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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논어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뜻

by 빗방울이네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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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문장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를 만납니다. 나를 과시하고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시간을 일깨우는 죽비 같은 구절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뜻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8년) 중에서
 
人 : 사람
不 : 아닐 불/부
知 : 알
而 : 말 이을
不 : 아닐 불/부
慍 : 성낼
不 : 아닐 불/부
亦 : 또
君 : 임금
子 : 아들
乎 : 어조사
 

2.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있는가' 하고 묻는 문장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는 「논어」 제1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人'은 '사람, 다른 사람, 타인, 남, 딴 사람' 같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다른 사람, 타인'의 뜻으로 쓰였네요.
 
이 문장에 '不'자가 세 번이나 나오네요. 그런데 그 독음이 첫 번째는 '부'이고, 그다음 두 개는 모두 '불'입니다.
 
소싯적 배웠을 '不'의 독음법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不'는 '불'과 '부'로 읽히는데, '不' 다음에 오는 초성이 'ㄷ' 또는 'ㅈ'이면 '부'로 읽고 그 외에는 모두 '불'로 읽는다는 점을 상기합니다. 다만 '不實'은 '불실'이 아니라 '부실'로 읽는 예외라는 점도 함께 새겨둡니다.
 
그래서 뒤의 초성이 '지(知)'의 'ㅈ'인 '人不知'는 '인불지'가 아니라 '인부지'로 읽습니다. '人不知'는 남(人)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不知)는 뜻이네요.
 
'慍'은 '성내다, 화를 내다, 괴로워하다'의 뜻입니다. 온화할 '𥁕' 왼쪽에 삼수변인 물 '水'가 붙으면 따뜻할 '溫(온), 심방변인 마음 '心'이 붙으니 성낼 '慍'이 되네요. 이는 물(水)이 온화해지니 따뜻하다(溫)는 뜻이 되고, 마음(心)이 뜨거워지니 성낸다(慍)는 뜻이 되는 이치일까요?
 
'不慍'은 화내지 않는다는 말이네요. 위에 소개한 '不'의 독음 법칙에 따라 '부온'이 아니라 '불온'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의 뜻이 되네요. 
 
뒤에 따라 나오는 문장 '不亦君子乎'는 '不亦~乎'(또한 ~하지 않느냐)의 구조입니다. 그 사이에 '君子'가 들었네요.
 
그러니 '不亦君子乎'는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의 의미입니다. '不亦' 역시 위의 '不'의 독음법칙에 따라 '부역'이 아니라 '불역'으로 읽습니다.
 
전체 문장을 새겨봅니다.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군자(君子)는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을 일컫습니다.
 
한자사전을 보니 '君'은 '임금, 남편, 부모'의 뜻인데, '君'에 '부모'라는 뜻이 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위의 책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에서는 임금 '君'을 '부모'의 뜻으로 새기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부모 노릇 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성별을 따질 것 없이 곧 군자"라고 풀이해 두었습니다.
 
'君'은 다른 이를 자식같이 보살펴주는 부모 노릇하는 이! 이는 매우 공감되는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알아주지 않아도" - 논어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중에서.

 

 

 

3. '뒷것'으로 상징되는 '고요한 거인' 가수 김민기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이 글을 쓰던 중에 왜 불현듯 그가 떠올랐을까요?
 
지난 7월 21일 세상을 떠난, 가요 '아침이슬'의 김민기 가수님(1951~2024) 말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쏟아진 많은 글들 속에 그를 수식하는 '뒷것'과 '고요한 거인'이라는 단어가 빗방울이네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김민기의 삶은 '저항'과 '뒷것'으로 상징된다.
인생 1막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항의 아이콘'이 되어 고초를 겪었고,
인생 2막에는 '앞것'인 배우·가수들 뒤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그들을 밝게 비추는 '뒷것'을 자처했다.
▷「한겨레」(2024. 7.23) 글 <밑바닥에서, 노래로 뿌린 씨앗···김민기 '뒷것'의 삶>(서정민 씀)중에서
 
이 기사 속의 단어 '뒷것'에 시선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김민기 님은 언제나 '뒷것'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왜 '뒷것'일까요?
 
위의 기사에 따르면, 김민기 님은 1994년 소극장 '학전(學田)'을 개관하여 김광석의 동물원을 비롯하여 들국화, 강산에, 장필순, 박학기, 권진원, 유리상자 등 수많은 가수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고,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 보석 같은 배우들의 수련장이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는 고요한 거인이었다. 
▷「중앙일보」(2024. 7.27) 글 <내가 만난 고요한 거인 김민기>(강헌 씀) 중에서
 
위 글에 따르면, 김민기 님은 늘 수줍고 겸손했고 어떤 허식도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일이 없고 만취해도 자신을 플렉스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소소한 일상을 SNS에 공개하며 과시하고, 나를 알아봐 달라고 타인에게 간청하고 있는 '플렉스'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이네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행복한 삶의 팁을 주는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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