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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대구탕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by 빗방울이네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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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남 거제에서 대구잡이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올라옵니다. 거제 대구잡이는 11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2월까지 계속됩니다. 그래서 이즈음에만 생태구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 점심으로 대구탕을 드실 그대를 위해 이 글을 씁니다.

1. '겨울 진미(珍味)' 생대구탕


입이 커서 대구(大口)로 불립니다. 커다란 명태처럼 생긴 대구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 본능을 가진 어종이라는 점을 우선 기억하십시다. 진해만에서 태어난 새끼 대구는 동해에서 자라 북태평양까지 갔다가 겨울에 진해만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다시 알을 낳으려고요.

그래서 진해만 앞에 있는 거제시가 대구의 본고장입니다. 대구의 길목인 셈입니다. 거제시는 거제가 자랑하는 먹거리로 '거제 9미'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중 1번이 대구탕입니다. 요즘 겨울 진미를 맛보려는 식도락가들의 발길로 북적대는 곳이 거제입니다. 거제시는 대구탕에 대해 이렇게 자랑합니다. '몸이 허약한 사람들의 보신제', '젖이 부족한 임산부가 대구탕을 먹으면 젖이 많아진다'

흰살 생선의 대표어종으로 꼽히는 대구는 DHA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시력/피부 강화, 감기예방 및 노화방지에도 좋은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선회 연구에 평생을 바친 조영제 교수(부경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와 진해에서 대구탕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대구탕에 궁금했던 것들을 시시콜콜 물어봤는데 그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2. 호두알 같은 것이 수컷의 정소


대구탕이 식탁에 도착하면 탕 그릇 안에 호두알처럼 주름이 잡힌 내장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뭘까요? 바로 '이리'입니다. 이 '이리'는 수컷의 생식기관(정소/精巢)입니다. 수컷의 정액 덩어리인 것입니다. 수컷 대구에는 약 600cc의 '이리'가 있습니다.

대구탕에서는 '이리'의 역할이 큽니다. 바로 대구의 국물 맛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깊고 시원한 대구탕 맛은 바로 '이리'에서 우러납니다.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다른 육수가 필요 없는 것이 대구탕입니다. 그래서 수컷이 암컷보다 더 비쌉니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알 때문에 암컷이 더 대접받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 '이리'를 '곤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곤이'는 암컷의 알을 부르는 말이라는 점도 기억하십시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알, 즉 '곤이'가 더 대접받습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단백질을 비롯 지방, 비타민 E가 '곤이'가 '이리'보다 1.5배에서 4배 정도 많다고 합니다.

대구는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고마운 생선입니다. 살은 탕으로, 알은 알젓이나 찜으로, 아가미는 아가미 젓, 창자는 창자 젓으로 우리의 밥상에 오릅니다.

대구탕호두알같은내장이이리라고불리는수컷정소
대구탕. 호두알 같은 내장이 '이리'라 불리는 수컷 정소.

 

3. 모천회귀 본능과 인공방류사업


대구의 모천회귀 본능을 이용한 것이 바로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입니다. 1980년대 중반에 진해만의 대구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래서 거제수협 등이 아이디어를 내 1986년 처음 인공방류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구 어미의 알을 연구소에서 인공 부화시켜서 길이 7cm 가량까지 키운 후 바다에 보내줍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오니까요.

지금 잡히는 대구는 진해만에서 2~3년 전에 방류된 새끼들이 커서 돌아온 것입니다. 바다 곳곳을 다 가본 뒤 알을 낳으러 그 먼 바다를 헤엄쳐서 진해만으로 다시 돌아왔군요. 그 역동적인 생명의 에너지를 사람이 빌려 힘을 얻고 있었군요. 이렇게 생명은 이어져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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