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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모비딕 - 친구

by 빗방울이네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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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명작 「모비딕」을 읽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이스마엘이 우여곡절 끝에 식인종 퀴퀘그와 한 침대를 쓰게 됩니다. 간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요? 나의 친구에 대해 생각하면서 함께 소설 속으로 들어가 마음목욕을 해보십시다.


1.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우정


지난 시간에 우리는 이스마엘이 퀴퀘그의 끔찍한 외모와 식인종이라는 정보 때문에 충격과 공포에 떨었지만, 짧은 시간 그와 함께 지내면서 위선과 속임수 없이 정직하고 소박하면서 인간적인 존엄을 간직하고 있는 퀴퀘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함께 했습니다. 그리하여 둘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이튿날 아침, 동이 틀 무렵에 잠을 깨 보니, 퀴퀘그의 한쪽 팔이 더없이 다정하게 애무하듯이 내 몸 위에 뻗어 있었다. 마치 내가 그의 아내가 된 것 같았다. (중략) 그 팔을 밀어내고 빠져나가려 해 보았지만, 그는 잠든 채 나를 점점 거세게 껴안아, 죽음이 아니고는 두 사람을 떼어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백경 1」 (허먼 멜빌 지음, 현영민 옮김, 신원) 중에서


이렇게 이스마엘과 퀴퀘그는 서로 마음의 벗이 되어 소설 모비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로맨스 장면을 연출합니다.

인종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지만, 그 이질적인 경계를 넘어 두 사람이 맺는 돈독한 우정은 참으로 특별한 장면입니다.

2. '아싸' 이스마엘이 식인종으로부터 받은 위로


이스마엘은 왜 그렇게 급속도로 퀴퀘그와 가까워졌을까요? 이스마엘은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서자입니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본처인 사라의 박해를 피해 어머니 하갈과 집을 떠나 방랑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이스마엘은 서자이면서 추방된 자이면서 방랑자이며 세상을 등진 고독한 사람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이스마엘은 그런 캐릭터입니다. 소설 속 이스마엘은 요즘말로 ‘아싸(outsider)’이자, 루저입니다. 소설 모비딕의 첫 문장은 ‘Call me Ishmael.’입니다. 이 문장은 ‘내 이름은 이스마엘이다.’이라고 번역되지만, 그런 배경을 알고 나니, ‘그래, 뭐, 나를 아싸라고 불러라’라는 한탄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소설의 첫머리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마엘이 배를 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 지갑은 거의 바닥이 나고 또 뭍에서는 무엇 하나 흥미를 느낄 만한 것도 없었으므로, 나는 얼마 동안 배를 타고 나가 넓고 넓은 바다를 한번 살펴보았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우울한 기분을 털어 버리고 피의 순환을 돕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이 문장은 이렇게 짧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진짜 배나 타고 나가 버릴까!” 그렇게 삶을 힘들어하던 어떤 지인이 생각나네요.

죽음이아니고는두사람을떼어놓을수없는지경에이르렀다모비딕중에서
죽음이 아니고는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모비딕 중에서

 


3. 퀴퀘그처럼 편안한 친구가 있나요?


이렇게 이스마엘의 이번 항해는 절망적인 소외감에서 선택된 여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거대한 소설 「모비딕」의 초반부에서 만난, 두 사람 간의 이처럼 친밀하고 깊은 우정의 장면이 생경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도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외롭고 쓸쓸한 이스마엘의 입장이 되어 따뜻한 퀴퀘그로부터 어떤 바닥 모를 편안함을 느끼게도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쓸쓸해서 퀴퀘그처럼 천진난만한 친구가 필요하니까요. 나에게도 저렇게 편한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하고 되돌아보면서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모비딕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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