 조건에 따라 일어난다는 말과 같은 뜻일 것입니다.
'나'도 '나의 행위'에 참여하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겠지요?
'나'는 다만 '세계'를 굴려가는 하나의 조건 말입니다.
그러니 '나'는 다만 올바르게 노력하고 즐겁게 나아가면 된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나의 행동'도 올바르고 즐거운 결과로 나타나겠지요?
이런 문장은 우리를 얼마나 자유롭게 해 주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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