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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낙엽에 관한 시 2편을 읽다

by 빗방울이네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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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마지막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과 가을, 그리고 초겨울까지 살아온 나뭇잎은 우리의 삶에 많은 영감을 주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읽은 낙엽에 대한 시 2편을 소개해드립니다.

1.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먼저 소개해 드릴 시는 우리가 잘 아는 구르몽의 '낙엽'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이 1892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낙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 시 전문을 모르시더라도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고 반복되는 후렴구절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구절보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처럼 떨어져 흩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이 시는 가까이, 서로 가까이 붙어 사랑하며 살자고 합니다. 특히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고 하네요. 어찌 혼자 외따로이 떨어져 지낼 수 있겠는지요?

2.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한 것'


두번째로 소개해 드릴 시는 우리가 잘 아는 이양하 수필가의 '페이터의 산문'에 나오는 시입니다. 그 부분을 읽겠습니다.

- 참다운 지혜로 마음을 가다듬은 사람은 저 인구에 회자하는 호머의 시구 하나로도 이 세상의 비애와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나뭇잎과도 비슷한 것/가을바람이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라고 읊은 구르몽의 시 구절은 '사람은 나뭇잎과도 비슷한 것'이라고 한 호머의 시 구절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사람은 너나 할 것없이 바람에 흩날리고 언젠가 떨어져 땅에 뿌려지는 나뭇잎과도 비슷한 것이라고 호머는 말합니다. 그러면서 봄에는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고 하면서 낙엽 신세가 될 우리를 각성시키는군요. 이렇게 짧은 삶 속에서, 낙엽 신세인 우리가 누구를 미워하고 사랑하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나없이 매일매일 전쟁치르듯 살고 있는 같은 처지의 이웃인데 말입니다.

저렇게 호머의 시 구절을 인용한 이 수필은 이렇게 말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마치 그들이 영원한 목숨을 가진 것처럼 미워하고 사랑하려고 하는냐.

숲속길의낙엽
숲속 오솔길가에 떨어져 쌓인 낙엽들.

 

3. 남을 도우는 것에 대하여


두 편의 낙엽 시를 소개해드리고 나니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에서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선지자들은 낙엽처럼 짧은 삶 속에서 가능한 남을 도와주라고 합니다. 이렇게요.

- 우리는 정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을 잘 사용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을 도와주어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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