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 속의 명문장을 만납니다.
헤밍웨이 53세 때인 1952년 출간된 이 소설은 헤밍웨이에게 퓰리처상(1952년)과 노벨문학상(1954년)을 안겨주었습니다.
84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던 늙은 어부가 '거대한 물고기'와 혼자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I have had worse things than that
늙은 어부의 낚시를 문 '거대한 물고기'는 배를 망망대해로 끌고 다닙니다.
그러다 하루가 지나 물밖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둥이는 야구 방망이처럼 긴 물고기, 그렇게 긴 주둥이가 가늘고 긴 쌍날칼처럼 끝으로 갈수록 뾰족한 물고기, 바로 새치였습니다.
그가 보았던 물고기 중 가장 크고, 그가 들어본 적도 없는 크기의 '거대한 물고기', 바로 새치였습니다.
그렇게 새치에게 끌려다니며 이틀째 밤을 맞이합니다.
낚싯줄을 잡은 왼손은 상처투성이고, 잡아두었던 다랑어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면서요.
혼자 얼마나 고통스럽겠는지요?
하지만 난 그보다 더 큰 어려움도 여러 번 겪었어, 그는 생각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정홍택 옮김, 소담출판사, 2001년 22쇄) 중에서.
이 문장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But I have had worse things than that, he thought.
▷「The old man and the sea」(Ernest Hemingway, Scriber classics, 1952년)
이 문장은, 새치가 끌고가는 낚싯줄을 붙잡고 배 바닥에 등을 기대어 힘겹게 버티고 있는 늙은 어부가 자신에게 한 말입니다.
등에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이 오자 그는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더 큰 어려움도 여러 번 겪었지!
헤밍웨이는 이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 어떤 어려움에 빠져 힘든다면 지나간 더 큰 어려움들을 떠올려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현재의 어려움은 지나간 더 큰 어려움에 눌려 견딜만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이 어려움도 언젠가는 다른 어려움에게 자리를 내줘야할 것이라고요.
'이보다 더 큰 어려움도 여러 번 겪었지!'라고 말하면서요.
2. You better be fearless and confident yourself
배보다 2피트나 긴 새치가 늙은 어부의 낚시를 물고 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런 바다 위에서의 두번째 밤, 늙은 어부가 잠들었는데 갑자기 물고기가 발광을 하기 시작합니다.
열 번 이상이나 거듭해서 물밖으로 뛰어올랐다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가는 대로 낚싯줄을 풀어주지만, 끌려가는 배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입니다.
그러나 늙은 어부는 그런 물고기를 '참으로 침착하고 용감하고 당당하다'라고 느끼면서 자신에게도 이렇게 말합니다.
너도 그래야 돼. 용감하고 당당해야 된다고, 늙은이야.
You better be fearless and confident yourself, old man.
▷위의 같은 책들 중에서
'fearless'는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의 뜻입니다. 'confident'는 '자신감 있는, 전적으로 확신하는'의 뜻이고요.
이 '거대한 물고기'와의 사투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삶에서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대상과 마주치는 때가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싸움에서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요.
두려움을 떨쳐내야한다고요.
이길 수 있다는 확신, 그것도 전적으로 확신하는 당당함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큰 일 앞에서 할까 말까 망설이고,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불안해하는 우리의 영혼에 푸른 용기를 가득 채워주는 문장이네요.
헤밍웨이의 속삭임이 들리는 문장이네요.
부디 겁내지 말게!
3. He took all his pain against the fish
망망대해에서 홀로 3일째.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늙은 어부에게 결전의 순간이 왔습니다.
세 번째 해가 떠오를 무렵, 그동안 낚시를 문 채 달리던 '거대한 물고기'가 전진을 멈추고 배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84일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늙은 어부입니다. 이번에는 절대로 이 '거대한 물고기'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물고기를 배 옆으로 끌고 와서 작살을 정확하게 그 심장에 꽂아야 합니다. 한 치의 실수 없이 말입니다.
그러나 '거대한 물고기'에 연결된 낚싯줄을 잡고 있는 늙은 어부의 손은 상처투성이였고, 현기증이 나서 눈앞도 정확히 식별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런 때 그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는 그의 모든 고통과 남은 힘, 그리고 오래전에 잃은 자존심을 다 합친 뒤, 그것으로 물고기와 맞섰다.
He took all his pain and what was left of his strength and his long gone pride and he put it against the fish's agony ···.
▷위의 같은 책들 중에서
최초이자 최후의 일격을 앞둔 순간입니다.
이렇게 절박한 순간을 나의 것으로 낚아채기 위해서는 고통마저 힘으로 쏟아부어야 한다고 하네요.
자신의 배보다 2피트나 긴 '거대한 물고기'와 맞서기 위해 자신의 모든 고통과 힘, 자존심까지 다 합쳤다고 합니다.
그 순간 '거대한 물고기'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네요. 늙은 어부의 가슴 높이까지요.
늙은 어부는 작살을 힘껏 치켜들고 '거대한 물고기'의 가슴지느러미 바로 뒤쪽의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그리고 그의 몸 전체 무게로 '거대한 물고기'에 꽂힌 작살을 내리눌렀다고 합니다.
늙은 어부의 작살로 전해져 왔을, 일격을 맞은 '거대한 물고기'의 거친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오늘 읽은 세 문장을 통해 우리의 삶을 생각합니다.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극복, 전적으로 확신하는 당당함과 용감함, 절대 포기를 모르는 집념과 끈기에 대해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얼마나 자주 잊고 있던 것들인지요.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명문장 읽기는 4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헤밍웨이가 건네주는 명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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