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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함민복 시 봄 꽃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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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님의 시 '봄 꽃'을 만납니다. 이 환한 봄날, 함민복 시인님은 아주 특별한 ‘행복 처방전’ 하나를 우리에게 살며시 건네주시네요. 과연 어떤 처방전일까요? 시인님이 처음 발명해낸 처방전 속으로 들어가 마음을 씻으며 우리 함께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함민복 시 '봄 꽃' 읽기

 
봄 꽃
 
-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중에서

 
함민복 시인님은 1962년 충북 노은면 출신으로 1988년 문학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습니다. 1990년 첫 시집 「우울씨의 일일」을 시작으로 시집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과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 등,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등을 펴냈습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을 수상했습니다.
 

2. 부드러움에 찔리다니요?

 
꽃에게로 다가가면 / 부드러움에 / 찔려

- 함민복 시 '봄 꽃' 중에서

 
'시의 첫 줄은 신이 준다'(폴 발레리)고 합니다. 어떤 영감이 떠올라 첫 줄을 쓰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이 시의 첫 줄에 무엇을 쓰려고 애를 쓰는 게 아니라 자동적으로 순간적으로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 떠오른다는 말입니다. 그런 능력의 시인은 참 좋겠네요.
 
함민복 시인님의 '봄 꽃'에서 그 기발한 착상은 '부드러움에 찔린다'는 것이네요. 일반적인 사고와는 정반대의 생각입니다. 부드러움에 찔리다니요! 이 낯선 대목은 읽는 이의 마음을 확 잡아당깁니다. 시인이 선사해 준 이 새로운 생각은 우리의 정서를 즉각 새로운 공기로 환기시켜 줍니다. 아, 꽃의 부드러움에 우리는 찔리는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빗방울이네의 생각으로, 함민복 시인님은 '부드러움에 찔린다'는 표현을 신(!)으로부터 얻기 전에 이미 '꽃침'이라는 비밀병기를 발명한 뒤 한동안 아무도 모르게 마음 깊숙히 감추어 두고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꽃침이라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단어를 발명해낸 순간, 시인님은 천하를 얻은 듯하였을 것 같습니다. 벌의 독을 맞아 몸을 치료하는 '봉침'은 들어봤어도 꽃침이라니요. 부드러움으로 우리를 찔러주는 꽃침이라네요! 그런데 이 꽃침은 우리의 어디를 찔러줄까요?
 
삐거나 부은 마음

- 함민복 시 '봄 꽃' 중에서

 
그렇네요. 꽃침 놓는 자리는 '마음'이네요. 한의사 선생님은 삐거나 부어서 아픈 다리나 팔이나 목이나 허리 같은 '몸'에 침을 찌르지만, 꽃은 침으로 우리의 삐거나 부은 '마음'을 찌르네요. 얼마나 무시로 우리의 마음은 삐거나 부어오르던지요? 얼마나 무시로 우리의 마음은 삐뚤어지거나 멍이 들던지요? 그런 증상에 꽃침을 맞으면 어떤 효험이 있을까요?
 
금세 // 환해지고 / 선해지니

- 함민복 시 '봄 꽃' 중에서

 
꽃침을 마음에 놓으면 삐거나 부은 마음이 금세 환해지고 선해진다고 하네요. 이건 꽃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요즘말로 하면 '꽃 테라피'라 할 수 있겠네요. 꽃침은 함민복 시인님의 발명품이네요.
 

함민복시봄꽃
함민복 시 '봄 꽃' 전문

 

 

 

3. 이 봄날, 우리 함께 꽃침 맞으러 가실까요?

 
봄엔 / 아무 /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 함민복 시 '봄 꽃' 중에서

 
시인님의 말대로 우리 이 환한 봄날에 꽃침 맞으러 함께 가셔요. 목련이든 영산홍이든 미나리아제비든 양지꽃이든 꽃마리든 제비꽃이든 큰개불알풀꽃이든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길을 나서면 우리 앞에 펼쳐진 봄 풍경 속에 이런 광고 문구가 아지랑이처럼 흘러가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꽃침 맞으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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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일은 안 하고 꽃침만 오래 오래 맞고 싶어 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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