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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윤석중 동시 종달새의 하루

by 빗방울이네 2024.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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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중 시인님의 동시 '종달새의 하루'를 만납니다. 이 봄날 종달새는 하루 종일 무얼 하고 지낼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윤석중 동시 '종달새의 하루' 읽기

 
종달새의 하루
 
▷윤석중(1911~2003년, 서울)
 
하늘에서 굽어보면
보리밭이 좋아 보여
종달새가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밭에서 쳐다보면
저 하늘이 좋아 보여
다시 또 쏜살같이 솟구칩니다.
 
비비배배거리며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 해가 집니다.
 

▷「새싹의 벗 윤석중 전집 - 종달새의 하루」(윤석중 지음, 웅진출판, 1988년) 중에서

 

2. 종달새는 왜 땅과 하늘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할까요?

 
윤석중 시인님의 동시 '종달새의 하루'는 1960년 「어린이를 위한 윤석중 시집」에 실린 동시입니다.
 
곰곰 다시 읽어봅니다.
 
'하늘에서 굽어보면 / 보리밭이 좋아 보여 / 종달새가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밭에서 쳐다보면 저 하늘이 좋아 보여 / 다시 또 쏜살같이 솟구칩니다
비비배배거리며 오르락내리락 / 오르락내리락하다 / 하루 해가 집니다'
 
과연 이 동시는 무얼 말하는 걸까요?
 
종달새가 하늘에서 보리밭 사이를 오르락내리락거린다고 하네요.
 
그것도 쏜살같이요.
 
그것도 하루 해가 질 정도로 하루종일요.
 
윤석중 시인님의 다른 동시 '종달새야'를 볼까요?
 
이 동시 '종달새야'는 앞의 '종달새의 하루'보다 먼저 발표되었네요. 1956년 「노래동산」에 실렸습니다.
 
종달새가 / 하늘로 올라갔다 / 땅으로 내려왔다
종달새야 / 종달새야 / 땅에서 하늘까지 얼마나 되니? / 땅에서 하늘까지 얼마나 머니?
종달새야 / 종달새야 / 하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우리나라가 / 손바닥만 하겠지 / 동해 바다가 / 우물만 하겠지.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이 동시 '종달새야'에서도 '종달새가 하늘로 올라갔다 땅으로 내려왔다'라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왜 종달새는 보리밭에서 하늘까지 쏜살같이 솟구쳤다 다시 쏜살같이 내려올까요? 
 

"종달새가 쏜살같이" - 윤석중 동시 '종달새의 하루' 중에서.

 

 

 

3. '찌이지크, 찌이지크, 쓰이, 쓰이, 류우, 류우, 류우, 류우 ···'

 
도서관에 가서 종달새 책을 찾아봅니다. 참새처럼 생긴, 갈색 옷을 입은 작고 귀여운 새네요.
 
'자신의 세력권을 주장하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오른 뒤 수직으로 내려오면서 울음소리를 내는 종다리'

▷「생명 곁에서 거닐다, 새」(김태균 지음, 지성사, 2008년) 중에서

 
아, 그랬군요.
 
자신의 세력권을 주장하기 위한 행동이었네요.
 
여기서는 종다리라 했는데요, 종다리와 종달새, 그리고 노고지리는 같은 새를 가리킵니다.
 
종달새는 보리밭이나 밀밭, 강변 같은 평지에 밥그릇모양의 둥우리를 짓고 사는 텃새입니다.
 
종달새는 땅 위에 만들어둔 자신의 둥우리에서 쏜살같이 하늘로 솟구친 뒤 이렇게 말했을까요?
 
여기까지가 내 구역이야, 넘보지 말라구! 여기까지, 하늘만큼 땅만큼 내 구역이라구! 얼씬도 마! 알았어?
 
그렇게 하늘에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정지비행을 하며 힘을 과시한 뒤 다시 보리밭의 둥지로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수직으로요. 참 신기한 행동이네요.
 
시인님은 이처럼 특별한 종달새의 생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네요.
 
얘들아, 종달새는 말이야, 하늘로 솟구친단다.
 
보리밭 둥우리에서 똑바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지. 100미터나 높이 솟구친다니 놀랍지 않니?
 
종달새는 얼마나 신날까?
 
그리곤 다시 수직으로 자신의 둥지로 내려온단다.
 
아무도 범접하지 말라고 말이야.
 
자신의 알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주는 거란다.
 
이런 종달새는 얼마나 대견하니!
 
얘들아, 너희도 솟구쳐야 하지. 모름지기 너희라면 높이높이 솟구쳐야지. 
 
저 높은 하늘로 말이야. 하늘처럼 높고 푸른 꿈을 향해 말이야.
 
'비비배배거리며 오르락내리락 / 오르락내리락하다'
 
그런데요, 종달새는 노랫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종달새의 학명은 'Alauda arvensis'인데요, 'alauda'는 켈트어로 위대한 여가수, 'arvensis'는 라틴어로 '밭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밭의 여가수'가 바로 종달새네요.
 
종달새의 학명에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지 알 수 있네요.
 
3, 4월에 노래한다는 종달새, 그이들은 어떻게 노래할까요?
 
책장을 넘기다 이런 문장을 만나면 종달새처럼 수직으로 솟구치고 싶습니다.
 
(종달새가) 놀라서 날아오를 때는 삐르르, 삐르르 또는 캬아, 캬아 혹은 쭈르르, 쭈르르 하고 운다.
찌이지크, 찌이지크, 쓰이, 쓰이, 류우, 류우, 류우, 류우, 찌이지크, 찌이지크, 류우, 류우, 류우, 류우,
또는 삐이쯀, 찌이지프, 찌이지프 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길게 지저귄다.

▷「한반도의 조류」(원병오·김화정 지음, 아카데미서적, 2012년) 중에서

 
하하! 아름다운 종달새 노랫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만 같네요.
 
그러나 이제는 종달새의 서식지였던 보리밭이나 밀밭, 그리고 들판이 점점 사라져 안타깝게도 종달새 노랫소리도 듣기 어렵게 되었네요.
 
윤석중 시인님의 동시 '종달새의 하루'를 음미하며 이 화창한 봄날, 어디로든 힘껏 솟구치는 나날 되시길!
 
'찌이지크, 찌이지크, 쓰이, 쓰이, 류우, 류우, 류우, 류우 ···'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윤석중 시인님의 동시/동요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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