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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정호승 시 여행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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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호승 시인님의 시 '여행'을 읽습니다. 이 시는 우리의 덮인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서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줍니다. 정호승 시인님은 이 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우리 이 시를 읽으며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함께 마음목욕을 해보십시다.

1. 어디를 여행 중일까요?


여행

-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비채) 중에서


정호승 시인님이 어느 대학에서 특강을 하면서 무대 위에서 우리에게 이 시를 읽어주었습니다. 저는 이날 빔프로젝트에 비친 시를 낭송해주던 정 시인님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타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취재 메모를 꺼내 다시 읽어봅니다.

그날 강연의 제목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주는 시 - 사랑과 고통의 본질과 이해'였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항해나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삶을 통해서 우리가 어디를 항해하고 어디를 여행한다는 말일까요?

2. 왜 사람 마음속을 여행할까요?


이날 특강에서 정 시인님은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는 시 구절을 읽어주면서 "인생이라는 여행은 사람의 마음 속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속을 여행한다는 걸까? 하면서요.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우리는 날마다, 아니 매 순간 사람의 마음을 여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함께 있거나 혼자 있거나, 또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휴가를 얻어 어디 먼 곳을 여행을 다니고 있거나 결국 어떤 사람의 마음 속을 여행한다는 것을요. 물리적인 공간에 있어도 결국 사람의 마음 속을 들락날락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 사람이라는 대상은 부모이거나 형제, 또는 친구이거나 연인, 직장 상사이거나 동료, 또는 처음 보는 낯선 이들이 되겠네요. 우리는 매 순간 그 사람들의 마음을 여행하면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미워하고 미움받으며 살고 있는 거네요. 정 시인님은 사람의 마음을 여행하는 목적은 사랑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 그것을 찾아 사람의 마음을 여행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그 사람의 사랑을 얻는 일은 힘들고 힘든 일입니다. 내가 사랑하면 그 사람은 도망가고, 미워하는 사람은 다가오고 하는 일이 다반사 아닌가요?

사람이여행하는곳은사람의마음뿐이다정호승시중에서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 정호승 시 중에서

 

 

3. 심장이 먼지가 될 때까지 정성과 사랑을!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서, 정 시인님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맨발로 히말라야 설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맞는 말씀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인님, 정말 맨발로 꽁꽁 얼어붙은 히말라야 설산을 오른다면 그 사람의 그 귀한 마음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이 싯구절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정 시인님은 "정성과 사랑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수리들에게 심장을 쪼아 먹히고, 그 심장이 먼지가 되어 흩어질 때까지 정성과 사랑을 다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정 시인님은 이날 프랑스 '빈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에르 신부의 문장 하나를 우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정 시인님은 "삶의 시간은 짧다. 이 짧은 시간에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이라서, 우리는 더욱 사람을 사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습니다.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정호승 님의 시를 더 읽어 보세요.

 

정호승 시 풍경 달다 읽기

오늘은 정호승 시인님의 사랑 시 한 편을 읽습니다. 제목은 ‘풍경 달다’입니다. 이 시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는데도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는 노래입니다. 함께 읽고 생각하면서 마음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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