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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동학 경전 이천식천 뜻 하늘로써 하늘을 먹는다

by 빗방울이네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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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경전에 나오는 '이천식천(以天食天)'의 뜻을 새겨봅니다. 이 문장을 만난 그대는 식탁 앞에서 좀 더 고요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진리의 자양분으로 함께 마음을 밝히고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동학 경전 ‘이천식천(以天食天)’ 소개

 
내 항상 말할 때에 물물천(物物天)이요 사사천(事事天)이라 하였나니,
만약 이 이치를 시인한다면 물물(物物)이 다 이천식천(以天食天) 아님이 없을지니
이천식천(以天食天)은 어찌 생각하면 이에 상합치 않음과 같으나,
그러나 이것은 인심(人心)의 편견으로 보는 말이요,
만일 한울 전체로 본다하면
한울이 한울 전체를 키우기 위하여 동질(同質)이 된 자는
상호부조로써 서로 기화(氣化)를 이루게 하고,
이질(異質)이 된 자는 이천식천(以天食天)으로써 서로 기화(氣化)를 통하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한울은 일면(一面)에서 동질적 기화(氣化)로 종속(種屬)을 양(養)케하고
일면(一面)에서 이질적 기화(氣化)로써 종속(種屬)과 종속(種屬)의 연대적 성장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니,
대선사께서 시자(侍字)를 해의(解義)할 때에 내유신령(內有神靈)이라 함은 한울을 이름이요,
외유기화(外有氣化)라 함은 이천식천(以天食天)을 말한 것이니
지묘한 천지의 묘법이 도무지 기화(氣化)에 있느니라.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모시는사람들, 2013) '해월신사법설' 중에서
 

2. ‘이천식천’의 뜻을 새기게 된 사연


얼마 전의 일이었어요. 평소 존경하는 분이 ‘이천식천’이라는 문장을 빗방울이네에게 알려주었답니다. 아니 이런 문장도 있었다니, 과문(寡聞)한 빗방울이네에게 이 문장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었답니다.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로써 하늘을 먹는다?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명확한 뜻이 새겨지지 않네요. 정신세계를 다루는 언어의 함의는 빗방울이네를 언제나 어리둥절하게 만드네요.
 
그 분한테서 이 문장이 나오게된 경위는 이랬어요. 그날 빗방울이네는 그 분에게 석가탄신일에 먹었던 점심 이야기를 했습니다. 석가탄신일에 생선회를 먹었는데, 맛있게 먹으면서도 그것이 석가탄신일에 먹기에는 마음이 좀 불편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그 분이 '이천식천'을 알려준 겁니다. '이천식천'인데 무얼 걱정하느냐고요. 
 
그날 저녁, 도서관에 가서 위의 책을 찾아 읽었답니다. 함께 읽어보셔요.
 
물물천(物物天)이요 사사천(事事天)이라 하였나니,
만약 이 이치를 시인한다면 물물(物物)이 다 이천식천(以天食天) 아님이 없을지니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해월신사법설' 중에서

 
물건마다 한울이 있고, 일마다 한울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 아님이 없다고 하네요. 우리의 먹는 행위를 성찰하게 하는 경이로운 구절입니다. 그대는 이런 놀라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요?
 
이질(異質)이 된 자는 이천식천(以天食天)으로써 서로 기화(氣化)를 통하게 하는 것이니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해월신사법설' 중에서

 
바탕이 다른 것들, 그러니까 서로 종(種)이 다른 것은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것으로써 서로 기운이 화(化)함을 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운이 화한다는 의미는 생명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작용이라고 새겨봅니다.
 
생선을 먹지만, 우리는, 우리 속에 깃든 한울은, 생선 그 자체를 먹는 동시에 거기에 깃든 한울 또는 생명의 기운을 함께 먹는다고 하네요. 먹는다는 것은 생선의 한울과 나의 한울이 만나 결합되는 과정이네요. 
 

영화아바타1대사중에서
영화 '아바타 1' 대사 중에서.

 


 

3. "널 본다 형제여, 그리고 고마워."

 
2009년 개봉된 James Cameron 감독의 영화 「아바타 1」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바타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 족장의 딸 네이티리로부터 판도라 행성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내용입니다.
 
그는 사냥에서 사슴처럼 생긴 동물을 화살로 쏴 쓰러뜨린 뒤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동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널 본다, 형제여.
그리고 고마워. 
에이와(여신 / 만물의 주인)가 네 영혼을 거두고
네 몸은 여기 남아 이곳 사람들의 일부가 될 거야. 

- 영화  「아바타 1」의 제이크 설리 대사 중에서

 
죽은 동물은 죽어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의 몸을 먹는 사람들의 일부가 된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나비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그들과 자연의 깊은 교감, 항상 만물에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며 언젠가는 되돌려주어야한다는 그들의 믿음에 가까이 가게 됩니다. I see you!
 
이렇게 '이천식천'의 뜻을 새기려 애면글면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장도 만났습니다.

모든 곳에서 나를 보고 내 안에서 모든 것을 보는 자는
결코 나한테서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나도 그에게서 소멸되지 아니하리라.

-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간디가 해설한 바가바드 기타」(이현주 옮김) 중(제6장 30)에서

 
모든 것이 신이자 모든 것이 신 속에 있다고 하네요. 힌두교 경전의 내용인데, 물건마다 일마다 한울이 있다는 동학 경전의 내용(물물천物物天 사사천事事天)과 참으로 닮아있습니다. 세상의 우물들이 지하 깊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이렇게 진리도 연결되어 있었군요.
 
'이천식천'의 의미를 새기는 과정에서 우리는 먹는 행위에 깃든 각별한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먹는 시간은 말초적 미각을 만족시키는 식탐의 시간이 아니라 내몸에 신령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경이로운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먹이가 된 모든 생명에게 감사하며 자연과 교감하려고 노력해보자는 것,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 일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새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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