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시인님의 시 '사람이 사는 길 밑에'를 만납니다. 겨울 바다, 그리고 삶의 출렁임과 흔들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재삼 시 '사람이 사는 길 밑에' 읽기
사람이 사는 길 밑에
- 박재삼(1933~1997, 일본 출생, 삼천포 성장)
겨울 바다를 가며
물결이 출렁이고
배가 흔들리는 것에만
어찌 정신을 쏟으랴.
그 출렁임이
그 흔들림이
거세어서만이
천 길 바다 밑에서는
산호가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는 일이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어려운 길도
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그것을 받쳐 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마땅히 있는 일이라!
··· 다 그런 일이라!
- 「박재삼 시선」(이상숙 엮음, 지식을만드는지식, 2013년) 중에서
2. '그 흔들림이 거세어서만이'
박재삼 시인님은 우리 모두 사랑하는 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한' 같은 시를 쓰셨습니다. 오늘은 시인님의 다른 시 '사람이 사는 길 밑에'를 만납니다.
겨울 바다를 가며 / 물결이 출렁이고 / 배가 흔들리는 것에만 / 어찌 정신을 쏟으랴
그 출렁임이 / 그 흔들림이 / 거세어서만이 / 천 길 바다 밑에서는
산호가 찬란하게 / 피어나고 있는 일이라!
- 박재삼 시 '사람이 사는 길 밑에' 중에서
시인님은 배를 타고 겨울 바다를 건너고 있네요. 그런데 파도 때문에 지금 물결이 출렁이고 배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시 시인님은 다릅니다. 그런 출렁임과 흔들림에 괴로워하는 대신 바다 밑을 생각하네요. 산호 말입니다.
그 출렁임, 그 흔들림 때문에 바다 밑에 사는 산호가 찬란하게 피어난다고 합니다. 그것도 '거세어서만이' 그렇다고 합니다.
물결의 출렁임과 바다 밑의 산호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한국수자원공단에 따르면, 산호는 파도나 해류가 충분하지 않으면 퇴적물이 쌓여 성장에 방해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해류가 산호를 덮은 퇴적물을 깨끗이 씻겨내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겁니다.
산호는 강장과 입을 가진 작은 산호충들로 이루어진 자포동물입니다.
만일 해류가 없어 퇴적물이 계속 쌓이게 되면 어린 산호가 뿌리내리기 어렵고 퇴적물에 쉽게 질식되어 버린다고 하네요.
시인님의 시구절처럼 물결의 출렁임이 바다 밑에 사는 산호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워주고 있었네요. 배 타면 출렁거림 때문에 멀미로 힘들었는데 이제 어린 산호를 생각해야겠어요!
3.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마땅히 있는 일이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어려운 길도 / 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그것을 받쳐 주는 / 슬프고도 아름다운 / 노래가 마땅히 있는 일이라!
··· 다 그런 일이라!
- 박재삼 시 '사람이 사는 길 밑에' 중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일도 그렇다고 합니다.
출렁임과 흔들림, 그런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지요?
문득 박지성 선수의 발이 떠오르네요. 부산월드컵 경기장에서 그의 족적을 본뜬 동판을 본 적이 있는데 그의 엄지발가락이 한쪽으로 굽어 있었어요. 얼마나 축구공을 많이 찼으면요.
발레리나 강수진 님의 발도 떠오르네요. 토슈즈 안에서 나온 그의 발도 굳은살 투성이인 채로 뒤틀려 있었지요.
해금 연주자 성의신 님의 손가락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해금의 현이 닿은 왼쪽 손가락 안쪽이 움푹 파인 채 굳은살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굳은살은 수많은 출렁임과 흔들림이 만들어낸 흔적이겠지요.
시인님은 그 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마땅히 있다고 합니다.
그런 흔적은 박지성 선수의 멋진 슈팅, 강수진 님의 우아한 발레 춤사위, 성의신 님의 아름다운 해금 연주곡을 받쳐주는 출렁임과 흔들림이었네요.
수시로 아득하게 출렁거리고 흔들거리는 빗방울이네도 돌아보게 되네요. 요즘 어떤 '아름다운 산호'를 키우고 있는 중인지 말입니다. 그대는 어떤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박재삼 시인님의 시 '한'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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