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따라기의 노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를 만납니다. 봄비 내리면 자동으로 흥얼거려지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함께 읽으며 부르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배따라기 노래 '그댄 봄비를 모척 좋아하나요' 부르기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노래 배따라기(이혜민·양현경), 작사·작곡 이혜민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그댄 바람소릴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바람 불면 바람 속을 걸어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남몰래 다가와
사랑을 심어놓고 떠나간 그 사람을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댄 낙엽 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을 홀로 걸어요
2.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구절의 뉘앙스는?
음악그룹 '배따라기'의 히트곡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는 1984년 나온 노래입니다.
1980년대 최고의 히트송의 하나입니다.
지금(2024년)으로부터 40년 전의 노래네요.
노래가 어찌 늙겠는지요.
우리의 몸 깊은 곳에 잠자고 있다가 봄비가 내리면 스스로 자동 발사되면서 온갖 상념들에 촉촉이 젖어들게 해 주네요.
이렇게 봄비처럼 촉촉한 노래를 만든 이는 누굴까요?
'배따라기'의 노래를 모두 작사 작곡해 온 이혜민 님입니다.
그는 많은 히트곡을 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는 1981년 제1회 연포가요제에서 노근식 님과 듀엣으로 '첫사랑은 다 그래요'를 불러 우수상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 김흥국의 '호랑나비'와 '59년 왕십리' 등의 히트곡이 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는 이혜민 양현경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한 소절씩 부르는 맑고 깨끗한 노래입니다.
이혜민 님이 특유의 부드러운 저음으로 이렇게 첫 소절을 시작합니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이 유명한 한 소절이 이 노래의 얼굴입니다. 이 소절을 빼고는 이 노래를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소절은 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을 줄까요?
'무척'이라는 부사가 이 소절의 특별함을 더해주는 지렛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런 질문을 한다면, '그댄 봄비를 좋아하나요' 또는 '그댄 봄비를 얼마나 좋아하나요'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질문은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무척'이 들어간 이 소절의 질문은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이 아니네요.
이미 질문자가 상대방의 대답을 단정해 놓고 하는 질문이랄까요?
그대는 봄비를 '다른 것과 견줄 수 없이' 좋아하지 않느냐는, 질문 아닌 질문인 셈입니다.
그래서 더 다정한 마음이 들어있는 질문이라고 할까요?
누구라도 보슬보슬 조용히 약하게 내리는 봄비, 대지를 깨워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보약 같은 봄비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3.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정말 그럴까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이 소절은 맑고 투명한 목소리의 양현경 님이 이어받습니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가 애당초 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었기에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라고 대답하네요.
화자는 봄비가 오면 왜 이렇게 추억 속에 잠긴다고 할까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남몰래 다가와 / 사랑을 심어놓고 떠나간 그 사람을 /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봄비처럼 화자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네요.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처럼 '남몰래 다가와' '외로운 내 가슴'을 적셔놓은 이 말입니다.
그이는 봄비 같은 사람이네요. 오는 듯 안 오는 듯, 젖는 듯 안 젖는 듯 내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사람이네요.
겨우내 얼었던 대지를 봄비가 적셔 생명의 씨앗을 깨우듯이 그이도 '외로운 내 가슴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놓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떠나가버렸다고 합니다.
봄비가 그치듯이요. 온갖 생명을 깨워놓고 봄비가 그치듯이요.
'떠나간 그 사람을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렇게 떠나가버린 사람인데 미워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정말 그럴까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이 노래에서 높은 음역으로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클라이맥스 부분입니다.
이렇게 격한 감정을 실은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네요.
그러니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라는 이 말은 정말 미워한다는 말이네요.
나를 훌쩍 떠나가버린 그이가 정말 미워죽겠다는 말요.
이렇게 나를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는 그이가 정말 미워죽겠다는 말요.
이토록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 봄비가 올 때마다, 아니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그리워하고 있다는 말이네요.
이 얼마나 애틋한 가슴인지요.
그대에게도 이런 봄비 같은 이가 있겠지요?
이 봄, 그이에게 이 노래를 공유해 보세요. '미워죽겠다'는 그대의 마음을 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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