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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윤석중 동시 걸어오는 봄

by 빗방울이네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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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윤석중 님의 동시 '걸어오는 봄'을 만납니다. 아이 눈으로 아이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게 되는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음미하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윤석중 동시 '걸어오는 봄' 읽기

 
걸어오는 봄
 
- 윤석중(1911~2003년, 서울)
 
남쪽 끝으로 시집 간 누나한테서
개나리꽃이 한창이라는 편지가 왔어요.
여기는 눈도 채 녹지 않았는데요.
 
지금쯤 봄이 어디만큼 왔을까요?
봄은 기차를 안 타고
아장아장 걸어올 테니까
먼 북쪽, 이 깊은 산골까지 오려면
여러 날이 걸리겠지요.

2. ‘봄은 아장아장 걸어올 테니까’

 

우리나라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동문학가 윤석중 님(1911~2003년, 서울)의 동시 '걸어오는 봄'을 만납니다.

 

윤석중 님은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로 시작하는 '옹달샘'을 비롯, '동네 한 바퀴' '똑같아요' '새 신' '봄 나들이' '짝자꿍' '둥근달' 같은 우리 귀에 익숙한 주옥같은 명작 동요의 노랫말을 지어 우리에게 선사해준 분입니다.

 

'걸어오는 봄'은 어떤 동시일까요?

 
'남쪽 끝으로 시집 간 누나한테서 / 개나리꽃이 한창이라는 편지가 왔어요 / 여기는 눈도 채 녹지 않았는데요'
 
누나가 시집 간 곳이 남쪽 끝이면 제주 쯤일까요?

 

누나는 봄을 알리는 개나리꽃이 한창이라고 고향집에 편지를 보냈네요.

 

고향집은 아직 눈도 채 녹지 않은 북쪽이고요.
 
개나리꽃은 봄의 전령입니다.

 

따뜻한 적도에 가까운 따뜻한 남쪽이라서 개나리꽃이 먼저 피었네요. 

 

개나리꽃이 피면 우리는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드디어 봄이 왔다'라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꽃인지요. 
 
'지금쯤 봄이 어디만큼 왔을까요? / 봄은 기차를 안 타고 / 아장아장 걸어올 테니까'
 
이 시의 화자는 '남쪽 끝으로 시집 간 누나'가 있는 아이입니다. 추운 북쪽에 사는 아이요.
 
이 구절에서 우리는 그동안 사는 일에 바빠서 생각해볼 틈이 없었던 봄에 대해, 북쪽에 사는 아이의 시선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쯤 봄이 어디만큼 왔을까요?'

 

이렇게 생각해보는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한 마음인지요.
 
여기는 눈도 채 녹지 않았는데 남쪽에는 개나리꽃이 다 피었다고?

 

남쪽 끝에 개나리꽃을 피워준 그 봄은 지금쯤 어디만큼 왔을까?  
 
'봄은 기차를 안 타고 / 아장아장 걸어올 테니까'. 이 시의 가장 높은 곳, 우듬지입니다.
 
이 구절은 아무리 힘센 어른이라도 일순간에 와르르 저마다의 아이의 시간으로 데려가주네요.

 

아, 아장아장 '걸어오는 봄', 시인님은 얼마나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지요. 
 
그리하여 우리도 저마다 내면의 아이 속으로 빨려들어가 눈을 감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장아장 걸어오는 봄을요.

느릿느릿 걸어오는 봄을요.

이곳 저곳 다 들러보고 인사하며 어슬렁어슬렁 오는 봄을요.

아이 눈으로 아이 마음으로 지금 한창 오고 있을 봄을 생각하니, 굳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만 같네요. 봄처럼요.
 

"봄은-기차를-안타고-아장아장-걸어올-테니까"-윤석중-동시-'걸어오는-봄'-중에서.
"봄은 기차를 안 타고 아장아장 걸어올 테니까" - 윤석중 동시 '걸어오는 봄' 중에서.

 

 

 

3. 깊은 산골에도 어김없이 오는 봄

 
'먼 북쪽, 이 깊은 산골까지 오려면 / 여러 날이 걸리겠지요'
 
봄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 꽃들이 북상하는 속도는 얼마쯤 될까요?
 
기상전문기업인 웨더아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2024년) 개나리꽃은 3월 15일 서귀포에서 피어나 3월 28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제주에서 서울까지 13일이나 걸리네요. 참으로 '아장아장' '걸어오는 봄'이네요.
 
그래도 '먼 북쪽, 이 깊은 산골까지' 빼지 않고 봄은 오겠지요.

봄은 공평하니까요.

낮은 곳 높은 곳 가리지 않으니까요.

가난한 곳에도 '깊은 산골'에도 어김없이 오는 봄이니까요.

그대는 어떤 봄을 기다리고 있나요?

우리의 시대는 어떤 봄을 기다리고 있나요?

'아장아장' 걸어오더라도 필연적으로 '봄'은 도착하겠지요?

남쪽에서부터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고 오겠지요?
 
이렇게 연두빛 봄이 오는 일, 겨우내 힘들었던 우리에게 얼마나 따듯한 위로가 되는지!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윤석중 님의 동요를 만나 보세요.

 

동요 둥근 달 윤석중 작사 권길상 작곡

윤석중 시인님의 동요 '동근 달'을 만납니다. 누구라도 아이 마음으로 데려가 아이가 되게 해주는 동요입니다. 함께 부르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동요 '둥근 달' 부르기 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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