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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정현종 시 날아라 버스야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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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현종 시인님의 시 '날아라 버스야'를 함께 읽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제목부터 아주 경쾌합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 어떤 마법을 부릴까요? 시인의 상상력에 마음을 푹 담그고 함께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정현종 시인 '날아라 버스야' 읽기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 - 여자
하나는 국화 - 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시선집 「섬」(열림원) 중에서

 

2. 꽃다발이 마법을 부린다


시는 종종 마법을 부립니다. 이 시의 마법은 유쾌함이네요.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이 밝아지고 가벼워집니다. 왜 그럴까요?
버스가 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우리가 타고 다니는 버스가 난다고 말해주는 시인의 엉뚱한 상상력에 우리는 즐거워집니다. 버스가 날다니. 세상에 그 무거운 버스가 하늘을 난다고?

버스가 하늘을 나는 동력은 바로 꽃다발이네요. 어느날, 시인이 평소 타고 다니던 버스를 탔더니 꽃다발이 보입니다. 그것도 두 개나요. 그것을 본 시인의 마음이 문득 부풀며 공중으로 붕 떠오릅니다. 그리고 시인은 맞아, 이거다! 버스가 난다! 하면서 이 시의 초안을 마음속으로 구상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 버스 안에서 거의 순식간에 이 시를 완성했을 것만 같습니다. 날아라 버스야! 하고 유쾌하게 마지막 행을 마무리하는 시인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보이는 것 같군요.

꽃다발의 마법입니다. 꽃다발을 든 사람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꽃다발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려 한다는 표식이니까요.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할 때 건네주었던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꽃다발은 그런 상징성 하나만으로 보는 이에게 마법 같은 일을 일으키나 봅니다.

-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그래서 평소 같으면 종로에서 내려야 하겠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데로나 가도 좋다고 합니다.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잖아요! 이런 일은 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시인은 충만한 행복에 빠져 아무데로나 가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자유로운 조르바 같은 시인님, 저는요, 죄송하지만 바빠서 종로에서 내려야 하는데요.
 

정현종시버스야날아라중에서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 정현종 시 중에서

 

 

3. 행복이 상상 훈련으로 가능하다고요?


이 시를 읽고 좀 행복해졌습니까? 꽃다발이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은 꽃다발 속에 우리를 설레게 하는 실체가 있어서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마음이며 상상입니다. 꽃다발의 상징과 꽃다발에 얽힌 나의 기억이, 나의 시간이, 나의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이지 물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시가 소개된 정현종 시선집 「섬」 뒤편에 쓰신 오생근 문학평론가님의 발문 '날자, 행복한 영혼들이여'라는 제목의 글을 잠깐 읽겠습니다.

- 그(정현종 시인)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란 물질적인 재산의 증식이 아니라 정신적인 상승의 의지이고 그것은 마음가짐과 상상의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는 믿음을 전하려는 행복의 전도사처럼 보인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는 문장이 가슴에 훅 들어오네요. 정신적인 상승의 의지에 대한 마음가짐을 갖고 그것을 향한 지속적인 상상의 훈련으로 말입니다. 단지 버스에 '꽃다발이 두 개나 있다'는 점에 시적 상상력이 착화하면서 시인도 우리도 행복해졌네요. 정말 여기에는 아무 돈이 들지 않았습니다. 버스비 정도? 행복이란 참 신기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정현종 시인님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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