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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나태주 시 선물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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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 '선물'을 함께 읽습니다. 어떤 강연에서 나태주 시인님은 자신의 시를 '독자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했습니다. 그가 오늘 우리에게 보내주는 러브레터에는 어떤 설렘이 담겨 있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목욕을 해보십시다.

1.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선물은?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 나태주 인터넷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중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인터넷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는 그의 대표작인 '풀꽃'을 비롯 모두 115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대부분 길이가 짧고, 읽으면 금방 마음으로 쑤욱 들어오는, 편안하고 감동적인 시들입니다.

나 시인님은 시집의 맨 앞에 쓴 '시인의 말'에서 "나의 시 가운데에서 인터넷의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만 모은 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들은 독자들의 애송시입니다.

이 시집의 뒤쪽에 실려있는 독자의 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 '신기한 시집이다. 시를 잘 못 읽고 모르는 나에게, 쉽게 다가와서 내 감정을 활짝 열어젖혔다'

독자들이 시를 잘 읽지 않는다고 걱정이 많지만, 나태주 시인님의 시들은 이렇게 독자들과 뜨겁게 호흡하고 있습니다.

2.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


이 시 '선물'을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이 나셨나요? 이 시의 두 번째 연을 읽고 나서 분명 누군가가 떠오르셨지요?

-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 당신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요? 사랑하는 연인, 오랜 친구, 언제나 고마우신 부모님, 또는 아이들, 아기!

나태주 시인님은 그 사람의 '나지막한 목소리'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면 참으로 소중한 사람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 사람이 백만금 억만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의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하네요.

참으로 그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는 결코 돈이나 재물로 살 수 없겠지요?

제가 이 블로그에 연재 중인 '모비딕' 읽기에서 우리의 주인공 이스마엘과 식인종 퀴퀘그가 절친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런 친구 있나요?' 편이 나갔을 때 이웃이신 '달콤두스푼'님이 이런 공감의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 '그런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세상 살맛 납니다'

맞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선물' 퀴퀘그 같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우리의 인생 항로는 참 행복하겠지요?

또다른 편으로는, 나태주 시인님이 이 시에서 말한 '오늘 받은 선물'인 '당신'은 우리가 오늘 만난 타자를 지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 관계망 속에서 수많은 타자를 만나고 헤어집니다. 그렇게 만난 타인끼리 서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는 얼굴로, 콧노래로 서로를 대해 준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이겠습니다.

부디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는 얼굴로, 콧노래로!

오늘받은선물가운데서도가장아름다운선물은당신입니다나태주시중에서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 나태주 님의 시 중에서

 

 

3.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


- '하늘 아래 내가 받은 / 가장 커다란 선물은 / 오늘입니다'

과거에 매여 살아갑니다. 그땐 이랬어, 그때가 좋았지, 과거로 돌아갔으면!

미래에 저당 잡혀 살아갑니다. 다음에 밥 먹자, 훗날 가면 되지, 이번 말고 다음 기회에!

이렇게 오늘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에 얹혀사는 우리에게 이 시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이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오늘'이 모여 내가 되고 나의 인생이 된다고, 그래서 '오늘'을 정성을 다하여 살아가자고 이 시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시를 더 읽어 보세요.

 

나태주 시 행복 읽기

오늘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 '행복'을 읽습니다. 나에게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을 가슴에 품고 '행복'이란 시를 읽으면서 함께 따뜻하게 마음목욕을 했으면 합니다. 1. 햇빛한테 미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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