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이 서로 따뜻하게 소통하는 장면을 접하면 매우 신비한 느낌이 듭니다.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성철스님과 산비둘기 이야기, 도연스님과 산새 이야기를 읽으며 소통에 대해 생각하면서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신비로운 산비둘기와의 동거
이런 문장을 만나면 환상적인 분위기 속으로 빨려드는 것만 같습니다. 산비둘기와 한방에서 살다니요.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법정스님은 성철스님을 1960년 처음 만나셨다고 합니다. 그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법정스님이 1998년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책에 서문으로 쓰신 글의 일부를 읽습니다.
그때 스님이 기거하던 방 선반에는 산비둘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자 비둘기가 내 어깨에 앉았다. 엄하고 까다롭다고만 알려진 스님이 한방에 산비둘기와 동거하고 계시다는 것은 따뜻한 일이었다. 순간 내 마음에는 자석 같은 친화력이 훈훈하게 전해왔었다.
- 정찬주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열림원) 중에서
2. 새들로부터 신뢰받는 경이로움
또 다른 한 장면을 소개해드립니다. 사람 손위에 앉아 맛있게 먹이를 쪼아먹는 산새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 있습니다.
도연스님이 손을 내미니까 곤줄박이 한 마리가 스님의 손 위로 올라옵니다. KBS 휴먼다큐 ‘자연의 철학자들’의 한 장면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산새와 친구가 된 경기도 포천의 도연스님 사연을 보여줍니다. 곤줄박이, 박새,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같은 산새들이 스님의 거처에서 스님과 서로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 기척만 있어도 잽싸게 도망가는 겁 많은 새들인데, 스님과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요? 도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새들은 베풀면 금방 친구가 됩니다. 기분 좋은 것은 새들이 나를 신뢰한다는 것이죠.
성철스님과 산비둘기와의 동거, 도연스님과 산새들과의 우정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3. 동물은 감정을 포장하지 못한다
제가 이 글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면서 짝지에게 대강을 말해주었더니 짝지가 대뜸 이럽니다.
- 동물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에 대한 감정을 숨기진 않겠죠? 감정을 포장하지 못하니까요. 우리는 포장하지만요.
동의합니다 짝지님! 동물들은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좋으면 다가오고 싫으면 공격하거나 도망갑니다. 어떤 조건에서 동물들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다가오게 될까요?
무엇보다 '오랜 접촉’인 것 같습니다. 사람도 자주 만나고 교제하면 친분이 싹트듯이 서로 다른 종 사이에도 빈번한 접촉이 신뢰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도연스님 말씀을 다시 한번 읽어봅시다.
- 새들은 베풀면 금방 친구가 됩니다. 기분 좋은 것은 새들이 나를 신뢰한다는 것이죠.
그대 주위에도 참말로 소통하기 힘든 사람이 있겠지요? 새들은 베풀면 금방 친구가 된다고 하니까, 소통의 1차적인 자세는 베푸는 것이라는 점을 배우게 됩니다. 베푸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마음의 시선을 그의 눈높이에 맞춰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도연스님은 '기분 좋은 것은 새들이 나를 신뢰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겁 많고 예민한 새들이 나를 신뢰할 때 느껴지는 그 경이로움을 짐작해 봅니다. 손을 내밀었을 때 아무 망설임 없이 나의 손바닥 위로 올라오는 새들을 생각합니다.
- 순간 내 마음에는 자석 같은 친화력이 훈훈하게 전해왔었다.
이것이 법정스님이 산비둘기와 한방에서 다정하게 지내시는 성철스님으로부터 느꼈던 감정입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동물이 선뜻 다가온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무언가 편안함이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제 주위에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특별히 친한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이들에겐 동물들이 느낀 편안함이 있었겠네요. 그대는 어떤 편이신가요? 강아지나 고양이가 별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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