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지족(吾唯知足)'의 뜻을 알아봅니다. '지족(知足)'을 강조한 「유교경」과 「도덕경」의 문장들도 만나봅니다. 여기에는 왜 '족(足)'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을까요? 글 속에 스민 뜻으로 마음을 씻으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오유지족(吾唯知足)'의 뜻
오유지족(吾唯知足)은 '나는 오직 만족을 안다', '스스로 오로지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라고 풀이됩니다.
각각의 한자어 뜻은 이렇습니다. 나 오(吾), 오직 유(唯), 알 지(知), 발 족(足).
오늘 독서목욕에서 우리는 '오유지족'에 담겨있는 두 가지를 탐색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가 발 '족(足)'입니다. 만족의 뜻으로 쓰였네요. 발인데 왜 만족일까요?
'족(足)'의 뜻은 다양합니다. 주로 발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요.
'족(足)'의 '발' 의미군으로는 발, 뿌리, 근본, 가다, 달리다, 밝다, 디디다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족(足)'의 '만족' 의미군으로는 넉넉하다, 충족하다, 족하다, 지키다, 만족하게 여기다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발 '족(足)'은 왜 이렇게 만족의 뜻을 갖게 되었을까요? 궁금증이 꼬리를 무네요.
그 속에는 아주 의미 있는 풍경이 깃들어 있습니다.
足!
상형문자로 풀어봅니다. '足'의 입 '구(口)'는 성(城)을 뜻합니다. 견고한 담으로 둘러싸인 성곽의 형상이겠네요. 입 '구(口)' 아래에 있는 것은 '지(止)'입니다. '지(止)'는 그치다, 멈추다, 머무르다 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므로 '족(足)'은 ‘성(口)에 다 왔다(止)’는 의미로 연결되네요. 성(城)은 도읍이나 도시를 말합니다. 예전에는 이동수단이 대부분 도보(足)였을 겁니다.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부터 걸어서 성(口)에 오는 일은 힘든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 오랜 여행이 끝났다(止)는 뜻으로 확장됩니다. 이는 내가 그 긴 여정에 채워야 할 발(足)이 드디어 가득 찼다는(滿) 것을 말하네요. 이로써 '만족(滿足)'의 뜻이 이미지로 연상되네요. 아, 이제 다 왔구나! 그러니 얼마나 마음이 흐뭇하고 푸근할까요?
2. '만족(滿足)'에 스며있는 뜻에 대해
그런데요, 이 상황에는 생각해 볼 만한 중요한 사유거리가 있습니다.
만족(滿足)!
발(足)로 뛴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입으로 해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몸(足)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몸으로 직접 해보지 않고 이론만 알아서는 만족할 수 없겠네요. 실천하지 않고 말로만 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어렵겠습니다.
이렇게 무슨 일이라도 실천(足)이 가득할(滿) 때 비로소 만족(滿足)할 수 있다는 뜻은 얼마나 깊고 깊은지요?
우리가 '오유지족'에서 탐색할 두 번째는 오직 '유(唯)'입니다.
이 '유(唯)'로 인해 ‘오유지족’의 의미가 '나는 오로지 만족을 안다' '스스로 오직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가 되는데, 이 해석에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 합니다. '나는 오로지 만족을 안다' 류의 해석에는 무언가 대구(對句) 하나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들어서요. 이를테면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같은 절 말입니다.
'유(唯)'는 무슨 뜻일까요? 오직, 다만, 비록 ~ 하더라도. 이런 뜻 말고도 '생각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생각하다’를 적용하면, 오유지족(吾唯知足)은 '나는 지족을 생각한다'는 뜻이 됩니다.
한번 더 풀어쓰면 '나는 만족을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가 되는데, 이는 '만족을 아는 것'(知足)이 어떤 의미라는 것을 내가 숙고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럴테면 뷔페에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었을 때, '만족을 아는 것', 그 맛있는 음식을 적당히 자제하는 것이 나중에 나를 편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차분히 생각해 본다는 뉘앙스 말입니다.
이는 '나는 오로지 만족을 안다'는 문장보다 자연스럽고 깊은 느낌을 줍니다.
오유지족(吾唯知足), 앞으로 그 의미를 '나는 만족을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로 새기면 어떨까요?
3. 「유교경」과 「도덕경」에 나타난 '지족(知足)' 이야기
'지족(知足)'을 강조하는 문장이 담긴 두 고전을 펼쳐봅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이 설해져 있는 「유교경(遺敎經)」부터 살펴봅니다.
만약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若欲脫諸苦惱)
마땅히 만족할 줄 아는 것에 대해 관찰하라. (當觀知足)
- 「유교경연구」(효관 지음, 불광출판사, 2011년)
위의 '관지족(觀知足)'은 앞에서 우리가 살펴본 '유지족(唯知足)'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네요. '만족할 줄 아는 것에 대해 관찰한다(觀知足)', '만족할 줄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唯知足)'.
「유교경」에 있는 문장을 더 소개합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자는 비록 부유하더라도 가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부유하다.
- 「유교경연구」(효관 지음, 불광출판사, 2011년) 중에서
'지족(知足)'을 강조한 문장이 있는 두 번째 고전은 「도덕경」입니다. 제46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러므로 족한 줄 아는 데서 얻는 만족감만이(故知足之足)
영원한 만족감입니다.(常足矣)
- 「도덕경」(노자 원전, 오강남 풀이, 현암사, 1995년 1쇄, 1996년 2쇄) 중에서
'지족(知足)'의 만족감이 유동적인 만족이 아니라 늘 맛볼 수 있도록 유지되는 만족감이라고 합니다.
위 책 「도덕경」에서 해설 부문의 문장을 덧붙입니다.
그러면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은 어떻게 생길 수 있는가?
여기서 암시하고 있는 것은
"도를 따를 때" 족할 줄 아는 마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 책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화(禍)로 말하면 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禍莫大於不知足)
허물로 치면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咎莫大於欲得)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도덕경'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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