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풀꽃, 괭이밥에 대해 알아봅니다.
고양이가 먹는다는 풀 말입니다.
고양이는 왜 괭이밥을 먹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괭이밥은 왜 괭이밥일까?
신문을 보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동공이 저절로 확대됩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하면서요.
고양이들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삼키고 나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도
마당이나 들에 핀 풀을 뜯어먹고 살아나기도 했는데,
그래서 그 풀이름이 '괭이밥'이 되었다.
▷「쥐약 먹은 고양이도 살려내는 괭이밥풀 - 고진하 목사시인의 불편당일기 5 : 야생초 지혜-괭이밥」(2020.7.22. 한겨레 기사) 중에서.
인용한 신문 기사는 괭이밥이라는 야생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봄과 여름 동안 담벼락 아래나 화단에 지천으로 작고 노란 꽃을 피우는 풀꽃 말입니다.
이 기사에는 두 가지 정보가 있네요.
첫 번째는 '괭이밥'이라는 이름의 사연입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입니다.
울음소리가 고양이와 비슷한 갈매기를 '괭이갈매기'라고도 할 정도로 '괭이=고양이'라는 말의 쓰임이 다양하네요.
그러니까 고양이가 이 풀을 먹는 것을 보고 '고양이밥' → '괭이밥'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괭이밥의 효험입니다.
쥐약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던 고양이가 이 풀을 뜯어먹고 살아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사연 모두 우리의 정신을 아뜩한 지경으로 몰아갑니다.
쥐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풀(!)을 뜯어먹는다'는 사실에 먼저 어리둥절해지네요.
더구나 그 풀을 뜯어먹으면 자신의 병이 낫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고양이의 지혜(?)에 또한 놀라게 되고요.
이거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는 일이네요. 도서관으로 달려갑니다. 후다닥!
2. 아픈 고양이에게 괭이밥은 어떻게 좋을까?
괭이밥이라는 이름은 식물체에 들어 있는 산 성분이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고양이가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뜯어 먹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한국 식물 이름 유래」(조민제 등 편저, 심플라이프, 2021년) 중에서
이 책에서도 고양이가 속이 탈이 났을 때 뜯어먹는 풀이라서 괭이밥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약효는 괭이밥 속에 들어있는 산(酸) 성분이라고 합니다.
'酸(산)'이라는 한자의 뜻은 '맛이 시다, 신맛, 식초'입니다.
위 책에 따르면, 괭이밥의 속명은 괭이밥속인데 영어로 'Oxalis'입니다.
이 'Oxalis'의 어원은 그리스어 'oxys'(신, 시큼한)입니다. 괭이밥의 잎과 줄기에서 신맛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네요.
괭이밥의 한자 이름은 '초장초(酢漿草)'인데, 이름 속에 아예 신맛이 들어있네요.
'酢(초)'는 '식초, 맛이 시다'의 뜻, '漿(장)은 '즙', '草(초)'는 '풀'의 뜻입니다. 그러니까 식물체(괭이밥)의 즙이 식초처럼 시다는 말이네요.
'초장초(酢漿草)'는 '괭이밥'이라는 이름보다 더 직관적입니다.
괭이밥을 다른 이름으로 '시금풀', '시금초'라고도 합니다. '시금하다'는 '맛이나 냄새 따위가 조금 시다'는 뜻입니다.
시금풀이나 시금초라는 이름은 괭이밥이라는 이름보다 식물체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 같습니다.
괭이밥은 과연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요?
키 10~30cm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잎은 어긋나고 3갈래로 갈라진 겹잎이며, 작은 잎은 염통 모양이고 잎자루가 길다.
꽃은 5~9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에 1송이씩 달린다.
▷「약이 되는 식물 도감」(김오곤 엮음, 지식서관, 2019년) 중에서.
잎이 '염통 모양'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가네요. 염통은 심장을 말합니다.
그러니 염통 모양이라는 말은 하트(♡) 모양이라는 말입니다.
직접 보면 '♡'처럼 생긴 이파리 석장이 붙어 있는 괭이밥 이파리가 앙증맞게 이쁩니다.
이 이파리를 보면 얼핏 클로버와 혼동될 정도로 닮았답니다.
괭이밥은 사람에게도 약초입니다.
해열, 이뇨, 소종 등의 효능이 있다. 또한 피를 식혀준다고 한다.
적용 질환은 열로 인한 갈증, 이질, 간염, 황달, 인후염, 유선염, 대하증, 토혈 등이다.
옴이나 백선(白癬), 마른 버짐, 부스럼, 종기, 치질 등에도 효과가 크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야초백과」(장준근 지음, 넥서스, 2020년 3판) 중에서.
이 책에 따르면, 괭이밥은 풀 전체에 수산(Oxalic acid)과 타닌이 함유되어 있고, 식물체의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쓴다고 합니다.
달이거나 생즙으로 먹거나 생즙을 환부에 바르는 방법으로요.
지식백과에 보니, 수산(蓚酸), 즉 옥살산은 '격렬한 물질로 위통, 구토 및 신장에 침범한다'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많이 먹으면 그렇다는 말이겠지요?
감처럼 떫은 맛을 내는 물질이 타닌이고요.
괭이밥을 먹은 고양이가 혹시 이 옥살산과 타닌에 의해 위 속의 나쁜 것을 소화시키거나 토해내는 방법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건 아닐까요?
이는 고양이가 말해줘야 알 수 있는 질문이겠네요.
3. 괭이밥을 직접 뜯어먹어본 이야기
괭이밥을 먹어본 적이 있나요?
고진하 목사시인님은 괭이밥이 나오는 철이면 거의 매일 괭이밥을 뜯어먹는다고 하네요. 괭이밥의 새콤한 맛을 즐기기 위해서요.
나는 요즘 거의 매일 마당과 텃밭에 자란 괭이밥을 뜯어먹는다.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어린 시절 괭이밥 잎을 따서 씹으면
입속에서 느껴지는 새콤한 맛을 즐기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 위 '한겨레'의 같은 기사 중에서
황대권 작가님은 야생초 가꾸기와 섭생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이 분의 책을 보니 한때 기관지염을 치료하기 위해 괭이밥을 뜯어먹었다고 하네요. 그것도 '마구' 말입니다.
기관지염을 고친다고 화분에 난 풀들을 마구 뜯어먹었다.
그 때 많이 뜯어먹은 풀이 바로 괭이밥이다.
▷「야생초 편지」(황대권 지음, 도솔출판, 2003년 16쇄) 중에서.
두 분 다 초식동물처럼 괭이밥을 '뜯어먹었다'라고 하네요.
빗방울이네, 이런 화려한(!) 증언들을 보니 호기심이 충천하는 것만 같네요.
집밖으로 뛰쳐나갑니다. 5월에서 9월에는 주변에 널린 것이 괭이밥이니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양지 바른 곳, 화단에 보니 괭이밥이 소복하니 무리를 지어 노란 꽃을 피우고 조잘조잘 앉았네요.
이제 괭이밥을 뜯어야할 차례입니다. 그러나 빗방울이네, 괭이밥 쪽으로 좀처럼 손을 뻗지 못하네요.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 다시 와 손을 내밀었다 거두었다를 반복하고 있네요.
괭이밥아, 미안하다. 아픈 고양이가 너를 먹고 낫는다고 하고, 사람들도 너를 먹으며 힘을 얻는다고 하니 어떤 맛인지 나도 한번 먹어보려고 그런단다.
그러고는 빗방울이네, 눈을 질끈 감고 웃자란 녀석의 꽃대 하나를 톡 하고 꺾었습니다.
꺾은 괭이밥에 눈길도 주지 못한 채 엄지와 검지로 집어서 집에 와 수돗물에 조심스레 씻었습니다.
그리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트 모양으로 생긴 이파리 하나를 따 입 속에서 살며시 씹었더랬습니다.
아, 정말 시큼털털한 맛이 나네요. 작은 이파리 하나였는데, 순식간에 턱 양쪽의 침샘이 열리는 강한 신맛이었습니다.
함께 먹어본 지인은 그 맛이 풋사과 같다고 했어요.
새콤한 맛인데요, 거부감 없는 새콤한 맛이네요. 몸에 이로움을 줄 것 같은 다정한 새콤함 말입니다.
괭이밥의 다른 이름인 '시금초', '초장초'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실감 나는 맛입니다.
곧이어 빗방울이네는 남아있던 이파리 10여 개와 꽃 서너 송이, 줄기 하나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다 먹었습니다.
이파리와 꽃에서 신맛이 강했고, 줄기의 신맛은 약했습니다.
괭이밥을 먹는 고양이도 빗방울이네와 같은 맛을 느낄까요?
배탈이 난 고양이는 어떻게 괭이밥의 효험을 알게 되었을까요?
백석 시인님의 시가 떠오르네요.
병이 들면 풀밭으로 가서 풀을 뜯는 소는 인간(人間)보다 영(靈)해서 열 걸음 안에 제 병을 낫게 할 약(藥)이 있는 줄을 안다고
수양산(首陽山)의 어늬 오래된 절에서 칠십(七十)이 넘은 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치맛자락의 산(山) 나물을 추었다
- 백석 시 '절간의 소 이야기' 전문
아픈 소는 제 병을 낫게하는 풀을 안다고 하네요. 그것도 열 걸음 안 풀밭에서요.
이처럼 고양이와 소 같은 동물들은 자기 몸에 이로운 먹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신묘한 능력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건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겠지요?
괭이밥을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산책길에 온통 괭이밥이 시선을 당깁니다.
키 작은 괭이밥 앞에 무릎을 꿇고 노란 꽃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이 시큼한 녀석, 몸에 이로운 맛을 지니고 이렇게 낮은 곳에 있었구나!
괭이밥을 뜯어먹어 괭이밥과 하나가 된 빗방울이네라서 괭이밥은 이전보다 더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졌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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