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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김용택 시 참 좋은 당신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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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님의 시 '참 좋은 당신'을 만납니다.  '참 좋은 당신'이 아련하게 떠오르다가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입니다. 이 환한 봄날, 이 시를 읽으며, 그대에게 '참 좋은 당신'에게도 이 시를 읽어주며 서로의 마음을 씻으며 함께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김용택 시 '참 좋은 당신' 읽기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 김용택 시집 「참 좋은 당신」(시와시학사) 중에서

 
1948년 전북 임실 출신인 김용택 시인님은 1982년 시인으로 데뷔했습니다. 평생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또한 아이들로부터 배우며 자연 속에서 소박하고 진솔한 감동을 주는 시와 산문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시인입니다. 
 
오늘 만나는 시 '참 좋은 당신'은 김용택 시인님의 「참 좋은 당신」이라는 시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 시집의 부제가 '마흔여덟 편의 사랑시와 한 편의 이별시'인데 '김용택의 사랑시 모음집'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시집이 2003년에 발행됐으니, 김용택 시인님은 50대 중반에 '참 좋은 당신'이란 시를 쓴 듯합니다.
 

2. '참 좋은 당신'은 누구인가요?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님에게 '참 좋은 당신'은 혹시 섬진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님은 '섬진강 11'이라는 시에서도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섬진강을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또는 시인이 매순간 우러르는 절대자일 수도, 시인의 사랑하는 아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용택 시인님은 1985년에 발간한 「섬진강」이라는 시집 후기에 어머님을 언급하면서 그 어머님이 "끝없이 삶에 대해 낙천적"이라고 하셨네요. 그런 어머님의 삶을 본받아 사는 일이 시인의 나머지 삶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썼는데, '참 좋은 당신'은 그의 어머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 이 모두일 수도 있겠고요. 
 
그대에게 '참 좋은 당신'은 누구인지요?
 
우리는 이 '독서목욕'에서 '관계'에 대한 사유를 몇 번 공유한 바 있습니다. 유안진 시인님의 에세이 '지란지교를 꿈꾸며', 생각나시지요? 이 에세이에서 밝힌 유안진 시인님의 '참 좋은 당신'은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를 도와주는 멋진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는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관계없고, 나이가 같거나 많거나 적어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조용하고 깊은 인품의 소유자, 예술과 인생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면 된다고 합니다.
 
최헌 가수님의 노래 '순아'의 가사가 된 예쁜 시도 기억하시지요? 장만영 시인님의 '사랑'이라는 시 말입니다. '깊은 산 바위틈 / 둥지 속의 산비둘기처럼 /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의지하며 / 순아  우리 단 둘이 살자'라는 구절 말입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구절에 이르면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집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단둘이 살아도 행복하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참 좋은 당신'이 분명하겠네요. 그런데요, '나는 너를 믿고'라는 구절 좀 보셔요. 그런 곳에서 단둘이 살아가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하겠는지요.
 
허먼 멜빌의 '모비딕'도 우리 함께 읽었는데요, 거기 나오는 '절친' 생각나시지요? 우리의 주인공 이스마엘과 식인종 출신 작살잡이 퀴퀘그 말입니다. 이스마엘은 처음 퀴퀘그를 만났을 때 그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 무서워서 한마디로 '놀라 뒤로 자빠집니다'. 그런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스마엘은 퀴퀘그에게 한마디로 '홀딱 반하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 소설 '모비딕'의 명문장 하나가 등장합니다. '정신은 외면에 나타나는 법이다.' 퀴퀘그의 외양은 공포스러운 것이었지만, 그 내면은 참으로 순수하고 고결하다는 것을 이스마엘은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흉측하게 생겼더라도 이스마엘에게 왠지 끌리는 사람이 바로 퀴퀘그였겠네요.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참 좋은 당신'이 되어 험난한 고래잡이 항해 속에서 믿고 의지하고 도우며 파도를 헤쳐나갑니다.  
 

김용택시참좋은당신중에서
김용택 시 '참 좋은 당신' 중에서

 

 

3. 누구에게 '참 좋은 당신'인가요?

 
김용택 시인님의 시 '참 좋은 당신'을 읽으며 나에게 참 좋은 당신도 생각하게 되지만, 과연 나는 누구에게 참 좋은 당신인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이 '독서목욕'에서 철학자 안병욱 교수님의 「인생사전」의 한 구절을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안 교수님은 이 책에서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한다."고 썼습니다.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바라는 우정이 아니라 성실한 우정, 창조적인 우정을 위해 나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안 교수님의 전언은 저마다의 우정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김용택 시인님의 시 '참 좋은 당신'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의 '참 좋은 당신'이 되고 싶은 밤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김용택 시인님의 시를 더 읽어 보세요.

 

김용택 시 봄날 읽기

김용택 시인님의 시 '봄날'이 환합니다. 이 시는 몸과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김용택 시인님이 펼쳐놓은 특별한 봄날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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