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느 전직 대학 총장님 이야기입니다. 엊그제 이 분이 1억 원의 현금을 불쑥 모교 대학에 기부했습니다. 자신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하면서요. 어떤 사연일까요?
1. 적금 깨서 1억원 모교에 기부
바로 부경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신 강남주 님(83세)의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자신의 기부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대학에 부탁하셨다 합니다. 그래서 주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 분의 제자가 어느 SNS에 이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어요.
이번에 기부한 1억 원은 강남주 님 부부가 살림살이를 아끼고 줄여 오랫동안 모은 것이랍니다. 이 댁 사모님은 참으로 검소한 분이라 합니다. 전기세 아끼고 물세 아껴서 아파트에서 선정한 ‘절약왕’ 상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하네요. 대학총장 사모님인데 말입니다. 새 옷도 잘 안사는 분이라 합니다. 그래서 남편인 총장과 동반이 필요한 외출도 잘 안 하실 정도였다고 하네요.
2. 부부가 근검 절약해서 모은 1억원
강남주 님도 소박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 누가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해도 미역국이나 육개장 같은 소박한 메뉴를 좋아했다고 하네요. 옷이나 구두도 늘 입고 신던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기부 사연을 소개한 그 제자는, 어느 해 스승인 강남주 님의 집에 명절 인사를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스승은 인사 안 해도 된다고, 오지 말라고 제자의 방문을 완곡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찌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스승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집에 가보니 이렇더라고 합니다. 거실 장식대 TV 옆에는 모교에서 기념품으로 나누어준 낡은 벽시계가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요. 교자상은 그 표면에 수저와 밥그릇이 스친 자국이 많은 오래된 밥상이었다고 하네요. 제자와 스승은 밥을 먹고 거실에 앉아 차를 마셨는데, 뭘 버리려고 하니까 스승이 거실 소파 아래에서 휴지통을 꺼내 주었다 합니다. 크기가 참외만한 아주 작은 휴지통이었다고 하네요. 제자는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 샛노란 휴지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 작은 휴지통, 버릴 것 없이 간소하게 사는 삶에 대해 많은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죠.
부부 모두 그렇게 검소한 생활로 모으게 된 오래된 적금 1억원을 이번에 후배 장학금으로 낸 것인데요. 그러니까 집 말고는 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알토란같은 현금 재산 모두를 모교에 기부한 것인데요.
3. 기부 소감은?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강남주 님은,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다 하네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기른다고 모교에 평생 신세졌다면서요. 모교에 진 그 빚의 일부를 갚았을 뿐이라고, 마음은 태산 같았으나 내 형편 닿는 만큼 갚은 것이었다고요.
경남 하동 출신인 그는 부경대학교 전신인 부산수산대학교를 졸업한 뒤 15년 간 기자로 활동하다가 부산수산대 교수로, 부경대 총장으로 활동했답니다. 대학을 정년퇴임한 뒤에는 부산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조선통신사문화사업 한국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문화 예술분야에서 다양한 활약을 하셨네요.
빗방울이네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 기부한 그의 장학금은 현금 1억 원만이 아니라 '현금 1억 원 + 뜨거움’이란 생각요. 나는 지금 남들을 위해 어떤 뜨거움을 모으며 살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이네요.
이 분은 시인이시기도 합니다. SNS에서 찾은 그의 시 한 편 올려봅니다.
새와 머리카락
- 강남주
을숙도에 가서
자유롭게 날으는 새를 보면서
머리카락이나 흩날리고 싶었다.
새는 바람을 타지만
바람 속에 삭아가는
나는 시간을 타고 있구나.
강물과 질펀한 황혼과
일출처럼 이제 일몰이 시작된다.
돌아갈 시간이 되면
제 자리를 찾아 바람을 거스르기도 하는
새.
아아
을숙도의 새를 보면서 나는
머리카락이나 흩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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