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님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문장을 만납니다. 낙타와 사자, 어린아이 가운데 '나'는 어느 정신의 단계에 와 있을까요? 우리의 정신을 환하게 하는 문장으로 마음의 얼룩을 씻으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문장 읽기
어린아이는 천진무구하며 망각이다.
하나의 출발이며 하나의 놀이다.
자전하는 수레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다.
그리고 신성한 긍정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지음, 박진환 옮김, 신원문화사, 2005년 1쇄, 2009년 3쇄) 중에서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니체 님(1844~1900)은 프로이센(1918년까지 독일 제국 내의 왕국)의 뢰켄 출신으로 바젤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1872년 첫 번째 저서 「비극의 탄생」을 출간한 것을 비롯, 「반시대적 고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즐거운 과학」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피안」 「도덕의 계보」 「니체 대 바그너」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등을 냈습니다. 1989년 이탈리아 토리노 거리에서 짐마차를 끌던 늙은 말이 채찍질을 당하자 그 말을 끌어안고 울부짖다가 쓰러졌고, 그 후 10여 년을 극심한 정신병으로 고통받다 1900년 57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2. 어린아이가 가장 높은 정신의 단계라고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1부를 여는 첫 번째 장의 제목이 '세 가지 변화'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입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어찌하여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마침내 사자는 아이가 되는가를 차례로 이야기하겠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지음, 박진환 옮김, 신원문화사) 중에서
그러니까 이 세 가지(낙타-사자-아이)는 정신의 변화 발전과정을 말하네요. 여기서 '아이'가 맨 마지막이라는 점이 매우 이채롭습니다.
이 책의 각주에 따르면, '세 가지 변화'란 참된 자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정신적 단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가장 높은 정신적인 단계, 가장 참된 자기에 가깝다는 말이네요! 아이가 말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전에 낙타의 상태, 사자의 상태는 무얼 말하는 것인지를 먼저 읽습니다.
낙타의 상태는 가장 낮은 단계네요. '너는 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의 단계로 설명됩니다. 권력과 권위에 복종하고 순종하는 단계입니다. 니체 님은 사자의 정신 단계에서는 '나의 강함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장 무거운 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막으로 들어가는 낙타처럼, 자신의 사막으로 서둘러 간다'라고 합니다. 이 낙타는 '아니오'라고 하지 못하고, '체념과 경외감으로 가득 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정신의 단계는 으르렁거리는 사자의 상태입니다. '나는 원한다'는 단계로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자유를 향한 열망의 경지를 말합니다. 니체 님은 '자기 자신이 자유를 창조하고, 의무에 대하여도 신성한 거부를 하기 위해 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세 번째 정신의 단계로 어린아이가 되어야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각주에 따르면, 아이의 단계는 '정신과 육체가 참된 자기로 통합되는 최후의 단계'라고 합니다. 니체 님은 그런 아이야말로 사자가 감히 할 수 없는 것을 능히 할 수 있다고 합니다.
3. 사자가 할 수 없는 것을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이유는?
사자가 할 수 없는 것을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린아이에게는 이런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어린아이는 천진무구하며 망각이다.
하나의 출발이며 하나의 놀이다.
자전하는 수레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다.
그리고 신성한 긍정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지음, 박진환 옮김, 신원문화사) 중에서
이렇게 우리 정신이 어린아이의 단계가 될 수 있어야 한다네요. 멋진 삶,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린아이의 특징은 천진무구입니다.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체면을 차리거나 좋게 보이도록 또는 나쁘게 보이도록 꾸미거나 거짓으로 남을 속이지 않습니다. 욕망에 충실하며 잘 웃습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망각입니다. 조금 전까지 가지고 놀던 소중한 장난감도 휙 던져버리고 새로운 놀이에 몰두합니다.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을 금방 잊어버립니다. 지난 실패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망각할 수 있으니 새로운 호기심으로 새하얀 도화지에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출발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어른은 이미 이루어진 기성(旣成)의 시간입니다. 어린아이는 모든 것을 새롭게 이룩해 가는 출발이자 미완이자 신진의 시간입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놀이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하루하루는 놀이입니다. 짐이나 의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는 하루가 아니라 매 순간이 놀이입니다. 놀이로 받아들이며 즐깁니다. 즐기는 이에게 누가 당하겠는지요.
어린아이의 특징은 자전하는 수레바퀴입니다. 스스로 굴러갈 뿐입니다. 거창한 것을 계획하거나 거대한 것을 꿈꾸지 않습니다. 망설이며 멈칫거리거나 우물쭈물거리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의 힘에 의해 앞으로 굴러갈 뿐입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최초의 운동입니다. 고정관념이나 기존의 형식과 방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 어린아이의 운동은 그 어린아이가 방금 발명한 형식과 방식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신성한 긍정입니다. Just as I am! Just as you are!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고결하고 거룩한 신성(神聖) 그대로의 상태로, 고결하고 거룩한 신성 그대로를 받아들입니다.
니체 님은 이처럼 어린아이 정신의 특징 7가지를 소개한 후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 형제여.
창조라는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이제야 정신은 그 자신의 의지를 욕구하며,
세상과 격리된 자기 자신의 세계를 획득한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지음, 박진환 옮김, 신원문화사) 중에서
이 마지막 구절에서 '창조라는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창조라는 놀이를 위하여, 자기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기 위한 정신으로 '신성한 긍정'이 가장 강조되고 있네요. 이는 편견과 고정관념의 껍데기를 벗고 신성 그대로 삶을 긍정하는 일, 삶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전언으로 새겨봅니다.
어린아이 정신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밤입니다. 아무리 다 큰 어른이 되었어도 어린아이의 순결한 정신은 우리의 깊은 곳에 잠자고 있겠지요? 우리 이제 그 깊은 곳에 잠든 '어린아이의 정신'을 자주 자주 깨워 사용해야겠습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를 만나 보세요.
'읽고 쓰고 스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주 시 국화 옆에서 읽기 (115) | 2023.10.12 |
---|---|
유치환 시 생명의 서 읽기 (104) | 2023.10.11 |
황동규 시 귀뚜라미 읽기 (108) | 2023.10.09 |
김성호 노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104) | 2023.10.08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읽기 (112) | 2023.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