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설차 명인(名人)이 직접 우려 주는 차(茶)를 마셔본 이야기입니다.
'청석골 감로다원' 황인수 대표 이야기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시며 마음을 씻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황인수 명인의 작설차 우리는 팁
한 분야의 명인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황인수 작설차 명인을 만난 곳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열린 제33회 부산 차·공예박람회(2025.6.19~6.22)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91호(작설차 분야)로, 지리산 '청석골 감로다원'(경남 하동군 화개면 모암길 44-1)의 대표입니다.
4대째 100년 전통의 녹차 집안인데, 올해(2025년) 65세인 그는 8세부터 차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차밭은 지리산 청석골 700m 고지에 있습니다.
차밭에 올라가는 전용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비스듬한 구릉지입니다.
그 위에 아무 오염원이 없는 청정한 차밭이네요.
거기서 그가 직접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손으로 비벼 만든 차를 들고 오늘 박람회에 나오셨네요.
작설차 명인이 직접 우려내는 차 맛은 어떤 맛일까요?
황인수 명인은 자신의 부스를 찾아온 빗방울이네 일행에게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작설차를 우려 주었습니다.
그의 차를 한 모금 음미해 본 순간 빗방울이네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명인님! 쓴맛이 하나도 없어요!
- 차는 쓴맛이 없어야 해요. 그게 기본이지요.
쓴맛이 없고 부드럽고 깊은 맛, 빗방울이네는 처음 느껴보는 작설차 맛이었습니다.
700m 구릉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귀한 차라서 그랬을까요?
차를 우려내는 방식도 빗방울이네가 생각한 것, 평소 차를 내리던 방식과 조금 달랐습니다.
황인수 명인은 찻물에 찻잎을 넣고 금방(!) 차를 따라주었습니다. 찻잎이 찻물 속에 담겨있는 시간은 한 10초 정도?
찻잎이 찻물에 들어갔구나, 했는데 그 우린 물을 바로 찻잔에 따라주시네요. 이것이 '명인의 방식'이랄까요?
그가 차를 우리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니 나머지는 대동소이했습니다.
그런데 찻물은 왜 물을 100도까지 펄펄 끓인 후 85도 정도로 식힐까요?
물이 너무 뜨거우면 찻잎 속의 쓴맛과 떫은맛이 너무 많이 우러나오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찻잎 속의 아미노산과 질소 화합물은 잘 우러나야 차맛이 좋다고 하는데요,
너무 뜨거운 물에서는 이들 성분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85도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85도 정도의 물에 10초 정도만 찻잎을 우려내야겠네요.
빗방울이네 오늘 차 우리는 좋은 팁 하나 배웠습니다.
2. 명인의 손바닥에 굳은살이 말해주는 것은?
빗방울이네는 황인수 명인이 점점 궁금해지네요.
그는 5남매 중 장남인데, 어릴 때 부모님이 일부러 공부를 안 시켰다고 합니다.
4대째 차 만드는 가업(家業)을 잇게 하려고요. 공부하면 멀리 도회지로 도망갈까 봐요.
그래서 8세부터 지금껏 60여 년간 차를 만들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빗방울이네 실례를 무릅쓰고, 그의 손바닥을 보여 달라 부탁하고 만져보았습니다.
손바닥은 굳은살이 좀 덜 했는데, 열 손가락마다 안쪽 면에 딱딱한 굳은살이 가득 앉았네요.
아마 찻잎을 덖은 후 비빌 때 손가락을 많이 쓰는가 봅니다.
그는 전통 제다방식인 '가마솥 덖음' 방식으로 차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찻잎을 따고, 선별하고, 찻잎을 덖고, 가향 처리하고, 찻잎을 널고, 찻잎을 비비고 하는 일을 모두 그의 부부가 직접 하는 일입니다.
그가 따라주는 차를 한 모금 더 음미해 봅니다.
그의 손바닥 가득 굳은살을 올린 작설차입니다.
눈이 감기네요.
장석주 시인님의 시 '대추 한 알'이 떠오릅니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 안에 번개 몇 개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 정석주 시 '대추 한 알'의 일부.
빗방울이네가 마시는 이 작설차 속에도 얼마나 많은 사연이 들었겠는지요?
지리산 깊은 청석골 새소리, 바람소리, 햇빛이며 달빛이며 별빛들, 그리고 황인수 명인 가족의 끊임없는 발자국 소리 ···.
그러니 깊고 부드럽고 그윽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신묘한 맛이 이 작설차의 맛이라 하겠습니다.
3. 작설차는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는 좋은 식품
황인수 명인의 코 앞에 앉은 빗방울이네 오늘 호기심 발동의 날입니다.
명인님, 그런데 왜 손바닥에 굳은살이 앉을 정도로 비비는 건가요?
- 흠집을 내려고요.
아니, 여리디 여린 찻잎에 왜 흠집을 내나요?
- 염소나 노루는 찻잎을 먹지 않아요. 독성이 있어서요. 그런데 찻잎을 비비면 독성이 가스로 다 빠져나가지요. 특히 비벼서 흠집이 나면 찻잎 속의 좋은 약성은 더욱 잘 우러나게 됩니다.
커피처럼 차에도 카페인이 많아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 그런데요, 커피의 카페인과 달리 작설차의 카페인은 소변으로 다 빠져나갑니다.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는 식품으로 작설차만큼 좋은 게 없지요. 살균효과가 탁월한 식품이 작설차입니다.
그런데 명인님은 '녹차'라고 하지 않고 '작설차'라고 부르시네요.
- 녹차라는 명칭은 중국이나 일본 것이고, 원래 우리 이름이 작설차입니다. 찻잎이 참새(雀:작)의 혓바닥(舌:설)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작설차이지요.
요즘에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추세라 작설차 보급에 어려움이 크겠습니다.
- 최근부터는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반갑게도 젊은이들이 작설차를 많이 찾기 시작했어요. 그런 변화가 서울부터 느껴집니다.
작설차 마시는 과정이나 방법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 그게 모두 차인(茶人)들이 복잡하게 만들어놓아서 그래요. 옛 조상들이 주전자로 쉽게 끓여 먹었던 식품이 작설차입니다.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해 주세요.
- 커피도 좋지만 작설차는 정말 좋은 식품이에요. 1,200년 역사를 가진 것이 작설차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 3그램으로 5명이 다섯 번을 우려먹을 수 있으니 커피보다 비싼 편이 아닙니다. 작설차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그가 따라주는 마지막 작설차를 다 비우고 일어섰습니다.
그 사이, 오늘 함께 자리했던, 빗방울이네가 평소 참으로 존경하는 '좋은 형님'이 작설차 3통을 그 자리에서 구매했습니다. 현금(21만 원)으로요.
그리고 그 귀한 차 한 통을 빗방울이네에게 선물로 건네주시네요. 나중에 집에 와서 통을 열어보니 '청석골 감로다원'의 '다시봄차'라는 브랜드의 세작이고요, 20그램짜리 두 봉지가 들었습니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며 그 '좋은 형님'에게 물었습니다. 작설차의 값을 부르는 대로 선뜻, 그것도 현금으로 지불한 마음에 대해서 말입니다.
빗방울이네의 '좋은 형님'은 말했습니다.
모노레일 타고 700m 고지까지 오르내리며 차나무를 돌보고, 몇 날 며칠 따고 덖고 비벼 만든 작설차인데 어찌 왈가왈부할 수 있겠느냐고요.
아, 빗방울이네 모두 동의합니다!
오늘 작설차의 달인 황인수 명인을 만난 시간, 이렇게 참 달고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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