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대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문장은 그대에게 매우 이로울 것입니다. 오늘은 바이런 케이티 님의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에서 만난 문장을 함께 읽겠습니다. 어떤 문장일까요? 읽으며 생각하며 함께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사랑하는가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오늘 그 책 속의 한 구절이 불쑥 생각났습니다. 이 문장은 제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가 가끔 부이처럼 떠올라 흔들리는 저를 잡아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그대를 위해 다시 그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내기 일쑤이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꾸며낸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바이런 케이티 지음, 유영일 편역, 쌤앤파커스) 중에서
오래 전 이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꾸며낸 이야기였다니! 이 문장은 이 책의 첫번째 장인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사랑하는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책의 저자 바이런 케이티(81세, 미국, Byron Katie)는 '타임'지로부터 새 시대의 영적 지도자로 극찬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자신의 '생각'에 질문을 던져 진정한 자유의 본성을 찾으라고 합니다. 이 책은 삶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과연 그녀의 문장은 우리에게 어떤 사유의 욕조 속으로 데려가 우리의 마음을 씻어 줄까요?
2. 나는 당신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
저는 오늘 누군가와 만나 점심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제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저는 오늘 만날 그를 떠올리면서 그의 외모를 생각합니다. 그가 최근의 만남에서 한 이야기 몇 구절도 떠오릅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도 떠오르고 그의 표정이나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조차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 생각의 총합이 '그'라는 존재가 되는 것이네요.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은 '그'의 실체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요? 1%라도 반영하고 있을까요? 이 1%를 과연 '그'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누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 사랑의 대상은 진정한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서로가 자기 식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자기 식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맛보고 느낍니다. 나는 당신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진정한 나를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위 같은 책 중에서
그러므로 오늘 저와 만나게 될 '그'도 그렇게 저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지어낸 '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상상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합니다. 우리는 만났습니다. 1%와 1%가 만났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서로 원만한 소통을 이루어갈 수 있을까요?
3. 인간은 상상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문득 이 문장이 떠오릅니다. 이상문학상 제1회 수상자인 김승옥 소설가님의 수상소감 한 구절 말입니다.
인간은 상상이다. 상상은 고통을 만든다. 고통을 함께 하는 인간끼리는 행복하다.
- 김승옥 수필집 「뜬 세상에 살기에」(예담) 중에서
'인간은 상상'이라고 하는군요. 이 문장은 다중의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상상이라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우리는 바이런 케이티 님과 김승옥 님의 통찰대로 상상 속에 살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와 실제의 그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나의 욕망과 기대와 희망대로 그에 대한 생각을 지어냈기 때문에, 실재의 그것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서운하고 화가 나고 실망하고 절망하고 원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겠네요.
경상도 사람들이 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위 어른들이, 선배들이 이 문장을 가끔 주고받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당사자가 되어 들은 적도 있습니다.
- 그건 만구 니 생각이다.
모든 것은 너의 생각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상대방은 너의 생각처럼 그렇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너무 성내거나 집착하거나 욕탐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겠지요. 이렇게 이미 저의 주변에서는 바이런 케이티 님과 김승옥 님과 같은 의미의 문장을 사용하고 있었네요. '그건 만구 니 생각이다.'라는 문장을, 두 분의 문장과 함께 떠올려보니 저의 주위 어른들이, 선배들이 존경스러워집니다. 그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직접 좌충우돌한 오랜 체험을 통해 삶의 비의(秘義)를 깨닫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내가 상상하는 그를 사랑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어떤 사람은 내가 지어낸 나의 생각일 뿐이지 실제의 그가 아니다'라는 점을 가끔 떠올리면서, 저는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마법 같은 이 문장, 가슴에 꼭 품고 지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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