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5편을 추천합니다.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가을의 서정(抒情)을 만끽할 수 있는 시들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두진 시 '하늘' 읽기
박두진 시인님(1916~1998년, 경기 안성)의 시 '하늘'을 만나 봅니다.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작고 목 말러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 박두진 시 '하늘'의 일부분
유난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기만 하셨나요?
그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내가 마실 수 있다는 멋진 생각을 주는 시입니다.
하늘처럼 맑고 높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푸르고 자유로운 영혼을 우러르게 되는 시입니다.
이 시는 양희은 가수님의 아름다운 노래 '하늘'의 노랫말이 된 시입니다.
양희은 가수님 특유의 맑고 섬세한 목소리에 실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요,
정말로 하늘이 몸속으로 들어와 꽉 차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하여 능금처럼 내가 바알갛게 익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시 '하늘'에 대한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2. 정한모 시 '가을에' 읽기
정한모 시인님(1923~1991년, 충남 부여)의 시 '가을에'를 만나 봅니다.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나르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微笑)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 정한모 시 '가을에'의 일부분
시인님은 나뭇잎이 물드는 것을 보면서 '가을을 나르고 있는' 나뭇잎이라고 하네요.
나뭇잎이 물들고 있고, 가을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는 말일 텐데요,
가을이 조금씩 깊어지는 이유가 나뭇잎이 어디로부터 '가을을 나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은 너무 연하고 아름다워서 눈이 부실 지경이네요.
이런 순수하고 맑은 생각이 이 '커다란 세계'를 떠받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도하는 시네요.
가을날 나뭇잎을 보고 생명과 존재와 시간을 생각하는 삶이 되기를 기도하는 시네요.
시 '가을에'에 대한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3. 이형기 시 '11월' 읽기
이형기 시인님(1933~2005년, 경남 사천)의 시 '11월'을 만나 봅니다.
그가 가고 있다
빈 들판 저쪽으로 꾸부정한 키
누군지 알 수 없는 그가 혼자 가고 있다
- 이형기 시 '11월'의 일부분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11월이네요.
'그'는 봄부터 여름 가을,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애면글면의 숲을 헤쳐왔겠는지요?
그런데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텅 '빈 들판'이네요.
이렇게 11월은 텅 빈 들판에 홀로 남은 느낌을 주는 쓸쓸한 시간입니다.
'그'는 자신도 '누군지 알 수 없는 그'이라고 합니다.
부디 내가 누구인지를 누군가가 말해 줄 수 있다면!
그대는 어떤지요? 홀로 텅 빈 11월의 들판에서 괜찮은지요?
시 '11월'에 대한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4. 김남조 시 '가을 햇볕에' 읽기
김남조 시인님(1927~2023년, 경북 대구)의 시 '가을 햇볕에'를 만나 봅니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나는 더욱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없이 기다림은 쌓여서
낙엽이 되네
- 김남조 시 '가을 햇볕에'의 일부분
가슴속에 묻어둔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시입니다.
가을의 저 먼 건너편에서 나 없이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가 애타게 보고 싶은 시입니다.
가을 햇볕에 나락이나 고추나 콩을 널어 말리듯이 눈물을 말리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 가을 햇볕에 나의 사랑은 더 붉게 익어가고야 말 것입니다.
능금처럼 붉게 익어 그대의 가지를 휘어 휘청이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나의 애타는 기다림이 쌓여 낙엽으로 흩어진다 해도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새봄에 그대 앞에 다시 환하게 피어날 수 있다면요.
시 '가을 햇볕에'에 대한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5. 김광균 시 '추일서정' 읽기
김광균 시인님(1914~1993년, 경기도 개성)의 시 '추일서정'을 만나 봅니다.
호을노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우러진 풍경(風景)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여 간다
- 김광균 시 '추일서정'의 일부분
시인님은 홀로('호을노') 들판을 걷고 있네요.
가을의 황량함은 이렇게 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게 하는가 봅니다.
쇠락과 소멸로 가는 시간입니다.
아무도 없이 홀로인 것만 같은 시간입니다.
길가에 돌멩이 하나를 주워 허공에 던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네 삶도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잠기여') 갈' 것이라는 생각이 기어이 들겠지요?
이런 막막한 가을에는 어찌해야겠는지요?
그대는 이 황량한 가을을 어찌 건너가고 있는지요?
시 '추일서정'에 대한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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