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위정 편 제6장을 만나봅니다.
효(孝)는 무얼까요?
그대는 부모님께 어떻게 하는 것이 효라고 생각하나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논어」 위정 편 제6장 읽기
孟武伯問孝(맹무백문효) 한대
子曰(자왈) 父母(부모)는 唯其疾之憂(유기질지우)시니라.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해주었다. 부모는 오로지 자식의 병을 걱정하신다.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편, 동학사, 2008년 3쇄) 중에서.
2. '아프지 않는 것이 효'라는 그 높은 말
「논어」 위정 편 제6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孟武伯問孝(맹무백문효)'
'孟武伯(맹무백)'은 맹의자의 아들을 말합니다.
물을 '問(문)', 효도 '孝(효)'로 구성된 '問孝'는 '효에 대해 물었다'는 뜻이네요.
그런데 이 문장, 어쩐지 낯이 익습니다.
바로 앞에 나온, 즉 위정 편 제5장에 등장한 문장과 비슷하네요.
'孟懿子問孝'
이 5장의 첫문장은 주어가 맹의자(孟懿子)입니다.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물었다는 말이네요.
그러니까 5장에서는 아버지인 맹의자가 물었는데, 6장에서는 그 아들인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네요.
부자(父子)가 위정 편 5, 6장에서 나란히 공자님에게 효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공자님은 그 두 사람에게 효는 어떤 것이라고 말했을까요? 두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까요?
앞의 5장에서 아버지인 맹의자가 효가 무엇이나겨 물었을 때 공자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無違(무위)'
'無違(무위)'는 '어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부모님 생전에 예로써 받들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례를 치르고, 예로써 제사를 모심에 어기지 않는 것이 효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어진 6장에서 맹의자의 아들이 효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님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父母(부모) 唯其疾之憂(유기질지우)'
여기 나온 '唯其疾之憂'란 문장을 자세히 풀어야겠습니다.
이 문장은 오로지 '唯(유)', 그 '其(기)', 질병 '疾(질)', 갈 '之(지)' 근심 '憂(우)'로 구성되었네요.
'其(기)'는 '자식'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해석합니다.
갈 지는 '가다, 끼치다'와 같은 뜻 말고도 '~가, ~의, ~을' 같은 조사로 사용됩니다.
그러면 '唯其疾之憂'의 뜻은, '오로지 자식의 병을 걱정한다'가 됩니다.
부모는 자식이 아픈 것이 제일 큰 걱정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네요.
그러니까 공자님은 맹의자의 아들에게는 '아프지 않는 것이 효'라는 정의를 내려주었네요.
그 아버지에게는 '어기지 않는 것'이 효라고 했는데 그 자식에게는 '아프지 않는 것이 효'라고요.
효에 대한 공자님의 정의가 다릅니다.
효란 이런 것이다,라고 하나로 정의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끄네요.
공자님은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게, 그 사람에게 처한 상황에 맞는 효의 처방전을 주시네요.
아마 공자님은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 그러니까 평소 부모님에 대한 그 사람의 행실이나 그 사람의 성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정의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만약 그대가 효에 대해 물었다면 공자님은 무어라고 답했을까요?
어쩐지 그 답은 저마다 스스로 속으로는 잘 알고 있는 것만 같네요.
부모님에 대한, 각자의 부족한 부분 말입니다.
'父母唯其疾之憂(부모유기질지우)'
부모는 오로지(!) 자식 아픈 것을 걱정한다는 말은 얼마나 애틋한 말인지요?
아마도 맹의자의 아들(맹무백)은 자신의 몸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이었을까요?
그래서 지금의 어떤 행실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병으로 부모님을 힘들게할 것이라는 함의가 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요, 이 문장은 이 세상의 자식들에게 다 해당되는 효의 정의이겠습니다.
물론 부모는 자식의 다른 문제들, 취업이나 결혼 같은 대사들도 다 잘 되기를 걱정하고 응원하겠지요.
'唯其疾之憂'
그러나 그 여러 일 중에서도 오로지(!) 자식의 병을 걱정한다고 하네요.
자식 아픈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는 말이네요.
자식이 안 아프고 무탈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요.
이 같은 처방전을 받아든 맹의자의 아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자기 몸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자기 몸을 잘 건사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쓰게될 것입니다.
사실 병이라는 것은 전염병 같은 불가항력적인 것 말고는 대부분 자신이 처신을 잘 못해서 생기게 됩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 불규칙적인 식사나 무분별한 과식, 운동부족 같은 것이 쌓여서 병에 이르게 되니까요.
자식들이 이런 것들을 스스로 잘 챙겨 건강하게 사는 일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공자님은 말합니다.
그 문장에서, 언제나 자식을 '병'이라는 물가에 내놓은 듯 조마조마해 하시는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3. 밤눈을 헤치고 산수유를 따온 아버지의 마음에 대하여
'父母唯其疾之憂(부모유기질지우)'라는 문장의 오솔길을 걷고 있으니 이 아름다운 시가 떠오르네요.
어두운 방 안엔 /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김종길 시 '성탄제' 중에서.
붉은 색으로 된 4연을 음미해봅니다.
무대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겨울날의 외진 산골마을입니다.
그 산골마을 가난한 집의 어린 자식이 고열에 시달리며 사경을 헤매고 있네요.
병원이나 약국은 근처에 없습니다.
이런 위기상황 속에 놓인 아버지 심정을 생각합니다.
자식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얼마나 노심초사했겠는지요?
그 앞이 안 보이는 눈 오는 어두운 밤, 온 세상의 눈밭을 다 뒤져 산수유 열매를 따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급히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숨이 턱에 닿았겠지요?
자식이 아프면 이렇게 부모님은 넋이 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온세상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父母唯其疾之憂(부모유기질지우)'
부모는 오로지 자식의 병을 걱정한다는 말을 새기면서 지금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돌아보게 되네요.
몸 잘 건사하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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