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동요 '나뭇잎 배'를 만납니다. 눈을 감고 흥얼거리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노래입니다. 함께 부르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홍근 동요 '나뭇잎 배' 부르기
나뭇잎 배
- 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 살랑 바람에 소근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2. 세상사에 오염된 마음 씻어주는 노래
가끔 이 동요가 '허락도 없이' 흥얼흥얼 흘러나올 때가 있답니다. 오늘 집에 있다가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려는데 이 동요가 불쑥 나오는 거예요.
칫솔을 손에 든 채 거울을 쳐다보면서 아이처럼 이 동요를 완창 했답니다. 최대한 이쁜 표정을 하고요, 가능한 목소리 아이처럼 하고요, 화장실의 공명을 잘 타면서 '나뭇잎 배'를 뽑았답니다. 그렇게 정성껏 부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착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이 노래가 자동 재생되는 것은 왜일까요? 네 마음, 세상사에 많이 오염되었다, 좀 씻어보아! 이렇게 마음이 명령하는 걸까요?
낮아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 박홍근 동요 '나뭇잎 배' 중에서
이 구절을 부르다 보면 연못 위를 떠가는 나뭇잎 배가 생각나다가 '엄마'가 생각납니다. 엄마의 냄새가 생각나고요, 체온이 생각나서요, 눈물이 납니다. 그때 좀 더 엄마 냄새 많이 맡아둘 것을, 그때 좀 더 엄마 체온 많이 느껴둘 것을 ···
'나뭇잎 배'를 부르면 그렇게 엄마 품을 파고드는 아이 마음이 됩니다. 세상 걱정 없는 아이가 되어 엄마 품에서 잠이 드는, 아련한 추억 속의 '아이 빗방울이네'를 만나게 됩니다. 그 맑고 작았을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시린 슬픔이 막막한 그리움에 빠진 마음을 흔들어 씻어 헹궈주는 것만 같습니다.
3. 한국전쟁 직후 아이들 마음의 상처 치유해 준 노래
동요 '나뭇잎 배'는 1955년 발표되었습니다. 지금(2024년)으로부터 70여 년 전의 노래네요. 그때는 한국전쟁으로 온 나라가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의 상처는 어땠겠는지요. 그렇게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곱고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운동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그때 나온 노래가 '나뭇잎 배'입니다.
'나뭇잎 배'의 노랫말을 쓴 박홍근 님(1919~2006, 함북 성진)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초석을 놓은 분입니다. 1945년 「문화」지에 동시 '돌아온 깃발'로 등단한 그는 380여 편이 동시를 비롯 동화와 소년소설, 시 등 1천여 편의 순수창작품을 남겼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좋았고, 동심의 세계가 좋다"라며 어린이를 위한 동시와 동화 창작에 매진했던 그는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아동문학을 위해 써 달라며 가톨릭유지재단에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1990년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 손수 '박홍근아동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했으며, 지금은 가톨릭출판사에서 격년으로 수상자를 선정, 시상하고 있습니다.
그는 동시집 「나뭇잎배」 「날아간 빨간 풍선」 등을, 시집 「입춘부」, 동화집 「시계들이 본 꿈」 장편동화 「해란강이 흐르는 땅」 등을 남겼습니다. 한국아동문학가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소천아동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습니다.
동시 '나뭇잎 배'에 가락을 입힌 작곡가 윤용하 님(1922~1965, 황해도 은율)은 어린이 동요 작곡과 동요 부르기 운동에 열정적인 활동을 한 분입니다. 서울과 인천 지역 고교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하면서 동요와 가곡을 작곡했고,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활동하며 한국 대표 가곡 '보리밭'을 작곡했습니다. 그래서 부산 자갈치시장 친수구역에 가곡 '보리밭' 노래비가 세워졌습니다. 광복을 기념하는 '광복절 노래'도 그의 작곡 작품입니다.
살랑 살랑 바람에 소근거리는 /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 박홍근 동요 '나뭇잎 배' 중에서
눈을 감고 그려봅니다. 엄마 품에서요. 연못에 비친 달과 구름, 그리고 그 사이를 '사알살' 떠다니는 '나뭇잎 배'를요. 엄마 냄새가 나는 듯도 하고요, 엄마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요, '나뭇잎 배'는 둥둥 하염없이 떠다니고요.
그때 같이 놀던 친구도 곁에 없고요, 엄마도 없고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는 '나뭇잎 배'가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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