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현호은 막현호미'라는 문장을 만납니다. 우리 삶을 맑고 밝게 만들어주는 보석 같은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씻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막현호은(莫見乎隱) 막현호미(莫顯乎微)'의 뜻
막현호은(莫見乎隱) 막현호미(莫顯乎微) : 숨은 것처럼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처럼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 「중용 - 인간의 맛」(김용옥 지음, 통나무, 2011년) 중에서
이 문장은 「중용」 제1장 천명장에 나옵니다.
첫 문장 '막현호은(莫見乎隱)'은 없을 '莫(막)', 드러날 '見(현)', 어조사 '乎(호)', 숨을 '隱(은)'로 구성되어 있네요.
'막현호은(莫見乎隱)'에 대한 위 책의 해석은 '숨은 것처럼(乎隱)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莫見)'입니다.
여기서 '見'은 '현'으로 읽습니다. '보다' '보이다'로 쓰일 때는 '견'으로 읽지만, '나타나다' '드러나다' '보이다' 등으로 쓰일 때는 '현'으로 읽습니다. 일반적으로 '견'이 많이 쓰이다 보니 '막현호은'을 '막견호은'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막현호은'으로 새깁니다.
두 번째 문장 '막현호미(莫顯乎微)'는 없을 '莫(막)' 나타날 '顯(현)' 어조사 '乎(호)', 작을 '微(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시 위의 해석대로라면 '미세한 것처럼(乎微)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莫顯)'입니다.
은밀하게 숨겨져 있고, 아주 작은 것이면 잘 드러나거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의표(意表)를 찌르는 문장이네요.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2. '하나님을 끊임없이 개방적으로 해후한다'는 뜻
'막현호은(莫見乎隱) 막현호미(莫顯乎微)'라는 문장은 「중용」 제1장 천명장에 어떻게 들어있을까요? 이 문장의 앞과 뒤에 있는 문장을 위의 같은 책에서 읽어봅니다.
道也者(도야자), 不可須臾離也(불가수유리야) ···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
君子戒愼乎其所不睹(군자계신호기소불도)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
그러므로 군자는 보이지 않는 데서 계신하고, 들리지 않는 데서 공구한다.
莫見乎隱(막현호은) 莫顯乎微(막현호미)
숨은 것처럼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처럼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故君子愼其獨也(고군자신기독야)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 있음을 삼가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독(愼獨)', 군자가 홀로 있음을 삼가는 것에 대한 문장입니다. '계신(戒愼)'은 경계하고 삼가는 것을 말하고, '공구(恐懼)'는 몹시 두려워함을 뜻합니다. 보이지 않는 데서 경계하고 또 삼가고, 들리지 않는 데서 몹시 두려워한다는 이 말, 얼마나 찬물 같은 말인지요.
주체의 심화는 고독의 과정이다. 고독은 수신의 대전제이다.
하나님은 나의 고독 속에서만 온전하게 발현된다 ···
나의 몸을 하나님화하는 과정은 일차적으로
나 자신에게 부여되는 천명을 홀로, 고독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신독은 고독의 심연에서 하나님을 끊임없이 개방적으로 해후하는 것이다.
- 「중용 - 인간의 맛」(김용옥 지음, 통나무, 2011년) 중에서
하나님을 끊임없이 개방적으로 해후하는 것! 이 문장에 보석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끊임없이 해후하는 중입니다. 그것은 위에서 함께 읽은 중용 제1장 천명장 중의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문장과 같은 맥락이네요.
이렇게 우리가 절대자와 24시간 딱 연결되어 있으니 숨은 것, 미세한 것이라 어찌 잘 드러나지 않겠는지요. 하늘의 눈에 무엇을 숨길 수 있겠는지요. 이 말은 참으로 놀라운 말이네요.
3. '생각과 말과 행동이 대기 속에 영향의 파동을 일으킨다'
개개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대기 속에 영향의 파동을 일으킨다.
그 파동이 허공을 타고 번져 나가서 창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흔든다.
흔들면서 영향을 미친다.
- 「바가바드 기타」(함석헌 주석, 한길사, 1996년 1쇄, 2021년 16쇄) 중에서
이렇게 우리의 선지자들은 우리의 마음이나 행동은, 그것이 작거나 숨겨진 것이라 해도 잘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파동을 일으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 영향은 타인게도 미치겠지만, 또한 나에게 미치겠지요?
나의 생각(생각까지!)과 말과 행동이 나와 타인, 그리고 생명 있는 것, 생명 없는 것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선지자의 말은 얼마나 자꾸 생각해보고 싶은 말인지요?
'莫見乎隱(막현호은) 莫顯乎微(막현호미)', 이 일을 어찌해야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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