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이 아주 높고 파랬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떤 생각이 나시나요? 오늘은 신문기사 속에서 등장한 한문 문장 하나를 읽으며 마음목욕을 함께 하려 합니다.
1. 돌고 도는 어떤 선행 이야기
신문 속에 등장하는 어떤 사연은 읽는 이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팁을 주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기사는 부산일보 오피니언면 톱 박스 기사로 실린 기부 사연인데 그 내용이 아주 특별합니다.
2018년 국민카드 상무였던 한동욱 씨(당시 56세) 이야기입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35년 전 대학시절 받았던 장학금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빚을 갚으려고 모교 부경대학교에 600만 원을 후배 장학금으로 냈습니다. 그가 학생 때 받은 장학금은 자신의 학과 선배였던 정오현 동문(당시 한성기업 근무)이 주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가고 난 뒤 또다른 미담이 이어졌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정오현 님의 아드님이 신문사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고 장학금을 내신 한동욱 님이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한동욱 님과 정오현 님이 서로 연결되었고, 돌아가신 정오현 님이 이천호국원에 모셔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욱 님은 자신에게 장학금을 주신 고 정오현 님 영전에서 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고 합니다.
2. 아무리 작은 물고기도 빠져나가지 못하리
장학금을 주신 정오현 님이나 35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장학금으로 모교에 갚은 한동욱 님. 두 분 모두 참 착하신 분들이죠?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한동욱 씨)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후배님들께 특별한 말을 할 정도로 잘난 인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씨는 "저희 아이들에게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말을 명심하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하늘의 그물이 몹시 엉성해 보이지만 아무리 작은 물고기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그의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우리 언제나 올바를 삶을 지향하자.'는 당부로 들렸다.
- <부산일보> 2018년 8월 2일 기사 중에서
이 기사에서 나오는 한문 문장 하나가 가슴에 훅 들어옵니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노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하늘의 그물(天網)은 넓고 넓어서(恢恢) 트여있는 것 같지만(疎而) 그 무엇도 빠져나가지 못한다(不漏)는 뜻입니다. 한동욱 님이 아이들에게 강조한다는 이 문장에서 그의 성정이 느껴지네요.
3. 하늘이 다 보고 있다, 착하게 살자!
여기서 '하늘'은 무엇을 지칭할까요? 바로 자신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남 모르게 해도 자기 자신은 훤히 알고 있습니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말입니다. 그러니 성기게 보이는 마음의 그물이라할지라도 어찌 그 마음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겠는지요?
산보 가는 길에 올려다 본 하늘이 깊고 푸릅니다. 저 깊고 푸른 하늘을 한동안 바라봅니다. '하늘이 다 보고 있다, 착하게 살자!' 이 말이 절로 나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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