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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부르기

by 빗방울이네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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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가수님의 노래 '고향집 가세'를 만납니다. 도시에 없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지친 우리에게 보약이 되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음미하며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부르기

 
고향집 가세
 
- 정태춘 작사 작곡
 
내 고향집 뒤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 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쟁이 채송화 피우려
음, 푸석한 스레트 지붕 위로 햇살이 비쳐오겠지
에헤야 아침이 올 게야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내 고향집 담 그들의 호랭이꽃 기세등등하게 피어나고
따가운 햇살에 개흙 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음, 뚝딱거리는 괘종시계만
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 게야, 텅 빈 집도 아득하게
에헤야 가물어도 좋아라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내 고향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 바람에 날개 하늘거리고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음,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던지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 게야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음, 샛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고
음, 새마을 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 게야
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어릴 적 학교길 보리밭엔 문둥이도 아직 있을는지
큰 길가 언덕 위 공동묘지엔 상여집도 그냥 있을는지
음, 미군 부대 철조만 그 안으로 음, 융단 같은 골프장 잔디와
음, 이 너머 산비탈 잡초들도 지금 가면 다시 볼 게야
에헤야 내 아버지는 그 땅 아래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 정태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천년의시작) 중에서


2. 그리운고향집 훤히 보여주는 정다운 노래


'고향집 가세'는 1988년 나온 정태춘 박은옥 님의 세 번째 정규 앨범 「무진 새노래」에 실린 노래입니다. 가사가 참으로 아름다운 한 편의 시입니다. 정태춘 님이 30세 때 1984년에 쓴 것입니다. 
 
이 노래 도입부는 특별합니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나면서 정태춘 님이 특유의 저음으로 '어허~'하고 시작합니다. 흐느낌처럼요. 그리고 시를 읊조리듯 노래합니다.
 
내 고향집 뒤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 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쟁이 채송화 피우려 / 음, 푸석한 스레트 지붕 위로 햇살이 비쳐오겠지

-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중에서


뒤뜰, 해바라기, 논둑길, 황소, 수레, 장독대, 채송화, 스레트 지붕 ···.
이런 단어들이 우리의 눈앞에 저마다의 고향집을 선명하게 떠올려주네요. 그런데 '무너진 장독대' '푸석한 스레트 지붕' 같은 표현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옛집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태춘 님의 고향은 경기도 평택의 도두리라는 시골마을입니다. 형님네가 살던 도두리 고향집 형편이 어려워져 집이 팔리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정태춘 님은 아직 새 주인이 들지 않은 빈집에 가서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메모를 했다고 합니다. 그 메모가 이 노래의 가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 노래에는 가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스며있네요. 
 
빗방울이네는 이 1절에서 채송화를 향한 정태춘 님의 따듯한 눈길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쟁이 채송화 피우려 음, 푸석한 스레트 지붕 위로 햇살이 비쳐오겠지'.
 
키 작은 채송화야, 하필 깨진 장독대 틈 사이에 피었노. 맛있는 햇살 어떻게 받아마시려고.
 
그래도 햇살은 비쳐온다고 하네요. 햇살은 차별 없이 만물을 비춰주니까요. 
 
내 고향집 담 그들의 호랭이꽃 기세등등하게 피어나고 / 따가운 햇살에 개흙 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음, 뚝딱거리는 괘종시계만 / 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 게야, 텅 빈 집도 아득하게

-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중에서


여름꽃인 호랑이꽃은 참나리꽃을 말합니다. 백합처럼 길쭉한 주황색 꽃잎에 호랑이무늬가 찍혀있어요. 인적이 없는 곳에 호랑이처럼 기세등등하게 피었군요. 개흙은 진흙을 말할까요? 따가운 햇살에 물기 없이 말라붙어 먼지만 폴폴 난다고 합니다. 툇마루는 큰 마루 옆의 쪽마루를 말합니다. 그 아래 개가 여름 햇살을 피해 잠이 들었네요. 기다란 추가 달린 벽시계, 괘종시계가 텅 빈 집을 울리며 뚝딱거리며 돌아갑니다.
어떤 소리는 고요를 더 고요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겠습니다.
 

정태춘노래고향집가세중에서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중에서.

 

 

3. 어머니 계신 곳 수제비도 좋은 곳


내 고향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중에서

 
3절부터는 옛집에 대한 회상이네요. 정태춘 가수님은 이 고향집에서 5남 3녀의 일곱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정말 바쁘셨겠네요. 대처에 나간 자식들 먹이려고 햇마늘을 흙담에 걸쳐 말리고 있네요. 그것도 '실한 놈들'로만 싸 보내고, 무지러지거나 헐어서 못 쓰게 된 무지렁이만 어머니 차지입니다.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 바람에 날개 하늘거리고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음,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던지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중에서


널빤지로 만든 판장문이네요. 그 앞에 핀 무궁화는 탐스럽고요, 원추리는 앞에 나온 호랑이꽃과 비슷한 주황색 꽃인데 호랑이 무늬가 없네요. 원추리가 수북이 핀 꽃밭에는 가느다란 잠자리들이 하늘거리는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그다음 구절이 이 노래의 솟대네요. ‘꼬부라진 오이 가지’ 때문에 ‘밭고랑에서 막 일어서는 어머니’도 허리가 구주정할 것만 같네요. 밭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헛간 문을 열었네요. 그때 컴컴한 헛간으로부터 퀴퀴한 냄새가 훅 끼치는 것만 같네요. 그 속으로 어머니는 호미를 툭 던져 놓습니다. 아따, 오늘도 수고했다, 하시면서요. 자신에게, 또한 호미에게요. 그런 어머니가 고향집에 계시니 수제비라도 얼마나 좋은지요.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 게야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음, 샛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고 / 음, 새마을 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 게야
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중에서


여기 ‘새마을 모자’ 좀 보셔요. 초록색 모자, 앞에 그려진 노란색 마크는 새싹이고요. 모자로 모기를 쫓는 동네 아저씨들이 보이는 것만 같네요. 마른 쑥이 타는 연기에 눈물이 나 고개를 드니 밤하늘 별이 가득하네요. 대처로 간, 보고싶은 가족도 저 별을 보고 있겠지요?

이 노래의 마무리는 참 슬픈 형식이네요. 노래의 시작 때 울리던 그 방울소리가 다시 들리고요, 정태춘 님과 함께 소리꾼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구성진 가락이 안식처 잃은 우리 영혼을 싣고 아득한 시공간으로 데려가는 것만 같네요.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 우리가 되찾아야 할 고향으로요.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사람답게 자연답게 살아가는 평화로운 곳으로요. 눈언저리가 뜨거워지네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정태춘 가수님의 노래를 더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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