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 '시'를 읽습니다. 우리는 왜 시를 읽을까요? 문학은 어떤 효용성을 가진 걸까요? 이 시를 읽으면서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 함께 찾아봅시다. 그러면서 따뜻하게 마음목욕을 해보십시다.
1. 나태주 '시' 읽기
시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 중에서
2. 왜 시를 읽을까? 왜 문학을 할까?
이 시의 첫 번째 연에서 마당을 쓸었을 뿐인데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다는 나태주 시인님의 진술을 접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우주적으로 넓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합니다. 언어가 우리에게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습니다. 두 번째 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는 어떻게 우리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를 좁다란 바위 틈에 가두기도 하고 은하의 관점으로 넓혀주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우리 모두 이 시의 세번 째 연을 주목해 봅시다. 나태주 시인님은 이 시에서 시의 기능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연, 두 번째 연은 이 세 번째 연으로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것 같습니다. 제목이 '시'이니까요.
-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시가 마음속에 싹트면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진다고 합니다. 어떤 새로운 시를 만난 시인의 마음이 전지구적으로 확장되는 순간입니다. 시가 왜 시인의 마음을, 지구의 한 모퉁이를 밝혀줄까요? 이 물음은 왜 시를 쓰고 읽을까요? 하는 물음과 연결됩니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소설가 김승옥 님이 58세 때인 1999년에 쓴 신문 칼럼의 일부를 읽겠습니다. 김 작가님은 대표작 '무진기행' 등 감각적인 문체로 소설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분입니다.
물질인 몸이 화학물질인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그 성분에 영향을 받아 건강을 유지하고 성장하거나 해를 입고 쇠약해지듯이, 마음은 언어에 의해서 영향받으며 그 건강을 유지하고 성숙하거나 해를 입고 손상되어 심지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 소설가 김승옥 칼럼 '문학이란 이런 것' 중에서
김 작가님은 마음은 '언어'에 의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좋아지거나 나빠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스스로를 죽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음에 영향을 주는 언어를 우리는 잘 간수해야겠네요. 어떻게 간수해야 할까요?
문학이란 그러한 언어가 최상으로 세련된 형식인 것이다.문학을 모르고 지극히 단순한 일상적인 언어 약간만 구사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문학을 읽고 쓰며 세계를 인식하는 사람에 비해서 그 행복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 위 같은 칼럼 중에서
3. 알고 있는 좋은 언어만큼 행복해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을 통해 '최상으로 세련된 형식'의 언어를 지속적으로 획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단순한 일상적인 언어 약간만 구사하며 사는 사람보다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언어로 해석된, 말로 규정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언어로 규정되지 않은 것은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면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도 지극히 제한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알고 사용하는 언어가 거친 것이라면 그 사람의 삶도 자신의 언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네요. 알고 있는 언어만큼만 인식할 수 있다는 말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요.
오늘은 나태주 님의 시 '시'를 통해서 시의 효용성, 문학의 효용성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시 하나 싹이 트는 순간, 우리의 인식 세계가 넓어지고 좋은 마음이 펼쳐져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다고 합니다. 지금 시를 읽고 있는 그대, 그대의 지구 한 모퉁이도 밝아졌겠지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시를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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