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 사상구 삼락동 재첩국

재첩국 좋아하시는지요? 부산은 낙동강이 있어 맛있는 재첩국집이 많이 있습니다. 속을 풀고 싶은 날 가는 곳, 낙동강변에 있는 오래된 재첩국집의 맛을 공유해드립니다.

1. 부산 삼락재첩거리 오래된 맛집 '할매재첩국'

재첩국 하면 경남 하동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겠지만, 부산에도 재첩국 맛집이 많이 있습니다. 재첩이라는 이름의 작은 조개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강에서 납니다. 하동에는 섬진강이 있고 부산에는 낙동강이 있습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에는 '삼락재첩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30여년간 낙동강 재첩의 명성을 이어가는 재첩국집들이 많습니다. '삼락재첩거리' 안내문을 보니, 낙동강 인근은 조선 후기부터 재첩을 이용한 요리가 유명했다고 합니다.

낙동강에서 캔 조개로 밤새 끓인 재첩국을 이고 다니면서 "재첩국 사이소!" 하시던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사람들은 따끈한 재첩국으로 시린 속을 풀곤 했습니다. 그렇게 새벽 골목을 누비며 팔리던 음식이 재첩국 말고 또 있을까요? 참 독특한 음식,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음식입니다.

'삼락재첩거리'에 있는 재첩국집 가운데 제가 속 풀고 싶을 때 들리는 '할매재첩국'을 소개합니다. 할머니가 하시다가 할머니의 아들이 하시다가 지금은 손자가 하고 있는 오래된 집입니다. 저는 할머니가 하실 때부터 먹고 있습니다. 가격은 1인분에 8,000원입니다.

2. 갓담은 배추김치를 죽죽 찢어 밥에 얹다

이 집의 상 차림은 갈 때마다 같습니다. 이 말은 아주 좋은 맛을 항상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깊이가 얕은 작은 철제 그릇에 담겨나오는 반찬 가짓수도 같고, 내용도, 맛도 같습니다. 이렇게 같은 맛을 매번 유지한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먹으면서 과연 이 음식을 누가 해내는지 가끔 주방쪽을 흘깃거리기도 합니다.

저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치입니다. 갓담은 배추김치를 한 소박이 통째로 줍니다. 이 통배추를 손으로 찢어 밥에 얹어먹으면 밥이 그냥 매끄럽게 꿀떡 하고 넘어갑니다. 어린 시절 김장김치 담을 때 옆에서 어머니가 찢어서 건네주시는 김치 맛 그대로입니다. 그렇게 한 입 얻어먹는 맛을 이 집에 오면 항상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김치입니다.

반찬이 다 좋지만 이 집 된장은 참으로 별미입니다. 된장국이라해도, 된장찌개라해도 상관없습니다. 대파 밖에 들지 않은 이 특별한 된장은 깊고 그윽하여 연방 숟가락을 불러들입니다.

물김치는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특히 간간한 된장과 아삭하며 싱거운 물김치의 환상적인 조합에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고등어무찜도 이 집 자랑입니다. 푹 무른 무는 입 속에서 씹을 사이도 없이 스르르 녹아버립니다. 고등어 살을 따로 먹어도 무찜을 따로 먹어도 다 좋습니다. 부추김치에도 무슨 토를 달 일이 없습니다. 재첩국에도 들어가는 부추가 젓갈에 어우러져 경상도 사람들에게 딱 맛는 '정구지김치' 맛을 냅니다.

맛집의 기본은 맛 있는 밥입니다. 이 집 밥도 고슬고슬하고 차진 밥이라서 개성이 강한 반찬들을 넉넉히 받아들이고 먹는 이에게 새롭고 놀라운 맛을 입안 가득 채워줍니다.

마지막으로 재첩입니다. 이 집 벽에 붙어있는 재첩국 효능에 따르면, 재첩은 숙취해소에 가장 좋으며 간 질환, 황달,빈혈 예방에도 매우 좋다고 합니다. 이런 효능을 몰랐다하더라도 한 그릇 먹고 나면 저절로 아, 속이 풀어지구나 하고 알게되는 진한 국입니다.

부산 사상구 삼락재첩거리 할매재첩국집의 별미인 갓담은 김치

 

 

3. 늘어진 삶을 조이고 싶을 때 생각나는 집

이렇게 먹다보면, 오늘 내가 좀 짜게 먹었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반찬에 빠져 과식하게 된 탓입니다. 김치를 한 소박이 더 가져와 먹게 되는 것은 기본입니다. 참지 못하고 된장도 물김치도 부추김치도 고등어무찜도 모두 비워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어쩐지 삶이 늘어졌다고 느껴져 짠 맛으로 그 틈을 바짝 조이고 싶을 때 생각나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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