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만납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요? 달라이 라마님은 그 비기를 딱 두 문장으로 요점 정리해 주시네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의 문장 읽기
내일이 되었을 때, 오늘과 똑같은 시간에
우리가 다시 이곳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순전히 희망에 의지해서
우리는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시간을 정말로 잘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을 잘 사용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을 도와주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는 말라.'
나는 이것이 내 철학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하워드 커틀러 지음, 류시화 옮김, 김영사, 2006년) 중에
달라이 라마(Dalai Lama) 님(본명: 텐진 가쵸 Tenzin Gyatso)은 1935년 티베트 암도지방 출신입니다. 1940년 제14대 달라이 라마로 즉위했습니다. 붓다의 자비와 지혜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대승 정신의 실천가로 티베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스승이 되고 있습니다. 1959년 중국의 티베트 침략으로 인도로 망명했던 달라이 라마님은 북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무종파적 화합정신인 리메운동(Ri-med)을 펼쳤습니다. 비폭력 평화정신을 선양한 공로로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하워드 커틀러 님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로 정신심리학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2년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 님을 처음 만나 수년 동안 대화를 이어왔습니다. 현재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면서 ‘행복의 기술 AOH 워크숍’을 이끌며 달라이 라마 님과의 대화에서 얻은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습니다.
2. 두꺼운 책에서 만난 금쪽같은 두 문장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처음 읽었을 때, 위의 인용구절이 빗방울이네 가슴으로 쑤욱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두 문장요.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을 도와주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 말라.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중에서
달라이 라마님은 이 두 문장이 자신의 철학의 기초라고 말씀하시네요. 부처님 가르침의 숲을 구석구석 다 다녀보고 깨달음을 얻은 분의 '요점 정리'인 셈입니다.
이 문장을 자그마한 수첩에 적어두고 그 수첩을 펼칠 때마다 읽곤 하였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펼쳐보는 그 일정수첩의 맨 앞장 여백에 적어두었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씩 그 문장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 두 문장에는 세 가지 전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삶이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시간이라네요. 그동안 빗방울이네는 스스로만 위하며 살아왔네요. 물론 다른 사람을 도와준 적도 있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살겠다.'는 것을 삶의 목표로 정해서 살지는 못했습니다.
왜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고 할까요?
우리는 이 '독서목욕'에서 '틱낫한의 사랑법'이라는 책을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너는 자아 없이 있다. 비자아가 여러분의 본질이다.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나'라는 것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문장인지요? 그러므로 나 자신이 행복하려면 '나 아닌 것들', 즉 나를 둘러싼 것들을 행복하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나'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달라이 라마님의 '다른 사람을 도와주어라'는 말씀과 한 몸이네요.
두 번째는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을 도와주라고 합니다. 여기서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이란 사람 말고 다른 생명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문장에서 깊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와서요. 그동안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해 왔던가 하는 자책 때문에요.
이 문장을 접하기 전에는 길 위에 기어가는 자그마한 공벌레를 그렇게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벌레는 더러 발밑에 밟히기도 했고, 그렇게 공벌레를 밟았다는 느낌이 왔을 때도 별 죄책감 없이 지나갔습니다.
이 문장을 만난 뒤 공벌레나 개미 같은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이 눈에 환하게 들어왔습니다. 그 '다른 생명 있는 것들'이 자신들의 길을 갈 수 있게 피해 주게 되었습니다. 이런 습관이 들면서 주위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박구리, 길양이, 비둘기, 달개비꽃, 제비꽃, 큰개불알풀꽃들요.
그 생명들도 열심히 자신의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화단에 신발을 신고 저벅저벅 걸어 들어갈 수 있겠는지요? 화단에서 풍기는 길고양이 오줌냄새,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며 전쟁 치르듯 살고 있을 그 녀석의 오줌냄새가 풍기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지요? 그 녀석 건강하게 살고 있군!
세 번째는 도와주지 못하겠으면 해치지 말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의 삶을 방해하는지요. 상대를 끊임없이 가스라이팅하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욕망하고, 돈과 폭력의 힘으로 다른 삶을 억누르며 황폐화시키는 일들을 생각합니다.
3. 다정하고 밝은 마음 ··· 마음에 새겨진 생물학적 청사진
위에 인용한 문장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의 제4장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부문에 등장합니다. 이 장의 속표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네요
타인들도 나와 똑같이 고통받고 있고
똑같이 행복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중에서
길고양이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전쟁 치르듯 살고 있고, 우리도 저마다 산다고 고통받고 있다고 하네요. 길고양이나 우리나 똑같이 행복을 원하고 있고요.
우리는 평화롭고 다정하고 밝은 마음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좌절과 두려움, 불안과 분노의 느낌은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중에서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님은 이렇게 평화롭고 다정하고 밝은 마음, 즉 사랑 애정 친밀감 자비심 같은 것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그런 좋은 마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까요?
이 책의 공동저자인 하워드 커틀러 님이 이 책에서 인용한 다음 문장을 읽어봅시다.
행동 생물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아기가 자신을 보살피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그 눈을 직접 바라볼 때,
아이는 자기 마음 깊이 새겨진
생물학적인 청사진을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으로부터
평화롭고 다정하고 관심 어린 행동을 끌어내려는 본능이다.
아기를 돌보는 사람도 똑같이
이 본능적인 명령에 복종해 아기를 애정으로 대하게 된다.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중에서
마음 깊이 새겨진 생물학적 청사진!
이 말은 참으로 우리를 저 높은 곳으로 올려주네요.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평화롭고 다정하고 밝은 마음'이 새겨져(!) 있다는 말이니까요. 그게 청사진처럼 설계되어 각인되어 있다는 이 말은 우리를 얼마나 안심시켜 주는지요. 이제 그걸 꺼내 쓰기만 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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