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소재로 한 시 4편을 만납니다.
겨울의 장막을 헤치고 환하게 얼굴을 내미는 매화, 시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반겼을까요?
함께 읽으며 매화향으로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이육사 시 '광야' 읽기
이육사 시인님(1904~1944, 경북 안동)의 시 '광야'의 한 구절을 만납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이육사 시 '광야' 중에서.
매우 강렬한 매화 향기를 내뿜는 시네요.
눈 내리는 '광야'에 매화 향기가 희미하게 멀리서부터 실려온다고 합니다.
누가 보아주는 이 없고, 누가 보살펴주는 손길 없는 추운 광야에 말입니다.
그런 곳에서도 매화는 굳세게 피어 진한 향기를 퍼뜨리네요.
고독하지만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뚜렷한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시인님은 그런 매화처럼 일제 강점기라는 추운 광야에 씨를 뿌리겠다고 합니다.
가난한 노래의 씨를 말입니다.
욕심 없는 노래의 씨, 빼앗긴 우리 것을 되찾는 광복의 씨를 말입니다.
이육사 시인님의 시 '광야'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2. 황동규 시 '매화꽃 2' 읽기
황동규 시인님(1938년~ , 서울)의 시 '매화꽃 2'의 한 구절을 만납니다.
묏비(山雨) 막 개인 다음
되살아나는 매화꽃 냄새
깊이 마시면
머릿속 해골이 환해진다.
▷황동규 시 '매화꽃 2' 중에서.
빗물이 공기 속의 먼저를 다 씻어 내렸기 때문일까요?
비가 개인 다음 '매화꽃 냄새'가 되살아난다고 하네요.
'되살아나는 매화꽃 냄새'라는 표현을 보아 시인님은 비가 오기 전에도 매화꽃 냄새를 킁킁거리고 있었겠네요.
매화꽃 향기가 좋아 매화꽃 향기를 쫓아다니고 있는 시인님이 다 보이는 시네요.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있는 시인님이 다 보이네요.
그런데 그 냄새를 '깊이 마시면' 왜 '머릿속 해골이 다 환해진다'라고 할까요?
추위 속에서 피는 강인한 매화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 걸까요?
광활한 허공에 존재감을 뿌리고 있는 매화를 보면서 스스로를 보게 된 걸까요?
어서 매화꽃 냄새 맡으러 매화나무에게로 달려가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황동규 시인님의 시 '매화꽃 2'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3. 정현종 시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읽기
정현종 시인님(1939년~ , 서울)의 시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를 만납니다.
삼월 하순
매화나무에 온통 작은 꽃 몽우리!
그런데 거기 두 송이가 먼저 피어 있다!
그럴 때 그 두 송이는
무슨 강력한,
무슨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정현종 시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중에서.
매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요?
어떻게 하면 시인님처럼 매화의 전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는 매화의 전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대에게도 그대만의 매화나무가 있겠지요?
그 매화나무를 만날 때마다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는가요?
그러면 어떻게 그 매화나무의 말을 못 알아들을 수 있겠는지요?
매화나무가 그대에게 전하는 말은 어쩌면 그대 마음속 깊은 곳의 말이 아닐까요?
매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매화나무에게로 가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정현종 시인님의 시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4. 박진규 시 '통도사 홍매' 읽기
박진규 시인님(1963년~, 부산 기장)의 시 '통도사 홍매'의 한 구절을 만납니다.
300살도 더 된 노거사가 똥을 누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오래 참았다 하는 일인지
차가운 땅바닥 거머쥐고 잔뜩 힘을 주고 있다.
▷박진규 시 '통도사 홍매' 중에서.
이른 봄에 매화나무가 꽃피우는 일을 노거사가 큰일을 보는 일과 겹쳐 쓴 시네요.
문득 매화틀이 떠오릅니다. 임금의 전용 변기 말입니다.
매화틀이라는 말은 아득한 매화 향기와 아찔한 큰일 냄새가 어우러져 큰일 보는 일도 향기로워지게 하는 말이네요.
매화의 개화는 '일 년 동안 참았다' 하는 일이네요.
그런 개화라면 얼마나 힘들겠는지요?
그런 개화라면 냄새는 또 얼마나 천지를 진동하겠는지요?
통도사의 저 노거사처럼 집안 어르신 큰일 보는 일에 온 가족이 매달리던, 힘들고도 그리운 시간이 생각나는 시입니다.
박진규 시인님의 시 '통도사 홍매' 해설 전문을 이 글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이육사 시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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