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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틱낫한의 사랑법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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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책 「틱낫한의 사랑법」을 만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비기 하나를 건네줍니다. 머릿속이 환해지는 통찰입니다. 틱낫한 스님이 퍼올려주는 차가운 우물물로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틱낫한의 사랑법」 문장 읽기


우리는 꽃 한 송이가
햇빛, 흙, 물, 시간, 공간 같은,
꽃 아닌 요소들만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고 있지요.
우주에 가득 찬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을 피어나게 하는데,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들을
우리는 '꽃 아닌 요소들'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거름은 꽃이 피어나도록 돕고
꽃은 더 많은 거름을 만들지요.
우리는 명상 가운데,
지금 여기 있는 꽃 한 송이에서 거름을 볼 수 있습니다.


- 「틱낫한의 사랑법」(틱낫한 지음, 이현주 옮김, 나무심는사람, 2002년) 중에서


틱낫한(Thich Nhat Hanh)님(1926~2022)은 베트남 스님으로 시인이자 선사(禪師), 평화운동가입니다. 1982년 프랑스 보르도에 설립한 명상 공동체 ‘Plum Village’를 통해 ‘마음모음(mindfulness)’을 세계에 전파해 왔습니다.
저서로는 「살아 계신 부처, 살아 계신 그리스도」 「발자국마다 평화」 「나를 참이름으로 불러다오」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틱낫한 명상」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화해」 「화」 등 100 여권이 있습니다.    
 
옮긴이인 이현주 작가님은 1944년 충주 출신으로 종파를 넘어 진리를 추구하며 소중한 글로 지혜를 나누고 있는 목사이며 시인, 동화작가, 번역가입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 시인님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저서로 「물(物)과 나눈 이야기」 「길에서 주운 생각들」 「장자산책」 「이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이현주 목사의 대학 중용 읽기」 「내 인생의 첫 고전 논어」 「예수에게 도를 묻다」, 시집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등이 있습니다.


2. 사람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진 존재란?


170쪽가량 되는 이 자그마한 책은 아래의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사람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진 존재인 까닭에
지금 여기에서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이런 문장은 우리를 참으로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스님은 젊은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비구니(여승)가 있었다고 하네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승려가 된 그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했을까요? 그 비밀이 바로 위의 문장 속에 들어있습니다. 같은 의미의 다른 문장을 더 읽어보죠.

우리는 꽃 한 송이가
햇빛, 흙, 물, 시간, 공간 같은,
꽃 아닌 요소들만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고 있지요.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위의 두 문장에서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과 ‘꽃 한 송이’가 무엇으로 이루어진 존재인지에 대해 알았습니다. 사랑했던 그 사람은 ‘사람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진 존재’이고, 꽃은 ‘꽃 아닌 요소들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하네요.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문장들에 비추어 보면, 그대는 그대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졌다는 뜻인데, 아니 내가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졌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요?

우주에 가득 찬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을 피어나게 하는데,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들을
우리는 ‘꽃 아닌 요소들’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장미꽃 한 송이를 봅니다. 이 장미꽃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장미나무는 저 혼자서 외따로이 아무 도움도 없이 장미꽃을 피워 올렸을까요? 마법을 부리듯이 말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그게 아니라고 하네요. ‘우주에 가득 찬 모든 것’이 장미꽃을 피어나게 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장미나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들’에 의지하여 장미꽃을 피워냈네요. 그래서 이 장미꽃은 장미꽃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졌다는 거네요.
 

youarewithoutself-틱낫한의사랑법중에서
You are without self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3. 'You are without self'


자아는 비자아의 요소들 없이 존재할 수 없어요.
어느 한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것에서 우주를 보게 됩니다.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틱낫한 스님은 심지어 ‘자아는 비자아의 요소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장미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 아닌 요소들’, 즉 ‘비자아’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네요. 우리는 이런 문장을 품고 잠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빗방울이네를 존재하게 하는 ‘비자아’는 무얼까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 아닌 요소들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언제나 나의 편인 가족,
내가 끼니마다 먹는 음식들,
읽는 책들,
듣는 음악들,
나를 괴롭게도 기쁘게도 하는 타인들,
수많은 좋고 나쁜 관계들,
수시로 나의 무릎을 접어주는 길양이들, 달개비꽃들,
.
.
.

이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자아’ 없이 과연 ‘나(자아)’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빗방울이네는 언제나 ‘나는 외따로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이런 ‘비자아’의 요소 없이 빗방울이네는 한시도 외따로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런 서늘한 통찰의 기슭에 도착했네요. 이 기슭에 스며드니 문득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자아는 비자아의 요소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문장에서 우리는 소중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것이라는 집착,
나를 지키려는 이기심,
타인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
타인의 불행을 외면하는 무관심,
타인의 행복을 시기하는 질투심,
.
.
.

이런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하는 것을요. 이런 것은 완전 거꾸로 된 생각이라는 것을요. 사실과 크게 전도된 착각이라는 것을요.

‘너는 자아 없이 있다 You are without self’
비자아(non-self)가 여러분의 본질입니다.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의 의미를 이렇게 명쾌하게 알려주시네요.

틱낫한 스님은 우리 삶, 우리 존재의 실체가 그러하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하네요. 이 다정한 문장은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보약인지요.

하나는 여럿으로 만들어지지요.
우리 자신을 돌보는 것이 우리 둘레에 있는 이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그들의 행복과 안녕이 곧 우리의 행복과 안녕입니다.

- 「틱낫한의 사랑법」 중에서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는 틱낫한 스님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틱낫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틱낫한 스님의 저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의 문장들을 만납니다. '마음 모음(mindfulness)'에 대한 문장들입니다. 물 위에 떠다니는 병처럼 생각 없이 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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