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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 소식

by 빗방울이네 202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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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의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에서 몇 문장을 만납니다. 가끔 우리는 우연히 만나는 어떤 문장에서 보석같은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원택스님의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문장 읽기

 
성철스님의 밥상은 아주 간단했다.
무염식이니 간 맞추려고 어렵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드시는 반찬이라곤 쑥갓 대여섯 줄기,
2~3밀리미터 두께로 썬 당근 다섯 조각,
검은콩자반 한 숟가락 반이 전부다.
그리고 감자와 당근을 채썰어 끓이는
어린아이 밥공기만한 그릇에 담은 밥이 큰스님 한 끼 공양이다.
아침 공양은 밥 대신 흰 죽 반 그릇으로 대신했다.
 

-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원택스님 지음, 김영사, 2012년) 중에서 
 

2. 아침 식탁은 흰죽 반 그릇과 야채국, 그리고 쑥갓 당근 콩자반

 
위 책의 저자인 원택스님은 성철스님의 제자입니다. 성철스님 생전에 곁에서 23년 동안 시봉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문장은 성철스님의 식사를 챙겼던 제자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위 문장을 보니, 성철스님은 소식(小食) 중의 소식을 하셨네요. 아무리 수도생활을 하시는 분이라도 드시는 양이 너무 적어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드시고 그 우람한 몸을 유지하고, 스님 별명처럼 ‘가야산 호랑이’의 우렁찬 목소리를 내셨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침은 흰죽입니다. 그것도 반 그릇이네요. 점심과 저녁은 작은 공기밥 한 그릇에 야채국, 그리고 반찬으로는 쑥갓과 당근, 콩자반 조금씩이네요. 스님이니 소찬(素饌; 고기나 생선이 들지 않은 반찬)은 당연하겠지만 야채 반찬 가짓수나 양이 엄밀히 절제된 소찬입니다. 
 
그러니 어찌 여분의 힘이 나겠는지요? 스님의 소식은 스스로의 몸을 지그시 누르는 소식이네요.
 
평생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먹는다는 소식을 실천해온 큰스님
- 위 책 중에서
 
이렇게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몸의 건강이 유지될 정도로 적게 먹으며 진리를 만나기 위해 정진하셨네요. 

 

세끼를학처럼
'세 끼를 학처럼' - 성철스님 문장 중에서.



 

3. '자기 위의 70%를 넘지 않는다'

 
성철스님이 수행자들에게 강조했던 5계가 있습니다. 이 5계는 마음 공부하는 스님이 지켜야하는 계율입니다.
첫째 잠을 적게 잘 것, 둘째 말하지 말 것, 셋째 문자를 보지 말 것, 넷째 과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 것, 다섯째 돌아다니지 말 것입니다.
 
이 중에서 '과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라'는 계율이 눈에 띄네요. 이에 대해 성철스님은 어떻게 말씀하셨을까요?
 
음식은 건강유지만 될 정도만 먹지,
과식하면 잠이 자꾸 오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안됩니다.
소식이 건강에도 좋고 장수비결입니다 ···
세 끼니를 학(鶴)처럼 먹어야 합니다.
학이나 거북이처럼 장수하는 동물로 알려진 짐승도
자기 위의 10분의 7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물며 사람이 짐승보다 못해서 배 터지게 먹고
위장을 상하고 건강을 망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한 요구를 자제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입니다.

- 「성철스님 화두 참선법」(원택스님 엮음, 김영사, 2008년) 중에서

 
이처럼 엄격한 소식은 수행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어떻게 수행자 같은 절제된 식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요. 그 말도 맞습니다.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이에게 너무 절제된 소식은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성철스님의 문장에서 저마다의 식생활을 돌이켜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나는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을 쫓아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배불리 많이 먹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 진열된 뷔페식당을 떠올립니다. 서로 맛있는 음식을 먼저, 그리고 많이 먹으려는 '경쟁'이 치열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배불리 음식을 잔뜩 먹고나면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배탈이 나서 소화제를 먹게 되는 일도 생기고요. 
 
그래서 우리는 위의 문장 중에 '자기 위의 10분의 7을 넘지 않는다'는 문장을 저마다의 마음 속에 잘 갈무리해 보십시다. 각자의 위장(胃腸)을 70% 정도만 채우는 식습관, 무언가 아쉬운 듯한 기분으로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이는 몸과 마음의 욕망을 조절하면서 건강한 삶으로 가는 소중한 징검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성철스님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성철 큰스님과 서정주 시인님 대화 - 금욕

정찬주 소설가님의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속의 문장을 만납니다. 서정주 시인님이 성철 큰스님을 만나 어떻게 하면 금욕을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성철 큰스님은 뭐라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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