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 '풀꽃·2'를 읽어봅니다. 시에 마음을 가까이 대고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시를 맡아봅니다. 그렇게 고요히 함께 마음목욕을 해보십시다.
1. 나태주 시 '풀꽃·2'
풀꽃·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 중에서
이 시는 우리가 사랑하는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 시 연작 중의 하나입니다. 시 풀꽃은 모두 3편이 있습니다. 1편이 가장 많이 알려진, 그대도 잘 아는 이 시입니다. 다시 한번 음미해 볼까요?
풀꽃·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위 같은 책 중에서
'풀꽃·1'은 우리 함께 이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자세히 읽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풀꽃·2'를 만나 봅시다. 과연 이 시에서는 어떤 풀꽃 향기가 날까요?
2. 이웃과 친구와 연인
'풀꽃·1'과 함께, 이 시 '풀꽃·2'도 풀꽃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 만나 악수를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합니다. 그렇게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된다고, 시인은 1행에서 속삭이고 있습니다.
시인은 2행에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된다고 합니다. 친구는 이웃보다 더 가까운 사이겠지요. 여기서 '색깔'은 성격이나 취향 같은 단어를 연상시킵니다. 서로의 성격이나 취향을 안다는 것이 친구 사이라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3행에서 시인은 연인 사이를 말하는데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라고 하는군요. 연인 사이는 친구 사이보다 더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사이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서로 자주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여행하면서 내면과 외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 친밀감이 깊어진 관계입니다.
3. 왜 비밀이라고 했을까요?
그런데 마지막 4행이 문제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 아, 이것은 비밀 시의 길을 잘 가다가 시인은 마지막에 와서, 왜 느닷없이 '아, 이것은 비밀'이라고 했을까요?
이 마지막 행은 이 시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님의 시는 아포리즘의 성향이 강한데, 시 속에 잠언 같은 문장만 있다면 맛이 덜할 것입니다. 이 마지막 구절이 이 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이웃 → 친구 → 연인의 관계를 우리에게 차례로 전해주면서, 연인이 되는 관계에 와서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비밀을 실토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비밀 말입니다.
이 결구는 평생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풀꽃을 그리던 나태주 시인님 특유의 아이 같은 언어입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짝꿍이 생긴 어느 아이가 친구와 재잘거리다가 그만 '특별히 좋아하는 짝궁이 생겼다'는 비밀을 말해버렸을 때 다급하게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하는 말 같습니다. - '아, 이것은 비밀' 사실 그렇게 제3의 친구에게 들켜 '비밀이야' '이거 비밀이야' '다른 친구에게 절대 말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그런 관계여야 서로 '연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나태주 시인님은 그렇게 천진난만 아이 같은, 싱글벙글 할아버지 시인입니다.
이렇게 사랑은 비밀스럽기도 하고 사물사물하고 설레고 기대되는 것이네요. 그대는 이런 기분 언제 적에 느끼셨나요? 아, 지금 느끼고 계신가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시를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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