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의 저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의 문장들을 만납니다. '마음 모음(mindfulness)'에 대한 문장들입니다. 물 위에 떠다니는 병처럼 생각 없이 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스님이 건네주는 소중한 삶의 팁으로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틱낫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문장 읽기
설거지를 할 때에는 설거지만 해야 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 자기가 설거지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중략)
내 숨을 따라,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과 내 생각, 내 행동을 죄다 알아차림으로써
완전하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예요.
그러면 물결 위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병처럼 생각 없이 떠밀려 다닐 리 없겠지요.
-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틱낫한 지음, 이현주 옮김, 나무심는사람) 중에서
이 책의 저자인 틱낫한 스님(1926~2022)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16세에 선불교에 입문해 승려가 되었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습니다. 평생 '마음 모음(mindfulness)'을 세계에 소개해온 선불교의 위대한 스승이자 세계적인 교육자입니다.
베트남전쟁 때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했고, 베트남 정부에 의한 귀국 금지 조치로 1973년 프랑스로 망명, 1982년 보르도에 오늘날 세계적 명상 공동체가 된 '플럼빌리지(Plum Village)'를 설립 운영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틱낫한 명상」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화해」 「화」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의 옮긴이인 이현주 작가님은 1944년 청주 출신으로 감리교 목사이며 동화작가이고 번역가입니다. 이원수 동화작가님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동서양과 유불선 등 지역과 종교를 넘어선 공부 내용을 세상과 공유하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물(物)과 나눈 이야기」 「길에서 주운 생각들」 「장자산책」 「이현주 목사의 대학 중용 읽기」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내 인생의 첫 고전 논어」 「예수의 죽음」 「예수에게 도를 묻다」 등이 있습니다.
2. 설거지할 때 무슨 생각하시나요?
위 책은 150쪽도 안 되는 자그마한 책이지만 깊은 지혜가 담긴 심연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두 장 넘기면 아래의 문장을 만납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설거지만 해야 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 자기가 설거지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 틱낫한 저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중에서
그대는 설거지할 때 설거지만 하나요? 설거지를 할 때 빗방울이네는 온갖 생각을 다하며 설거지를 하곤 했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 오늘 있었던 일 말입니다. 그때 그런 말을 왜 했지?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걸! 또 설거지 다음에 할 일, 내일모레 또는 아주 먼 미래의 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과 걱정의 생각들입니다.
빗방울이네가 평소 존경하는 이는 국선도의 맥을 잇고 있는 훌륭한 분입니다. 언젠가 이 분이 한 말씀이 기억나네요. 국선도에서는 다양한 자세로 몸을 단련하는데 이때마다 스스로의 몸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고요. 마음의 시선을 말입니다.
허리 쪽에 힘이 가면 허리를, 목에 힘이 가면 목을, 다리에 힘이 가는 자세면 다리를 보라고 합니다. 동작을 취할 때 통증이 느껴지는 그 부위를 주시하고 그 통증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그 통증과 대화를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쉼 없이 들여다보며 대화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몸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된다고 합니다. 마음을 한 군데로 모으는 습관이 길러져 집중력도 높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요? 운동을 하면서 운동기구 앞에 놓인 모니터를 보고, TV를 보면서 밥을 먹고, 길을 가면서 온갖 물질에 눈과 마음을 뺏기곤 합니다. 이런 우리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틱낫한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뒤에 차 마실 일만 생각하고
그래서 마치 성가신 일을 처리하듯 서둘러 그릇을 씻는다면
그러면 우리는 '설거지를 하기 위해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자기 삶을 알차게 살지도 못하는 거예요.
그런 상태로는 싱크대 앞에 서 있는 동안 결코 인생의 기적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지금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따가 차도 제대로 마실 수 없겠지요.
차를 마시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느라고 자기 손에 찻잔이 있는지도 모를 테니까요.
그렇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헤매느라고, 자기 삶의 한 순간도 알차게 살지 못하고 마는 겁니다.
- 틱낫한 저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중에서
3. 삶의 순간순간 '마음 모음' 실천하기
틱낫한 스님은 삶의 순간순간에 '마음 모음(mindfulness)'을 할 것을 권합니다. 이 책에서 그는 '마음 모음'을 위해 호흡을 강조합니다. 호흡은 '삶을 의식에, 몸을 생각에 연결시켜 주는 다리'라고 말합니다. 그런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가 지금 숨을 들이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편안하게 숨을 들이쉬세요.
이제 자기가 숨을 내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폐 안에 있는 숨을 죄다 내쉬는 겁니다.
- 틱낫한 저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중에서
강변이나 마을길을 걸으면서, 나에게 또는 손님에게 대접할 커피를 준비하면서, 일상의 아무아무 일들을 하면서 동작에 마음을 모으면서 느리게 하고, 동작의 한 단계 한 단계를 알아차리는 '마음 모음'을 하라고 합니다.
언제나 눈길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세요.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능력 있고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것이 '마음 모음'입니다.
- 틱낫한 저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중에서
틱낫한 스님은 '마음 모음'을 하며 살게 되면 물결 위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병처럼 생각 없이 떠밀려 다니지 않게 되고 현재를 고스란히 사는 알찬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면서 마음을 모으고,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호흡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을 모으는 일, 이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 같네요. 아무 힘이나 비용도 들지 않고요. 남들이 내가 무얼 하는지 알아채지도 못하니까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을 거고요. 한번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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