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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김현승 시 눈물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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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인님의 시 '눈물'을 만납니다. 눈물은 부정적이고 어둡기만 한 걸까요? 눈물은 어떤 절대가치를 지니고 있는 걸까요? 시인님이 흘린 '눈물'에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김현승 시 '눈물' 읽기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남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시전집」(김인섭 엮음·해설, 민음사, 2005) 중에서


김현승 시인님(1913~1975)은 평양 출신으로 목사인 부친을 따라 전남 광주시로 이주하여 성장했습니다. 1934년 장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과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 등을 동아일보에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저서로 1957년 첫 시집 「김현승 시초」를 비롯,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절대고독」 「한국현대시 해설」 「세계문예사조사」 「김현승시선집」 「마지막 지상에서」 「고독과 시」 등이 있습니다. 1955년 한국시인협회 제1회 시인상 대상에 선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했고, 전라남도 제1회 문화상 문학부문, 서울특별시문화상 문학부문상을 수상했습니다.


2.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마태복음에 나오는 문장을 읽습니다. 예수님이 바닷가에서 대중 설교를 하십니다. 씨 뿌리는 자와 씨 뿌리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더러는 길 가에 떨어지매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고(13:4),
더러는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13:5),
해가 돋은 후에 타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13:6) ···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13:8)

그리고 김현승 시인님의 '눈물' 첫 구절을 읽습니다. 

더러는 /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 김현승 시 '눈물' 중에서

이 첫 구절은 위의 마태복음(13:8)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에서 말미암은 것이네요. 이 구절은 김현승 시인님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시인님의 생애를 관통하는 한 구절이자 문학적 지향점을 말하는 구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시인님은 이 첫 구절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요?

'눈물'이 시의 제목이니, '옥토에 떨어지는' 것은 눈물일 것입니다. 그런데 눈물을 '작은 생명'이라고 했네요. 이 눈물(작은 생명)이 옥토(좋은 땅)에 떨어져 큰 생명으로 열매 맺기를 간구하는('작은 생명이고저 ···') 화자의 염원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
결실하여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가 되느니라 하시더라

- 마태복음 13:23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는 백 배에 해당하는 결실을 얻는다고 합니다. 시인님은 이 마태복음에서 얻은 자신의 깨달음을 시 첫 구절에 녹여 눈물의 상징으로 연결시키고 있네요. 
 

김현승시눈물중에서
김현승 시 '눈물' 중에서.

 

 

3. 시 속에 깃든 슬픈 사연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시 '눈물' 중에서

 
시인님은 이 시를 1952년 「시정신」 창간호를 통해 세상에 처음 발표했습니다. 시인님 30대 후반이네요. 이 시에는 아픈 사연이 숨어있습니다. 시인님이 네 살이 채 못된 어린 아들을 병으로 잃고 애통해하면서 쓴 시라고 합니다. 아들이 죽은 슬픔을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 합니다. 눈이 멀 정도로 슬프다는 뜻입니다.

 
그런 슬픔 속에서 시인님은 절대자를 향해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라고 했네요. 이렇게 시인님은 눈물을 통해, 고통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참 삶의 가치를 발견했을까요? 시인님은 오늘 흘리는 이 눈물이, 이 고통이 절대자의 뜻이므로 언젠가는 절대자가 열매 맺게 해 준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려고 하였었고, 그러한 심정으로 이 시를 썼었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 하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눈물을 좋아하는 나의 타고난 기질에도 잘 맞는다.

- 「다형 김현승의 삶과 문학」(다형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에 실린 김현승 산문 '굽이쳐가는 물굽이 같이' 중에서


이 지상에서 오직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시인님은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다 내주고 난 후 가장 나중에 내주고 싶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눈물이라고 하네요.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하네요. 눈물은 열매를 맺기 위한 시인님의 절대 가치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눈물을 통해 더 높은 곳에 닿으려했던 시인님을 생각합니다. 

흠도 티도, / 금가지 않은 /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 김현승 시 '눈물' 중에서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김현승 시인님의 시 '슬픔'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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